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역에서 가을걷이 후 탈곡과 건조 작업이 끝나고 각지 협동농장에서 군량미의 인도 작업이 시작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과 연료 부족으로 협동농장에서 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 이후에는 장교 가족조차 배급이 끊기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 북부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11월 중순 조사해 전했다. (강지원)
◆ 농장으로부터 군량미 인도하는데도 온갖 난관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병사와 일반 주민의 접촉을 엄격히 통제했다. 집단생활로 밀집이 불가피한 군대에서 코로나가 발생하면 부대 내에 단번에 만연할 수 있다. 때문에 병사와 장교는 부대에서 외출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돼 왔다.
협동농장에서 생산된 군량미(쌀 이외의 곡물을 포함) 수령은 해당 부대가 차량을 준비해 농장으로 가야 하지만 농장원과 접촉할 수 없기에 부대의 잡무를 담당하는 '군노무자'를 파견한다. 하지만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병사를 보내도 업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원 부족 외에도 연료 부족 또한 문제다. 부대 트럭을 농장으로 보내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북부 양강도에는 12군단이 주둔한다. 이곳에 사는 아시아프레스 협력자는 12군단의 군량미를 조사했다. 군인과 만나기 어려워서 군관(장교) 가족과 만나 청취했다. 이하는 그 보고.
◆ 장교 가족의 배급마저 멈춰
"올해 8월까지 12군단 소속 장교 본인에게는 배급이 나왔지만, 가족분은 나왔다가 안 나왔다가 했다. 9월부터는 더 심해져 장교 가족들은 무척 힘들어했다. 국산 간장, 콩기름은 조금씩 배급이 있었다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식량배급이 멈춰서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돌아가고 장교 혼자 남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장교 아내와 가족은 군기 상 장사가 금지돼 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코로나 방역 때문에 가족이 시장에 가는 것도 엄격히 제한됐다. 민간인과 접촉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부업도 할 수 없는 장교 가족의 삶은 가혹하다.
"한 부대의 참모 아내 이야기를 들었는데, 살 수가 없게 돼 친정이 있는 함경남도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이동을 위한 여행증명서를 좀처럼 내주지 않아 계속 대기 중이다. 상부에서는 '장교와 가족에게는 반드시 배급을 유지하라'라고 하는 것 같은데 실제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 군대도 자급자족 촉구
북한 군대 대부분은 '부업지'라고 불리는 농지를 경작하고 있다. 부식물 확보를 위해서다. 콩과 옥수수, 김치용 무, 배추 등을 재배한다. 하지만 올가을은 군량미 확보가 어려워져 군대도 '가능한 한 자급자족' 지시가 내려와서 '부업지'에서 생산한 수확물 중 야채 이외의 곡물 생산고를 모두 상부에 보고하고 이를 군량미에서 제하게 됐다고 한다. 내년에도 개선의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9월 중순 수확기에 접어든 후 각지 농장에서 병사 집단에 의한 도둑질과, 밭이나 창고 습격 행위가 잇따라 큰 사회 문제가 됐다. 장교 가족까지 곤궁해진 지금 '군대를 먹이는 문제'가 김정은 정권의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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