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어 있다. 먹을 게 없어서, 약이 없어서. 지금 이웃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6월 들어 북한 사람들의 삶이 봇물 터지듯 악화되고 있다. 그 실상이 거의 세계에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 대책을 위해 국경을 닫고 사람의 출입이 끊기면서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북한에 반입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해 그럭저럭 취재협력자들과 한달에 15번정도 연락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 상황은 아시아 최악의 인도적 위기에 빠져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과잉 코로나 통제로 삶에 대타격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위기의 원인은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해 무역이 격감한 것, 그리고 마치 계엄령을 포고한 것처럼 국내의 이동과 상행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 데 있다.
무역과 시장의 큰 부진으로 누구나 현금 수입이 줄였다. 돈이 바닥난 사람들은 먹을 것을 살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보다 배고픔이 더 무섭다’며 1년 전 주민들이 두려워했던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가장 먼저 궁지에 몰린 것은 독거노인, 미혼모, 환자가 있는 가정 등 취약층이다.
생활이 궁한 사람은 어떻게 하는가? 취재 협력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금이 떨어지면 이웃이나 지인에게서 돈과 쌀, 옥수수를 빌린다. 그것이 어려워지면 가재를 전당 잡히거나 팔거나 한다. 빚쟁이가 몰려들어 솥까지 빼앗아 가는 광경을 동네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남은 수단은 범죄로 가거나 여성이라면 성매매. 최후에는 집을 판다.”
◆ 노인 곳곳서 다수 사망
집을 잃은 사람은 길거리를 헤매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여름부터 ‘꼬제비’(노숙자)가 늘었다는 보고가 각지에서 올라왔다. 버려진 어린이와 노인이 시장에서 구걸하는 모습이 비일비재해졌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6월부터 곡물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금 ‘보리고개’로 불리는 가을걷이까지의 단경기다. 6월 초순에는 한때 한 달 전에 비해 쌀은 1.7배, 옥수수는 2.4배로 뛰었다.
최근에는 많은 광산과 공장에서 영양실조로 출근하지 못하는 근로자가 늘고 있어 “쓰러져 숨지는 사람의 모습을 거리에서 보는 날도 있다. 지난해 출현한 ‘꼬제비’는 다 죽었을 것이다”고 무산의 협조자들은 말한다.
충격적인 것은 6월 후반부터 노인이 계속 죽고 있다는 보고가 북부 곳곳에서 왔다는 점이다. 혜산시 협조자는 “못 먹어 몸이 약해지니 감기나 설사만으로 맥없이 죽는다. 의약품이 중국에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노인들은 모두 죽어버리겠다고 아우성”이라고 전해 왔다.
북한 당국이 서두른 것은 6월 17일 김정은이 식량 위기를 인정하는 발언 이후부터다. 현금도 곡물도 바닥난 ‘절량세대’의 조사가 각지에서 곧바로 시작됐다. “세대당 옥수수 5킬로그램이 긴급 지급되었다”라고, 6월 30일에 무산군과 량강도의 협력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은 인재다. 코로나 방역에만 골몰하고 백성들을 돌보지 않아 발생한 인도적 위기다. 한층 더 비참한 사태가 되지 않게, 이웃의 궁핍에 관심을 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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