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연초 연례행사인 '퇴비전투'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노동당 간부까지, 전국민이 거의 한 달에 걸쳐 인분을 모아서 퇴비를 만드는데 동원된다.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올해 1월 7일부터 27일까지 예정으로 시작된 '퇴비전투'는, 2월 들어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강지원)
북한에서는 만성적으로 비료가 부족하다. 화학비료의 국내 생산과 수입만으로는 필요량을 충당하지 못해서, 새해 들어 전국에서 일제히 '퇴비전투'에 들어가는 것이 연중행사가 된 지 오래다.
'퇴비전투'에는 북한 전 국민, 전 조직이 참가한다. 한 달 남짓이지만 국가총동원을 실시하는 목적은, 비료 확보가 사활을 걸 만큼 중요하다는 점에 더해, 권력의 지령으로 사람과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회의 기풍과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점도 있다.
◆ 노동자 1명에 1톤이 할당량
"참가자에게 부과되는 올해의 과제(할당량)는 노동자가 1인 1톤, 부양가족(주로 가정주부를 가리킨다)은 500kg, 학생과 노인은 300kg입니다"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는 이렇게 전했다. 할당량은 지난해보다 약간 적은 모양새다. 그만큼, 속임수가 나오지 않도록 처벌 규정이 엄격해졌다고 한다.
※ 퇴비 생산 할당량이 전국 균일인지, 지방마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지역별 할당량 수행계획을 인민위원회(지방정부), 동사무소, 기업이 책임을 지고 진행하도록 하고, 퇴비의 수량을 속이거나 뇌물을 주고 계획을 달성한 것처럼 하는 부정이 발각된 경우 법무부를 통해 처벌한다고, 사전에 통지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개인에게도, 과거에 횡행한 바 있는 '퇴비전투'에 참가하는 대신 돈을 납부하는 행위를, 남녀, 지위, 나이와 상관없이 일절 용서치 않는다고 당국은 경고했다. 다만 농촌에 퇴비를 운반하기 위한 기름값을 내는 것으로 참가를 피하는 사람은 올해도 있다고 한다.
◆ 똥 누는데 양동이 가져간다
그렇다면, 올해의 '퇴비전투' 기간 동안 거리에서는 어떤 광경이 펼쳐지고 있을까? 양강도의 협력자 보고를 정리했다.
"노동자는 매일 아침, 인분을 담은 마대를 메거나 '구루마'(소형 리어카)를 끌거나 해서 출근합니다. 공장에서는 마당을 번호로 구분해서 그곳에 직장별로 모은 퇴비를 쌓아갑니다.
소속된 단체별, 기업별, 인민반별로 생산 경쟁을 시키고 있고, 조직에서 설정한 구간에서는 다른 단체와 인민반 사람이 인분 수집을 못하게 합니다.
똥 눌 때는 공동변소에 양동이를 가져갑니다. 그 자기 똥에 석탄재와 잔반, 배수장의 흙까지섞어 가져가야 해서, 매일 아침 지긋지긋합니다"
◆ 처벌 두려워 고급 간부도 인분 메고 출근
협력자의 보고는 계속된다.
"올해 흥미로운 것은 고급 간부들의 눈빛이 다르다는 것. 도당과 행정 간부들이, 매일 우리와 똑같이 인분으로 만든 퇴비를 메거나, '구루마'를 끌거나 하면서 출근합니다. 앞장서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예전에는 기간 중에 1~2번 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매일 하고 있습니다. 간부들은 모인 인분이 어디서 퇴비가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자기 과제만큼은 앞장서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게 주민들이 곤란해하는 겁니다. 간부가 솔선수범해서 매일 인분을 모으니까, 융통성이 없어서 오히려 부담이 커졌습니다"
3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김정은 정권은 사회통제를 엄격하게 했다. 특히 간부에 대해서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앞장서서 일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태만과 형식주의 등 열의가 부족하다고 간주된 간부는 지위 박탈이나 당으로부터의 제명 등 엄격한 처벌이 가해지고 있다. 지난 3년간, 간부들 사이에서도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 노동당원은 퇴비생산에 앞장서
"직장과 지역에서 생산한 퇴비는 농장으로 운반합니다. 예년에는 농장의 입구까지 옮겨서 쌓아 두는 방식이었는데, 올해는 기업과 단체마다 담당하는 논과 밭이 지정돼 그곳까지 옮겨야 했습니다. 당국이 지정한 농장까지 거리가 멀면, 운송을 위한 기름과 차량 조달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1월 15일부터 노동당원만으로 조직된 '퇴비생산돌격대'라는 특별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직장과 단체의 당원이 퇴비생산의 선두에 서서 사회의 모범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함경북도 당원 취재협력자는, "당원도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라서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금, 당의 정책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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