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투른 침구치료로 인명사고까지 발생
심각한 의약품 부족으로 의료 붕괴 상태인 북한에서, 주민들은 질병 치료를 위해 침과 뜸, 부항 등 민간 한방요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미숙한 시술로 인한 사고도 발생하고 있는 모양새다. 2022년 11월 김정은이 직접 '비법의료행위'의 근절을 지시, 당국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프레스는 '절대비밀'로 지정된 내부문서를 입수, 국내 취재협력자의 최신 조사와 함께 보고한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민간 한방요법에 대한 단속은 지난해 12월 들어 엄격해졌는데, 본격화한 것은 2023년 들어서부터다. 북부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개인은 절대 질병 치료해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당국으로부터 엄격한 통지가 있었다. 김정은의 방침이 내려왔다고 한다. 뜸, 침, 부항 등 의료행위를 하면 '노동단련대'에 보낸다고 한다. 치료받으러 가는 것도 금지됐다.
앞쪽 (남부)에서, 책으로 공부만 한 사람이 어린이 환자에게 침을 놓아서 내장이 파열한 사고가 있었다는 설명이 있었다. 양강도에서도 미숙한 사람에 의한 치료로 종종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 노동단련대 :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거나 당국의 통제에 따르지 않았다고 간주된 자, 경미한 죄를 저지른 자를 사법절차 없이 수용해 1년 이하의 강제노동에 처하는 '단기강제노동캠프'. 전국의 시·군에 있으며 안전서(경찰)가 관리한다.
◆ 의약품 고갈돼 민간요법 대유행
북한에서는 무자격자에 의한 침구 등 민간요법은 이전부터 이뤄졌지만, 대유행한 것은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다. 김정은 정권이 중국과의 무역을 거의 중단해 버렸기 때문에 의약품이 들어오지 않게 됐고, 병에 걸린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간요법에 의한 치료에 의지한 것이다.
"우리 인민반에도 침치료 하는 사람이 네 명이나 있다. 모두 전문적인 경험이 있는 건 아니고, 책으로 공부하거나 경험자한테서 배운 것뿐인 사람들이다. (2022년 5월에) 코로나가 대유행했을 땐 그 사람들이 꽤 벌었다. 침을 한 번 맞는 요금은, 경험이 적은 사람은 5위안 정도. 잘하는 사람은 10위안이다. 약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으니,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의지하고 있다. 간부들도 왕진을 의뢰할 정도다"
※ 인민반은 최말단 행정조직. 지구마다 20~30세대 정도로 구성된다.
※ 1위안은 약 184원.
◆ 절대비밀문서의 내용은
아시아프레스는, 민간요법 단속을 김정은이 지시한 '절대비밀' 지정 내부문서를 입수했다. 주제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2022년 11월 26일 지시 비법위료행위를 하는 현상에 대한 대책적의견'이다.
김정은의 지시를 받아, 노동당이 지방의 국영기업 간부에게 '비법의료행위' 근절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하는 그 주요 부분이다. ( ) 안은 편집부 주.
당 및 근로단체조직들에서, 주민, 종업원들속에서 돈벌이를 목적으로 비법의료행위를 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한 교양과 통제를 강화하도록 하려고 합니다.
사회안전기관(경찰)을 비롯한 법기관들에서 비법의료행위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며 비법적인 의료행위를 하다가 인명피해 등 각종 사고를 발생시킨자를에 대하여서는 공개투쟁을 벌리고 법적으로 엄하게 처벌하여 주민, 종업원들을 각성시키도록 하려고합니다
◆ 김정은은 질서의 혼란이 싫었나
김정은이 민간요법 근절에 직접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추측하자면, 실제 사고가 빈번한 점과, 국가의 의료체계에서 벗어나는 치료행위가 대유행하는 '사회질서의 혼란'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대대적인 의료행위 단속에 대해서 협력자는,
"민간요법을 해온 사람들은 단골만 잘 관리하며 단속의 눈을 피해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도 침 한 번 못 맞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