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매서워진 10월 이후, 북한의 영유아가 병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중국에서의 의약품 수입이 정체되어 병원과 보건기관에서도 거의 고갈됐기 때문에 치료할 수 없는 상태다. '심각한 사태'라고 북부 지역에 사는 여러 취재협력자가 10월 말 전했다. 당국은 주의를 환기하고 있지만, 약품이 부족해 어쩔 도리가 없는 상태라고 한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제 주위에서도 10월 말 일주일에 아이가 세 명이나 죽었습니다. 알아보니 남자애 두 명, 여자애 1명이었고 나이는 3살, 2살, 1살이었습니다. 사인은 백일해, 인플루엔자, 결핵이었습니다. 약도 예방접종도 없으니 감기나 설사로 노인과 아이들이 허무하게 죽어 나갑니다"
양강도의 취재협력자는 자신의 주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 병원에 생리 식염수도 없어
김정은 정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이유로 2020년 2월부터 무역을 엄격하게 제한, 중국에서 의약품이 들어오지 않게 됐다. 봄에는 품귀 현상이 일어나 암거래 가격이 폭등했다. 여름이 되자 지방 도시 병원의 의약품이 거의 바닥나 고령자 사망이 잇따르고 있다.
평양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은 올해 들어 많은 관원을 출국시켰는데, 그 이유를 '약품을 포함한 생필품의 심각한 부족'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현재 병원이나 약국에도 의약품이 없다. 생리 식염수조차 없다. 암거래로 파는 약은 엄청나게 비싸다. 병원의 진찰은 무료이지만 의사는 '약을 먹고, 침을 맞고, 민간요법을 해 보라'고만 한다. 국산 약이 팔리기도 하지만 질이 나쁘고 효과도 없는 데다 가짜 약도 많아서 믿을 수 없다. 자식이 아파도 부모들은 손 쓸 수가 없는 상태다"
다른 협력자는 양강도 병원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경제 불황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의 현금 수입이 크게 줄어 영양 상태가 악화하였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기,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결핵에 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영유아의 사망이 늘어나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보건소와 병원에서 인민반과 학교로 사람을 보내 위생 강습을 한다. 감기 예방법이나 물을 끓여 마시라는 정도의 내용이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를 가진 부모는 걱정이 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