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촌이 심각하게 곤궁하다는 정보는 각지로부터 이미 3월에 전해졌지만, 초여름부터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농민이 한층 늘어나는 등 상황은 악화. 기근의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은, 8월 들어 겨우 긴급 식량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 함경북도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8월 중순 한 협동농장을 조사해 전했다. (강지원)
◆ '절량세대'가 30%인 농장도
이번에 조사한 곳은 함경북도의 한 도시 근교 A 협동농장이다. 농장원 수는 약 500명이고, 주로 옥수수를 재배한다. 함경북도에서는 평균보다 약간 작은 규모의 농장이다.
A 농장에서는 벌써 3월 초순부터 굶주림이 시작됐다. 현금도 먹을 것도 다 떨어진 '절량세대'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당국은 농장 간부에게 '자체 해결'을 요구했다. 농장에서는 간부 및 여유 있는 농장원에게 옥수수 1~2kg 정도의 공출을 거듭 요구해 '절량세대'에 나눠주며 버텨왔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조사한 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분조에 '절량세대'가 3~5채 있다고 한다. 얼굴이 붓고, 영양실조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인의 분조에서는 그런 집이 3채 있다고 했다"
분조란 집단으로 농작업을 하는 최소 단위를 말한다. 현재는 10여 명 정도로 구성된다. A 농장에서는 약 30%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 8월 들어 겨우 7.5kg 긴급 배포
A농장의 간부들이, 결국 백계가 다했음을 상부에 보고하자 8월 들어 도(道)에서 긴급 식량이 배포됐다. 협력자가 설명한다.
"농장원 1인당 하루 250g 기준으로, 모든 농장원에게 한 달 치를 일괄 배포했다. 모두 중국산이고, A농장의 지인은 백미 5kg과 옥수수 가루 2.5kg을 받았다. 당초에는 '절량세대'에만 줄 방침이었지만, 농장원 모두 형편이 어려워서 전원이 대상이 됐다고 한다. 다만 무상배포가 아니고 가을 수확 후 갚아야 하는 '가불'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농장원들은 무척 기뻐했었다"
◆ 생산자가 굶주리는 착취의 구조
북한에서 농민의 삶이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산자가 굶주리는 이유는, 수확 가운데 국가가 가져가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생산 계획이 미달돼도 기본 국가에 규정분을 납부해야 하고 농민들은 분배(몫)를 다 먹은 봄부터 굶주림에 시달리는 광경이 반복돼 왔다.
국가의 몫은 군대와 당, 행정 직원, 평양시민, 경찰 등 통제기관원, 군수공장 노동자 등 '우선 배급 대상'으로 돌아간다. 농민에 대한 착취가 끊임없는 곤궁을 만드는 셈이다.
◆ 작황은 10년 만에 최악이라는 목소리도
여름이 되어, 농장에서는 '절량세대'에 대해 3일간 출근 면제를 결정했다. 각자가 야산으로 가서 약초와 산나물을 채취해 생활에 보태라는 의미다. 이것을 팔아서 농민들은 조금이나마 수입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는 잘 되지 않았다. 약초나 산나물을 매입하는 건 무역회사인데, 중국과의 무역이 신의주 외에는 중단됐기 때문에 매입이 끊긴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이다.
농민들은 산에 들어가 더덕과 산나물을 캐서 반찬에 보태고 있다고 한다. 한편 결근하는 농장원이 늘어나자 일손이 부족해져, 농장 일에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A 농장원들에 따르면, 올해 생산은 지난 10년간 가장 나빴다고 한다. 비료 부족, 코로나에 의한 일손 부족, 게다가 기후도 좋지 않아 덜 익은 옥수수가 많다고 한다"
A 농장 조사만 가지고 북한 농업 전체를 추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건이 비슷한 북부지역의 상황은 A 농장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곡창지대인 황해도의 농장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입수되지 않았다.
주식인 옥수수의 수확은 곧 시작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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