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을 올해 봄 제대하고 농촌으로 배치받은 전직 군인들의 난폭한 행동이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폭력행위, 도둑질, 질서 위반 등이 많이 발생해 경찰 당국도 손을 놓을 정도라고 한다. 함경북도에 사는 취재협력자 김 씨가 7월 중순 한 협동농장을 조사했다. (강지원)
◆ 싸움, 도둑질... 마치 토피떼
"제대군인이 대거 배치돼 와서, 그중 3명이 우리 작업반에 배치됐다. 남자는 나이 많은 사람 2명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남자 일손이 늘어서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문제만 일으키고 난리였다"
A협동농장을 방문한 김 씨에게, 한 농장원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가장 큰 말썽거리는 여자 문제. 제대한 군인들은 이제 막 8년간의 군 복무를 마친 20대 중반에서 30세 정도다. 결혼 상대를 찾자고 출근도 하지 않고 여성만 따라다녀 여성의 가족과 실랑이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김 씨의 보고는 이어진다.
"싸움이 벌어지면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린다. 농장 여성들에게 욕지거리를 퍼붓는다. 7월 초에는 술을 마시고 분조장을 때려서 안전서(경찰서)에서 조사받은 사람도 있었는데, 경찰에서도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마치 토피떼가 온 것 같다며 농장원이 탄식했다"
A농장에서는 원래 제대군인만으로 구성한 분조를 만들려다가 문제를 너무 많이 일으키자 포기하고 분산했다고 한다.
◆ 병력을 줄이고 노동 현장으로 보낸 김정은 정권
김정은 정권은 올해 1월 노동당대회 후 군병력의 대폭 감축을 단행했다. 군 복무(병역) 기간은 2020년 기준 남자는 13년이 8년으로, 여자는 8년이 5년으로 단축되어 기간을 채운 병사들이 제대하게 되었다.
이는 인원 부족이 심각해진 중요 산업으로 노동력을 전환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제대 군인은 농촌, 광산, 탄광, 그리고 국가 프로젝트의 건설 현장으로 집중 배치됐다.
농촌 출신은 고향의 농장으로 돌려보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소속 부대별, 혹은 사단 및 여단마다 일괄적으로 배치할 곳을 지정해 집단 배치시켰다. 본인의 희망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없어 '무리한 배치'라고 불렸다.
"'평생을 괭이와 곡괭이, 삽을 들고 살라는 말인가'라고, 제대 예정자들로부터 강한 불만이 터져나왔다"라고 다른 취재협력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