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원을 사회주의 건설로 돌리는 것이 당의 방침
북한에서 올봄 입대하는 남자의 병역(군 복무) 기간이 지난해와 같은 8년인 것으로 아시아프레스 국내 조사 결과 나타났다. 김정은 정권은 작년, 병역 기간을 대폭 단축해 군병력 감축을 단행했는데 그 방침이 유지되고 있다. 올해는 인재 육성 우선을 위해 대학진학을 장려하고 있는 것도 밝혀졌다. (이시마루 지로 / 강지원)
북한의 군 복무 기간은 너무나 길다. 아시아프레스의 국내 조사에 의하면 2000년대 들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해 2020년에는 남자 13년, 여자 8년(여자는 지원제)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
일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배우기에 힘써야 할 청춘을 병영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불행하다. 그뿐만 아니라, 장기간의 병역은 젊은 노동력이 산업 현장에서 항상 부족하다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1월 노동당 제8차대회 이후 병력의 대폭 감축을 단행했다. 복무 기간을 남자 8년, 여자 5년으로 단축해서 만기를 넘은 수많은 병사를 제대시키고 인원 부족으로 생산에 지장을 겪는 농업, 광업, 탄광 등의 분야에 배치했다.
올해 군 복무 기간은 어떻게 될까? 아들딸을 둔 부모들은 걱정했다.
◆ "우리에게는 핵미사일이 있으니까..."
북한에서는 매년 4월 '초모'라 불리는 신병모집사업이 진행된다.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 해당) 졸업예정자는 입대, 진학, 직장배치 중 선택해야 한다. '군사복무법'으로 남자는 만 17세부터 25세까지 입대가 의무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졸업 후 입대한다. 여자는 '18세까지 입대할 수 있다'라고 정해진 지원제이지만, 최근 십 수년간 병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북한정부는 여자의 입대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병역 사무를 다루는 곳은 국방성 대열보충국 산하인 '군사동원부'로, 전국에 설치돼 있다. 아시아프레스에서는 3월 중순 함경북도와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 3명에게 의뢰해 '군사동원부' 담당자와 학교 관계자를 만나 조사했다.
결과는 각지에서 일치했다. 올해 4월에 입대하는 고급중학교 졸업예정자의 군 복무 기간은 남자 8년, 여자 5년. 지난해와 같다. 단, 미사일 부대 등 특수한 병종은 기간이 10년이라는 것이다.
'군사동원부'에서 조사에 임한 협력자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한다.
"작년에 많이 제대시켰으니 병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고 담당 '대열지도원'에게 물어보니, '현대전은 기술전과 과학전이다. 우리에게는 핵미사일이 있으니까, 인원을 사회주의 건설로 우선 돌린다는 게 당의 방침이다'라고 대답했다"
◆ 대학 진학을 장려하지만
올해는 변화가 있었다. 정부는 그동안 입대를 엄격하게 통제・추진해 왔다. 입대기피자를 처벌하고, 청년들을 진학보다 군 복무를 하게끔 강력히 유도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서, 대학이나 전문학교로의 진학을 장려한다는 것이다.
"나라가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유능한 인재양성에 주력하기로 했기 때문에, 올해는 고급중학교 졸업예정자 모두에게 대학 수험 자격이 주어지고 성적이 좋은 학생은 진학시키라는 방침이 됐다"
조사한 협력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입학생 수를 정해서 각지 학교에 추천 인원을 할당해 응시하게 했지만, 올해는 진학 희망자 중에서 학교 측이 추천한 학생 수를 맞추어 수용 정원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문이 넓어진 셈이다.
"지금까지 추천 기준이 까다로웠던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대학 등 명문 학교도 시험에 합격하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게 됐다" 라고 협력자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