◆ 평생 곡괭이 잡고 일하라는 건가
김정은 정권은 1월 노동당 대회 이후 군 병력을 대폭 감축했다. 군 복무기간이 2020년의 남자 13년에서 8년으로, 여자 8년에서 5년으로 단축돼 복무 만기에 달해 병사들의 전역이 시작됐다. 인력 부족이 심각한 분야로의 노동력 재배치가 주목적인 경제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정작 전역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 협력자가 실정을 조사했다. (강지원/이시마루 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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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협조자들은 3월 후반부터 국방부 대열보충국 산하 군사동원부(병역 사무를 담당) 지도원을 만나 군에 입대한 지 8년이 넘은 병사들은 특수한 부대와 병종을 제외하고 모두 전역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자의 경우 최근 10여 년간 군 복무기간이 10~13년간 유지돼 왔기 때문에 2010년경부터 입대한 25~35세 남자들이 대거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입대시는 17~25세).
앞당겨 병영생활에서 해방되니 필시 병사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전역 후 대우와 배치를 놓고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배치처에 관한 것이다. 제대 군인은 대학 입학 추천을 우선적으로 받았는데 올해 정부 방침은 직장으로의 집단 진출이 우선이다
“농촌 출신은 무조건 농촌에 배치한다. 그렇지 않은 제대자도 농장 광산 탄광 건설 등 남자 일손이 모자라는 직장으로 보낸다. 소속 부대별 또는 사단, 여단별로 한꺼번에 집단 진출시키기로 했다.”고 조사한 협력자는 설명한다.
본인의 희망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직장에 보내지기 때문에 흔히 <무리 배치>라고 불린다.
제대해도 친정에도 못 가고 총 대신 평생 삽과 곡괭이를 휘두르며 일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강하다고 협력자들은 말한다.
◆ 농촌 배치는 악몽
북한에서 최하층 직업으로 여겨지는 것은 농업이다. 자신의 토지는 물론 없고, 수확의 대부분은 국가에 납부해 몫(분배)은 적다. 상행위를 할 기회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현금 수입도 얼마 안된다. 가난하고 발전 가능성이 닫힌 직업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농촌에 태어나면 후손들까지 평생을 협동농장원으로 보내야 한다. 탈출하기 어려운 계급제도다.
그 때문에, 농촌의 부모도 젊은이도, 어떻게든 농민이탈을 생각한다. 이를 ‘계급을 바꾸려 한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도시 근로자와 결혼하면 이농할 가능성이 있다. 남성의 경우는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배치될 때가 거의 유일한 계급 변경의 기회다. 어떻게 할 것인가? 조사한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농촌 출신 병사들은 복무기간 연장을 스스로 신청해 하급 군관(장교)나 기술 병사가 돼 도시 배치에 도전한다. 5~10년간 연장해 병영에 머무는 자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식으로<무리 배치>를 피하기도 어렵게 됐다. 농촌이 여자만 있고 남자가 적으니 중앙의 강력한 지시로 농촌 출신 병사들은 무조건 고향에 배치한다.”
제대 군인 부모들도 불만을 토로한다. 협력자는 다음과 같은 부모의 소리를 전해 오고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보다 무리수를 둬 농장에 보내는 것이 더 괴롭다. 기껏 키운 아이를 국가가 맘대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하다. ”
◆ 노동당 입당도 애매하게
가혹한 초장기 군대생활의 대가 중 하나는 군복무를 마치면 우선적으로 노동당 입당 추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당원이 되는 것은 출세의 절대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한꺼번에 무더기 전역자가 생기고 1월 전당대회에서 당원 자격을 엄격화할 방침이어서 전역 즉시 입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집단 진출로 배치된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면 입당할 수 있다고 유도하고 있다”고 협력자들은 말한다.
북한군 병력을 70만, 제대 대상을 20%로 잡으면 올봄 14만명의 젊은이들이 사회 복귀한다. 불만을 품은 대량 제대군인을 김정은 정권이 제대로 끌어안거나 통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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