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하천 부지 정비에 동원돼 돌을 나르는 여성들. 2013년 6월, 북부지역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 당국이 올해 들어서부터 인민반의 역할과 임무를 늘렸다. 이에 따라 인민반장의 권세가 높아지자 주민들은 '경찰보다 무섭다'며 두려워하고 있다. 코로나 대책을 핑계로 한 김정은 정권의 통제 강화가 그 배경에 있다. (강지원)

인민반이란 최말단 행정조직이다. 지구마다 20~30세대 정도로 구성된다. 동사무소의 지시를 전달하고, 주민의 동향을 자세히 파악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인민반장이다. 지금까지는 '품행이 방정한' 주부를 동사무소가 임명해 왔다.

인민반장의 임무는 우선 각 세대의 파악과 관리다. 가족 구성, 직장, 수입 상황, 다른 곳에서 온 손님과 숙박자를 체크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임무는, 당국의 정책을 주민에게 전하고 행동을 지시하는 것이다.

동사무소에서 할당받는 노력동원, 군대의 식량과 건설 프로젝트의 재료 등의 지원을 위해 '세외부담'이라 불리는 금품 공출을 지시하고 전달한다. 말하자면 주민 사이에 있는 김정은 정권 통치의 손발이다.

◆ 주민 관리에 특별 배급 대가

그렇지만 인민반장도 생활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장사도 하고 밭일도 한다. 하지만 주민을 관리하는 역할이 매년 확대됨에 따라 당국은 대우를 향상했다. 북부지역에 사는 협력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코로나로 경제가 엉망이라서, 인민반장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별도로 식량배급을 하게 됐다. 내가 사는 지구에서는 한 달에 5일치가 특별지급되고 있다. 인민반장의 선발에는 인민위원회(지방정부)가 개입하게 됐고, 가능한 한 제대군인이면서 당원인 사람을 뽑는다. 우리 지구에 새로 뽑힌 사람은 40대이고 군대 경험이 있는 여성 당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김정은 정권은 해외로부터의 코로나 유입 저지와 국내 방역 체제 확립을 최우선으로 했다. 또한 경제 악화로 인한 사회 질서 붕괴를 경계하고 주민의 행동을 통제하는 데 기를 쓰게 됐다. 이 때문에 직접적, 일상적으로 주민을 관리하는데 눈을 번뜩일 수 있는 인민반장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참고사진) 아파트거리 광장에 온실을 건설하기 위한 자갈 수집에 동원된 인근 주민들. 2013년 3월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경찰보다 무서워... 모두 눈치 보는 인민반장

일반 주민 입장에서 보면 인민반장은 성가시기 짝이 없는 존재다.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민반장은 매일 아침 집에 와서 문을 두드리고, 도로 청소 작업에 나오라고 하고, 분뇨 모아 만드는 퇴비 과제(노르마)를 확인하고, 건설지원 돈 내라고 요구한다. 게다가 어떻게 먹고 사는가, 집에 누가 왔는가까지도 확인한다. 숨이 막힌다"

성가시다고 해서 인민반장을 무시하거나 홀대하면 절대 안된다. 그녀는 주민들의 생활과 소행을 아는 데다가, '확인 도장'을 찍을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노력동원과 지원 과제 등을 이행했는지를 확인하는 도장이다. 이것이 없으면 배급과 아이들의 진학, 입대까지 영향을 미친다.

"인민반장은 안전국(경찰), 보위국(비밀경찰)의 손발이 돼 주민들을 감시하고 모든 행동을 보고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사람들은 안전원보다 인민반장이 무섭다고 생각하게 됐다. 개인정보부터 생활 구석구석까지, 모든 것을 아는 게 인민반장이라서, 다 밉보이지 않게 눈치 보면서 살게 됐다"

권세가 늘면 뇌물 수입도 늘어난다.

"최근, 다른 곳에서 내가 사는 지구로 장사하러 온 사람이 숙박 등록 안 하게 봐주고 코로나 발열 확인을 보안원에게 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50위안(약 9600원)을 줬다"

인민반장은 이제, 김정은 정권의 주민 통제의 요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