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을 기다리는 여성 쌀 장사꾼. 쌀 이름과 가격표가 놓여 있다. 2012년 11월 양강도 혜산 시장에서. 아시아프레스 촬영

25년 전인 1997년, 나는 북한과 국경을 접하는 중국 지린성의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자주 오갔다. 두만강을 넘어 엄청난 수의 기민(飢民)들이 계속 유입되어,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모두 한결같이 앙상한 모습으로 허술한 옷을 입고 있었다. '식량 배급제가 무너저 많은 주민이 굶어 죽고 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시장은 범보다 무섭다…

대체 북한 국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두만강변 조선족 농촌에 머물면서 월경해 온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만났다. 며칠 동안 인터뷰한 한 노인이 말했다.

"시장이란 건, 범보다 무서운 것이다"

배급이 없어져 각지에 암시장이 생겨나, 금지 제품이었던 쌀과 옥수수 등 식량을 비롯해 의류품과 의약품, 가축까지 무엇이든지 사고팔게 됐다. 나라는 시장을 통제할 수 없게 돼 기존의 통치 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노인은 살짝 히죽 웃으며서 그렇게 설명했다.

2003년, 김정일 정권은 마침내 배급제의 부활을 포기하고 암시장을 합법화했다. 시장은 점점 증식을 거듭해 위성사진 연구 등으로 미루어 볼 때 현재 그 수는 전국에서 400~500곳에 달한다고 보인다. 사람들은 시장 활동을 통해 현금을 벌고, 자력으로 먹고살 수 있게 됐다. 배급이 있던 시대보다 생활의 질은 눈에 띄게 향상돼 세 끼 백미를 먹는 도시 가정은 드물지 않게 됐다.

‘량곡판매소’ 간판이 걸린 건물. 열린 문 안엔 텅빈 방뿐이고 쌀은 보이지 않는다. 2012년 11월 량강도 혜산시에서 아시아프레스 촬영

◆국영 '량곡판매소'의 부활이 본격화

그런데 지금, 김정은 정권은 식량 유통구조를 크게 바꾸려 하고 있다. 아시아프레스가 그 단서를 잡은 것은 19년 경이다. 개점휴업 상태였던 국영 '량곡판매소(식량판매소)'의 가동을 각지에서 시작하면서 식량을 시장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팔게 됐다. 그러나 질이 좋지 않고 재고도 부족해서 시장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 김정은 정권은 2014년에도 '량곡판매소'에서의 판매 강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북한 당국, 식량유통 통제에 나선 듯...쌀 시장 거래 금지」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되자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국경 봉쇄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이 격감하고, 주민의 지역 간 이동이나 상행위를 엄격히 통제한 탓에 도시 주민은 현금 수입을 크게 잃었다.

북한에 사는 취재파트너들의 보고를 종합하면, 2021년부터 '량곡판매소'에서는 '재고가 있을 때 판다'는 방식에서 월 1회, 1인당 5kg 정도를 세대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돈이 없는 서민은 환영했다.

또한 출근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한 달에 몇 kg 정도이지만, 별도로 저렴하게 판매하게 됐다. 다만 무단결근이 겹치거나 직장을 이탈한 자는 제외됐다. 예전 배급제의 부활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몇 개월간 1g의 지급도 없는 기간이 있거나 직장에 따라 차이가 있거나 하는,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졌다.

(참고사진)농촌에서 사온 음식을 자전거로 나르고 있는 남성. 도시의 곡식 도매 상인에게 판매한다. 이익이 적기 때문에 가난한 도시 주민이 하는 일이라고 한다. 2010 년 10 월 평안남도에서 김동철 촬영.

◆ 시장의 곡물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런데, 애초에 시장에서 팔리는 식량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농민들이 협동농장의 수확에서 분배로서 자기 몫으로 받은 것과, 농장 자체가 현금을 만들기 위해 보관하던 것이 시장에 도매됐다. 농장 간부나 군대 등 기관으로부터 부정으로 빼돌린 곡물, 수입된 외국산도 유입됐다.

국가가 식량 유통을 꽉 쥐기 위해서는 국가관리분을 늘려야 한다. 당국은 올가을, 농장에서의 유출을 철저히 단속했다. 수확이 시작되는 9월부터 농장에 군대를 배치해 밭과 창고의 경비를 세웠다. 농촌으로 통하는 길목에서 짐을 검사해 곡물이 발견되면 몰수했다.

한편 시장의 식량 장사꾼에 대해서는, 판매 가격의 인하를 강요하는 동시에 곡물의 입수 경로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장래에는 시장에서의 곡물 판매를 중지하고 '량곡판매소'로 일원화한다고, 11월 들어 당국으로부터 통고가 있었다"라고 각지의 취재협력자들은 입을 모은다.

◆ 식량 전매는 '칼로리 통치'의 부활

김정은 정권이 지향하는 바는 식량 유통의 주도권을 시장으로부터 탈환해 식량의 '국가 전매제'로 이행하려는 것이라고 필자는 보고 있다. 그 의도는 '칼로리 통치'일 것이다. '먹여줄 테니까 말을 들어라' 라는식의 주식을 통제와 지배의 도구로 활용하는 '양정(糧政)'의 부활이다.

코로나 전,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시장경제 비율은 50%를 넘었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개인으로 열심히 벌어 살고 있다. 지도자의 은혜로 먹고사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식이, 지난 20년간 북한 서민들 사이에 확실히 자리 잡았다. 그것은 통치자 입장에서는 걱정거리가 되지 않을수가 없을것이다.

'시장은 호랑이보다 무섭다.' ―― 김정은 정권에게 강한 위기감이 있는 것은 아닐까.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내부영상> 농촌의 식량을 장마당으로 운반하는 도시빈민, '되거리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