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월 후반부터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했다. 일본과 한국의 미디어는 사정거리 등 미사일 스펙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지만, 내가 무엇보다 마음에 걸렸던 것은 북한 주민들이 미사일 발사를 어떻게 받아들였느냐이었다. 왜냐하면 현재 지방 서민의 곤궁은 비참한 수준이기에, 막대한 국가 자금을 집어넣은 발사 실험은 그들의 존재와 인생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먹는 문제는 언제 해결되나?"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 파트너 중 한 명이 10월 중순 연락을 주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미사일 발사 같은 거 관심 없습니다. 오늘 먹는 게 걱정이니까. 불만? 있는 게 당연하죠. 핵도 미사일도 완성해서 전쟁 나면 우리가 이긴다고 선전한지도 오래인데, 대체 '먹는' 문제는 언제 해결되는지. 하지만 무서워서 입 밖에 못 냅니다. 친한 사람끼리 푸념하는 게 고작입니다"
한편으로, 그는 이렇게도 말한다.
"살기 힘든 건 미제국주의자의 적대정책 때문이다, 사회주의와 자주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핵과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선전을 들어왔기 때문에, 외국의 정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가 하고 생각하는 겁니다"
◆ 90년대 기근 이래 가장 심각
현재 북한 서민의 곤경은, 1990년대 후반 대기근 이래 가장 심각하다. 당시처럼 광범위하게 아사자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노인, 유아, 병약자 중 영양실조와 의약품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국경을 봉쇄해 사람의 출입을 거의 막고 무역도 엄격히 제한했다. 개인의 상행위는 통제되어 현금 수입이 격감한 도시 주민 중에서는 '절량세대(돈과 식량이 다 떨어진 세대)'라고 불리는 극빈층이 생겨나고 있다.
"도시 주민이 수확기 농촌에 가서 구걸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길에서 노인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다"
"백계가 다해 쥐약을 먹고 자살한 가정이 있었다"
... 이러한 보고가 부지기수다.
◆ UN기관, 40% 이상이 영양 불량 추정
UN식량농업기구(FAO), UN아동기금(유니세프) 등 UN의 다섯 기관이 7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9~21년 영양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수는 1000만 명을 넘어 복한 총인구의 41.6%에 달한다. 내전이 이어지는 중동 예멘과 같은 수준이다. 북한은 틀림없이 아시아의 최빈국이다.
주민들이 굶주리는 것을 알면서도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개발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군사비는 GDP 대비 30%가 넘을 것으로 추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자국민을 아사·병사시키고 있는 시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국가의 안전보장을 핑계로 핵·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깨지고 있다. '인간의 안전보장', 서민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1967년 김일성 1인 독재 체제가 확립된 후 크게 변질됐다. 그것은 김정일, 김정은에게 세습되고 이어져, 김 씨 일족을 향한 절대충성, 절대복종을 무조건 강요하는 사회가 완성돼 버렸다. 주민들을 굶기면서 하는 핵과 미사일 개발은, '김 씨 일족 지배 영속화'가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라를 열고, 민중의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과잉 군사비를 삭감하고 의료와 보건, 위생 분야로 돌리고, 농업에 투자해 근대화를 꾀하고 부족한 식량을 수입하면, 세계 최악 수준의 국민 영양 상태는 금방 개선될 것이다. 주민들의 이익은 김 씨 일족 지배와 대립하고 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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