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북한을 취재하는 것도 기사를 쓰는 것도, 어쩐지 귀찮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김정은 정권이 세계에 등을 돌리고 틀어박혀서 전혀 스스로 변하려고 하지 않는 데다, 북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에서는 취약층에 영양실조가 퍼지는 등 인도적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일본어와 한국어, 영어로 기사를 발신해도 반응은 저조하다. 어쩔 도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 고양과 기대는 낙담과 혐오로
7월에 한국에 가서 연구자와 저널리스트, 인권 활동가와 모임을 가졌다. 나의 푸념에 대해 "아니, 한국은 더 심해요"라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핵과 미사일 실험을 반복하며 위기를 고조시킨 김정은 정권은 2018년 들어 태도를 바꾸고 대화에 나섰다. 김여정이 서울에 와서 평창올림픽을 관전하고, 4월에는 판문점에서 문재인-김정은이 포옹하고, 김정은-트럼프 회담도 성사됐다.
전 세계가 북한의 행방에 주목하고 한반도 정세가 크게 요동치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보여준 그때의 고양과 기대는, 이제 증발해 버린 것 같다.
"북한에 대한 피로감 때문입니다"
20년 이상 북한 인권 활동을 해온 박인호 NK 투자개발연구원은 설명한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은 한국에 대한 욕설을 부활시키고 2020년 6월에는 개성의 남북공동사무소를 폭파했다. 2020년 9월에는 북한 관리 해역으로 표류해 온 공무원을 병사가 사살한 뒤 시신에 기름을 붓고 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미사일 발사 실험도 멈출 줄 모른다.
"문재인 정권은 열심히 했지만 국민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결국 김정은은 바뀌려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제 지긋지긋한 거죠"
라고 박 연구원은 말한다.
분명히 한국 언론도 북한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낮아졌다. 참고가 될 만한 북한 관련 기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외신의 인용이나 한국 정부의 발표, 북한의 국영 미디어 소개가 대부분으로, 독자 취재에 기반한 기사를 찾기가 어렵다. 한국 사회의 북한에 대한 관심 저하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방송공사(KBS)는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된 8월 15일에 맞춰, 매년 '통일의식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14일에 발표된 결과는, '피로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김정은 정권에 '호감'이라는 응답은 2.7%에 불과한 한편, '반감'은 78.1%. 그중 '매우 반감'은 43.1%였다. 남북 대화가 진행되던 2018년은 호감 20.6%, 반감 35.4%, 매우 반감은 15.3%였으므로 극적으로 악화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해서는 어떠한 원조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80%를 넘었다. 김정은 정권을 혐오하면서도 인도적으로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여유와 성숙을 나타내는 숫자라 할 수 있다.
◆ 북한 주민의 한국에 대한 짝사랑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의 의식은 어떨까? 오랫동안 서민의 삶을 취재해온 경험으로 볼 때, 한국에 대해 끊임없이 적의를 부추기는 정권의 프로파간다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기대와 동경은 강하다.
나의 동료 강지원 기자는 탈북자다. 북한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는 나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코로나 방역을 구실로 한 통제로 생활은 최악입니다. 중국과의 교역이 언제 정상화할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 사람들은 한국 동포들이 손을 내밀어주지 않을까 하는 옅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자신들에게 관심을 잃고 있다는 걸 알면 절망적인 기분이겠지요. 북한 민중의 궁핍한 실상을 계속 전해야 합니다"
강 기자의 말에, 의욕이 시들게 둘 때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