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발생을 인정한 것은 5월 12일. 전국에서 모내기나 파종 등, 농작업이 본격 시작되는 시기와 겹쳤다. 코로나 유행에 따라 도시 주민의 농촌동원은 중단됐다. 이미 4월부터 비축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농촌에서는, 굶주림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북한의 농촌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북부지역의 한 농장 현지에서 온 보고를 정리했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코로나로 도시 주민 동원 못해
북한에서는 원래 5월부터 7월까지가 1년 중 인구 이동이 가장 많은 시기이다. 노동자, 학생, 가정주부부터 노동당과 행정 간부까지, 도시 주민이 모두 협동농장에 다니며 농작업에 종사한다. 그것이 코로나 방역을 위한 이동 금지 조치로 멈췄다. 김정은 정권은 연초부터 농업 제일주의를 내세워 농촌 총동원을 지시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큰 차질이 생긴 셈이다.
6월 초순에 조사한 곳은 함경북도의 A 협동농장. 농장원 수는 약 500여 명으로 주로 옥수수를 재배한다. 함경북도에서는 평균보다 약간 작은 규모의 농장이다. 이곳을 오랫동안 지켜본 취재협력자 D 씨가 현황을 전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 남서부의 곡창지대인 황해도 등, 다른 지역의 상황은 파악할 수 없어 북한 전체의 수확 예측은 현시점에서는 어렵다.
―― A 농장의 코로나 상황은 어떠한가?
D 감염자가 농장에서도 나오고 있다. 분조마다 체온 측정을 매일 하지만, 만약 유열자(발열자)가 있어도, 일손이 모자라니까 증상이 없는 분조원은 출근하라고 한다. 거리를 두고 밀집하지 않고 작업하는 게 규칙이다. 매일 하는 분조의 조회는 중단됐다.
※ 분조는 집단으로 농작업을 하는 최소 단위. 현재는 10여 명 정도로 구성된다.
※ 지방에서는 PCR 검사 등 코로나 감염을 판정하는 수단이 전혀 없으므로 A 농장의 감염 상황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 농촌은 봉쇄하고 있지 않다던데?
D 외출 제한은 없고, 농작업에 나가야 한다. 도시로의 이동은 엄격히 통제된다. 농촌에서 코로나가 유행하면 큰 문제라고, 농촌에 외부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고 농민들도 나갈 수 없다. 외부와 연결되는 도로에 방역초소를 두고, 동원 작업으로 오는 사람 외에는 일절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 파종 못하고 '빈 땅' 밭까지
―― 모내기, 파종의 시기에 코로나가 확산했다. 농작업의 진행은 어떠한가?
D 농촌동원자가 심각하게 부족하다. 옥수수 등의 씨붙임도 제대로 안돼 '빈 땅'이 된 밭이 많다. 게다가 김도 못매고 풀밭이다. 농장원들에게 야간에 김매기를 시키고 있다. 간부들이 밤에 둘러보러 와서, 작업 중에 마스크를 하고 있는지 확인까지 한다. 농장원들은 너무 힘들어서, 코로나 증상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집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 이제 곧 감자 수확기인데?
D 감자는 가뭄 때문에 작황이 매우 나쁘다. 예년의 50%도 안 된다고 한다. 보릿고개(수확까지의 단경기) 시기의 식량 부족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 6월의 북한은 햇감자 수확의 계절이다. 4~5월은 비가 적었다. 양강도의 다른 농장에서도 감자가 대흉작이라는 정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