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라고 해야 할까, 드디어라고 해야 할까.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 북한 내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북한에선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의 시청, 유포는 엄벌에 처해진다. 2020년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의 최고형은 사형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도대체 어떻게 유입되고, 사람들은 금단의 남북한 로맨스 드라마를 어떻게 보았을까? 오랜 세월 함께 취재를 해온 북한의 취재 파트너들에게 물었다. 연락은 북한에 반입되어 있는 중국의 휴대 전화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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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rrow-circle-right국경을 넘는 한국 드라마에 북한 주민들도 감동 '사랑의 불시착' 유행?
◆ 한국 배우가 ‘인민반장’하는 장면에 폭소
필자가 3~4월에 걸쳐서 조사한 사람은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 4명. 실제로 ‘사랑의 불시착’을 본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지만, 나머지 모든 사람도 알고 있었다. 먼저 ‘너무 재미있었다’는 A(여)씨의 소감을 소개한다.
―― 어떻게 입수하셨나요?
A 아는 간부에게 몰래 부탁해서 돌렸습니다. 아직 다 못 봤어요. 조금 남았어요.
――‘사랑의 불시착’ 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A 한국 여배우가 인민반장 연기하는 걸 보고 깔깔 웃었어요.감자랑 까마치(누룽지) 먹더라고요. 그리고 조선 군인들이 한국으로 내려가 임무를 수행하는 장면, 군인들이 한국생활이 신기해 하는 장면도 매우 재미있었어요. 한국에도 한증탕이라고 부르는 같은 게 있더군요. 이쪽에서 말하면 목욕탕. 그 장면도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 인민반은 최말단의 행정 조직.
―― 북한에서도 많은 사람이 이미'사랑의 불시착'을 봤을까요?
A 그건 모르겠습니다. 보았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으니까. 엄벌에 처하니까요. 보고도 모른척 하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근데 ‘아, 이 사람 한국 드라마 보는구나.’ 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복장이나 말투, 그리고 한국식 요리에 대해 말할 때가 그래요. ‘닭고기는 기름에 튀겨 먹으면 맛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보고 있을 거에요.
※북한에는 프라이드치킨 가게가 앖다.
◆ 은밀히 ‘시착’이라고 불리고 있다
나머지 협조자 3명은 ‘사랑의 불시착’ 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B씨(남성)와 C씨(여성)의 변.
B 전 아직 보진 않았지만 '사랑의 불시착' 이라는 재미있는 남쪽 드라마가 있다고 자주 들었어요. 은어로 ‘시착’이라고 부릅니다.
―― 어떤 드라마로 소문이 나 있습니까?
B 여하튼 북한 군인이 한국에서 살다 돌아오는 드라마라던가. 간부들이 잘 보는 것 같아요. 「가을동화(2000년 방영)」나 「천국의 계단(2003~2004년 방영)」, 「어린 신부(2004년 방영)」만큼은 크게 유행하지 않습니다. 단속이 지독하게 심해서.
C ‘사랑의 불시착’은 화제가 되고 있지만 처벌이 무서워 도저히 볼 수가 없어요. 지금 한국드라마를 보는 것은 목숨을 건 일입니다.
―― 얼마나 어려운 겁니까?
전에는 한 작품 보면 교화(징역) 1년이 시세였는데 지금은 5년이라고 합니다. 5년 감옥에 있으면 죽는다구요. 보는 것은 힘있는 간부이거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젊은 애들이겠지요. 요즘 젊은이들은 한국 드라마보다 노래와 춤 동영상을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젊은 여자애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거예요(K팝뮤직비디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