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수와 탈북 미수 빈발, 마치 계엄령 상황
김정은 정권이 중국과의 국경에 인접한 양강도에서 지금껏 오후 7시였던 야간통행금지 조치를 11월부터 오후 6시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에서는 10월 초 무렵부터 밀수와 탈북을 도모하다 적발된 사건이 빈발했기 때문에, 상부에서 완전 근절 지시가 내려와서 마치 계엄령인 듯한 상태이다. 현지 취재협력자가 전했다. (강지원/이시마루 지로)
◆ 국경에 접근하는 자는 무조건 사격하라고 포고가 나왔다
양강도에 사는 여러 취재협력자가 정보를 전해왔다. 중심도시인 혜산시에서는 저녁 5시경부터 단속 요원이 거리에서 호각을 불며 귀가를 종용하고, 6시까지 시장도 모두 폐쇄된다고 한다. 밀수나 탈북은 야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주민을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김정은 정권은 2020년 8월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완전히 차단한다는 구실로 중국과의 국경지대를 다른 도, 함경북도, 자강도, 평안북도를 포함한 전역에 '북부 국경봉쇄작전을 저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라는 포고를 사회안전부(경찰) 명의로 내렸다.
'국경에 접근하는 자는 무조건 사격'한다는 엄격한 내용에 더해, '야간통행금지 시간은 4월부터 9월까지는 20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10월부터 3월까지는 18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로 한다'는 내용이 명기돼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 폭발이 일단락한 8월경부터 방역 규제가 조금 느슨해져,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10월이 돼도 야간통행금지는 종전 오후 8시부터 그대로였다.
◆ 잇따른 밀수와 탈북 미수로 엄계 태세
상황은 10월 들어서부터 바뀌었다. 양강도 보천군, 삼지연시와 김형직군에서 밀수와 중국으로 도피 기도가 연이어 적발, 11월부터 통행금지 시간이 오후 6시부터로 앞당겨졌다. 현지의 살벌한 분위기를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전력난으로 불도 제대로 켜지지 않는 집으로 빨리 돌아가야한다. 거리에서는 안전국, 보위국(비밀경찰) 사람들이 야간에도 교대 근무까지 하며 단속을 시작했다. 규찰대도 거리마다 규제하고 있다."
※ 규찰대는 사회풍기위반을 단속하는 조직. 학생, 청년단체, 여성단체 등에서 인원을 선발한다.
"오후 6시를 넘어 외출하는 사람은 무조건 안전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는다. 무엇 때문에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 확인되지 않으면 돌려보내지 않는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야간에 침을 맞으러 간 사람들이 중국으로 넘어가려고 했다고 오해받아서 밤새도록 안전국에 잡혀 있었던 일이 있었다.
사람들의 불만은 강하지만, 단속을 담당하는 기관에 대해 상부에서, '향후 국경에서 밀수, 탈북을 절대 발생토록 하지 않겠다'라고 충성의 맹세를 시켰다고 한다"
◆ 밀수에 도전하는 자는 '영웅'
야간통행금지만이 아니다.
압록강 상류는 강폭이 좁아, 양강도는 육로 밀수와 탈북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협력자들에 따르면 강변에는 고압 전기선이 둘러쳐졌고 감시카메라가 여기저기에 설치돼 있다. 15분 간격으로 국경경비대가 순찰하며 중국으로 넘어가려는 사람을 총격하는 사건도 가끔 발생하고 있다. 진위는 불명이지만 일부 지역에는 지뢰를 매설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당국은, 중국 측에서도 코로나 대책으로 검문을 하기 때문에 만일 중국으로 넘어가도 100% 잡힌다고 주민들에 경고하고 있다. 이런 엄계 상황에도 밀수하려고 하는 사람은 먹고살 방법이 없으니 목숨을 내놓고 도전하는 게 틀림없다.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11월 12일 시점에서 함경북도 국경도시인 무산군, 회령시에서는 야간통행금지가 종전대로 오후 7시부터 실시되고 있다고 현지 협력자가 전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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