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현금 수입이 격감해 궁핍에 허덕이는 도시 주민이 늘어나는 가운데, 중고생들이 농촌에 원정해 농작물을 훔치는 행위가 빈발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10월 26일 전했다. (강지원)
◆ 밭에 잠입해 옥수수 훔쳐
정보를 전한 양강도의 협력자 A 씨에 따르면, '농촌 원정'을 가는 건 주로 중학교 고학년 학생들로, 2~3명으로 팀을 짜서 행동한다.
※ 북한의 중학교는 6년제. 고학년은 한국의 고교생에 해당한다.
A 씨는 최근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는, 가난한 집 젊은이들은 중국에 몰래 넘어가 도둑질하는 사람이 많았다. 압록강의 경비 강화로 그게 안되니까, 농촌에 원정 가서 도둑질하고 있다. 검문이 많은 도로를 피해 산을 넘어 가기 때문에 검문도 빠져나간다고 한다.
우리 동네의 가난한 집 학생들 무리는, 이틀에 걸쳐 백암군으로 가서 산중에서 숙박하면서 밭에서 훔쳐서 배낭 가득 옥수수를 담아 돌아왔다. 비교적 단속이 허술한 낮에 훔친다고 한다. 몰래 밭으로 들어가 옥수수 알갱이만 뜯어, 옷에 꿰매 붙인 주머니에 넣고 나온다. 그걸 하루에 여러 번 반복한다고 한다"
※ 백암군은 혜산시 근교의 농촌 지대.
◆ 붙잡히는 학생 속출, 소재 확인까지
그러나, 중학생인 원정대가 무사히 귀환한다는 보장은 없다. 농장에서 잡혀서 학교에 통보되는 사례가 빈발한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의 청년동맹 간부들이 불려가 주의를 받고 문제가 커졌다.
※ 고급중학교 학생은 노동당 산하 청년조직인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에 가입해 통제를 받는다.
학생들의 '농촌 원정'을 심각하게 본 당국은, 학교의 청년동맹조직이나 지역 인민반에 명령해 학생의 소재 확인을 시작했다. 평일은 결석자의 동향을 파악하고, 토요일, 일요일에도 어디에서 누구와 만나 무엇을 하는지, 긴급연락망을 만들어 확인하고 있다.
또한, 만일 학생들이 농장에서 도둑질하다 적발된 경우 교장과 담임교사가 연대책임을 지게 됐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자주 가정방문을 하며 학생 관리에 열중한다고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 굶어 죽지 않기 위한 '도둑질'인데...
A 씨는 이렇게 말한다.
"'도둑질'을 하는 건 부모가 이혼하거나 병을 앓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굶어 죽지 않으려고 도둑질하는 거니까, 단속만 하는 게 아니라 장사를 자유롭게 하도록 하거나 식량을 나눠줘야 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