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매상은 일전(一轉)해 묵인
북한의 북부도시 공설시장에서, 쌀과 옥수수의 판매가 1월부터 전면 금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부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의 여러 취재협력자가 확인해 전해왔다. 이 조치에 의해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국영인 '량곡판매소'밖에 없게 됐는데, 판매량이 크게 부족해서 불안이 확산해 여러 가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가 시장에서의 식량 판매 금지를 확인한 곳은 북부지역 4개 도시. 수도 평양과 다른 도시의 상황은 정보가 없어 불분명하지만, 전국적인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지난해 말, 2023년부터 시장에서 일절 식량 매매를 금지한다고 시장관리소에서 상인들에게 통보했고, 실제로 연초부터 조치가 실시됐다. 판매 금지된 것은 주식인 쌀과 옥수수로, 감자와 콩 등의 '비양곡' 판매는 가능하다"
양강도의 협력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함경북도 협력자의 보고도 마찬가지였다.
◆ 판매금지에 이르는 경위
시장에서의 식량 판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코로나 방역을 긴급 최우선책으로 한 김정은 정권은 중국과의 무역을 거의 중단했고, 국내에서는 사람과 물건의 이동 및 유통을 엄격히 통제했다.
그 결과, 심각한 물자 부족이 발생해 식량 가격도 요동쳤다. 당국은 시장에서의 식량 거래에 개입, 판매 가격의 상한을 설정해 상인에게 그 엄수를 강요하고 매점매석 행위를 감시했다. 억지로 식량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김정은 정권은 국영 '량곡판매소'의 확충을 시도했다. 이미 2019년부터 각지에서 쌀과 옥수수를 시장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비정기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전국으로 운영을 넓혔다.
북한에 사는 취재협력자들의 보고를 종합하면, 2021년부터 '량곡판매소'에서는 '재고가 있을 때 파는' 방식에서, 월 1회 1인 또는 세대당 5kg 정도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22년 12월 시점의 시장 가격은, 대체로 백미 6000원, 옥수수 3000원이었지만 '량곡판매소'에서는 백미 4400원, 옥수수 2400원으로 균일했다. (모두 1kg 가격. 한화 1000원이 약 6400원) 중국 위안과 미국 달러 등의 외화로도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출근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한 달에 몇 kg 정도이지만, 별도로 식량 배급이 실시됐다. 단, 여러 번 무단결근했거나, 직장을 이탈하거나 한 자는 제외됐다. 과거 배급제의 부활처럼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몇 달이나 1g의 지급도 없는 기간이 있거나, 직장에 따라 차이가 있거나 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됐다.
이처럼, 김정은 정권은 시장을 강하게 억제하는 한편, '량곡판매소'에서의 유통에 주력했다. 식량의 국가전매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 20년 만에 시장 판매를 비합법화
지난해 가을 수확 후, 시장에서의 식량 유통 규제는 단숨에 심해졌다. 상인이 농촌에서 유출하는 식량을 구입하는 것과, 무역회사가 보유한 식량을 상인에게 판매하는 것이 엄격한 단속 대상이 됐다.
시장에서는 상인에게 곡물의 출처를 증명하는 서류의 제출을 요구했고, 판매량도 제한됐다. 쌀과 옥수수를 진열해 파는 것이 금지되지는 않았지만, 벌이가 되지 않자 식량 판매를 그만두는 상인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올해 1월 초부터, 마침내 시장에서의 식량 거래 전면 금지가 강행됐다. 2003년 암시장이 합법화된 이후 처음이다.
◆ 시장에서의 판매 금지의 부작용
이하는, 협력자와의 일문일답. 양강도 협력자 두 명의 답변을 정리했다.
―― 시장에서 식량을 팔 수 없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구입하나? 직장의 배급과 '량곡판매소'에서의 판매분으로는 턱없이 모자랄 텐데.
쌀 상인들은 자택에서 계속 팔고 있다. 지난해 가을 단속이 너무 엄격해서 상인 집까지 돌면서 감시했는데, 살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불안감이 커지니까, 이제 당국은 자택에서 매매하는 건 눈을 감아주고 있다. 시장에서 식량을 진열해 파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 왜 상인의 자택 거래가 묵인되게 된 것인가?
국가가 인민에게 제대로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는데도 시장의 거래까지 금지했기 때문에, 노인만 있는 세대나 '경노동' (병약자와 장애인 등 통상근무를 경감받은 사람들), 부양가족분은 어떻게 구하란 말인가? 문제가 한꺼번에 발생했다. 식량을 사지 못해 굶는 사람도 나오고 있어서, 상인이 집에서 매매하는 건 단속을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함경북도 협력자도 같은 내용을 전해왔다)
―― 곤궁한 주민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시장에서는) 지금까지는 돈이 없어도 아는 상인한테 물건을 맡기고 외상으로 살 수 있었고, 어떻게든 하루살이를 할 수 있었다. '량곡판매소'에서는 일절 외상이 되지 않고, 가격 흥정도 못 한다. 시장에서 외상으로 산 쌀과 옥수수로 음식(떡 등)을 만들어 팔고, 그 벌이로 연명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런 장사 자체를 못 하게 해 버렸다.
――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는데…?
현금 수입이 없다. 외상으로 먹을 것을 살 수도 없다. 그래서 농촌에 가서 구걸하는 사람까지 있다. 내 주변에도 하루 한 끼, 두 끼로 버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이 쇠약해져 죽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굶어 죽는다고 절대 말하지 않고, 병사했다고 처리하고 있다.
◆ 당국은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 당국은 시장에서의 판매 금지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국가 식량을 불법으로 거래해 손에 넣고 가격을 끌어올려 시장에서 파는 행위나, 부자가 시장에서 산 식량을 고가로 재판매하는 행위를 없애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과 농장이 필요한 자재를 사기 위해 식량을 팔아 현금화하는 현상도 모두 없애겠다는 것이다.
―― 김정은 정권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장사가 너무 안돼서 모두 살기 힘들다. 많은 사람이 '량곡판매소'에서의 판매에 의지하고, 직장의 배급에 신경을 쓰고 있다. 배급을 주는 직장에 들어갈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정부는 그것을 노리고 시장의 식량 판매를 통제하고 있다고 본다. 3월 말에 중국에서 식량이 대량으로 들어온다는 정보가 전해져,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식량 유통을 시장에게서 빼앗아 국가가 독점하려고 하고 있다. 그 성패의 행방은 알 수 없지만, '먹여줄 테니 말을 들어라'라는 '칼로리 통치'로의 이행이 진행 중인 것은 분명하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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