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으로 중국에서 지폐용 종이와 특수 잉크를 수입하지 못해, 지난해 8~9월경 발행된 임시 금권 '돈표'. 정규 지폐와 언제든지 교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권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과 열악한 종이 질 때문에 발행 직후부터 주민들은 기피했다. 시중에 나온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돈표'는 어떻게 됐을까?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돈표'는 절대 갖지 않으려 한다
'돈표'는 조선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임시 금권, 이른바 쿠폰이다. 액면은 정규 지폐 최고액과 같은 5000원이다.
발행 직후인 2021년 10월, 아시아프레스에서는 노동당의 선전선동부가 작성한 '절대 비밀' 지정 문서를 입수했다. 거기에는 김정은 정권의 통화 정책을 신용하지 않는 주민들이 '돈표'로 결제와 수령을 거부하거나 액면의 80% 이하로 매매하는 '금권 할인'이 횡행하는 등 '돈표'를 둘러싼 혼란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다.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현재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 '돈표'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가?
'돈표'로 돈을 벌겠다는 사람 말고, 일반 개인은 모두 '돈표'를 절대 안가지려고 한다. 개인 중에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된다.
◆ 지금도 '금권 할인'이 횡행
―― 지금도 '돈표'를 할인해 매매하는 현상이 있는가?
돈을 벌려고 '돈표'를 모으는 경우는 있다. 5000원권을 4300원 정도의 저가로 매입해 앞으로 정규 지폐가 다시 인쇄될 때 현금으로 바꿔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단속당하면 모두 몰수된다. 김정은 직접 '방침'(명령)까지 나왔으니, 걸리면 용서 없이 몰수된다.
―― 개인 말고, 기업에서는 사용하고 있는가?
'돈표'로 노임(급여)을 지불한다고 설명하지만, (살고 있는 도시의)국영기업 한, 두 곳에서 실시하는 정도이지, 실제로 '돈표'로 지불된 경우는 적을 것이다. 왜냐하면 받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노임을 '돈표'로 받으면 차액 거스름돈을 현금으로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지금은 '돈표'가 쓰이지 않는 것인가?
사회봉사망(식당이나 국영상점 등 서비스업)과 려객운수업체(버스회사)에는 계속 '돈표'를 사용하라는 지시가 나오고 있다. 기업 간 거래와 결재를 '돈표'로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려객운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탓에 장거리 버스가 제대로 운행되지 않기 때문에 '돈표'는 실제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사회봉사망에서는 거스름돈을 '돈표'로 받는 걸 사람들이 싫어해서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 '돈표'는 종이 질이 나빠서 바로 파손되기 때문에 사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 유력자만 '돈표'로 돈벌이
―― '돈표'를 기업에 가져가면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가?
상품을 사려면 현금이나 전표(기업결제용 증명서)가 필요하다. 시내의 강철 공장에서 경리 일을 하던 여성이, '돈표'를 모아서 그걸 전표로 바꾸어 빵 공장, 맥주 공장에서 물품을 받고 장사했는데 단속에 걸려서 6개월 노동단련대에 보내졌다.
※ 노동단련대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경미한 죄를 저지른 자를 사법절차 없이 수용하여 1년 이하의 강제노동을 하게 하는 '단기강제노동캠프'를 말한다. 전국의 시·군에 있는 안전국(경찰)이 관리한다.
'돈표'는 정규 지폐로 교환할 수 있는 한도액이 있다고 한다. '돈표' 장사도, 일반 공장이나 기업소 간부는 뛰어들지 못하고 힘 있는 놈들끼리 돌려가며 돈을 벌고 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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