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군입대 수속을 '초모'라고 한다. 원래는 신병 모집이지만, 의무병역제이므로 실질적으로는 징병 절차이다. 복무 기간은 매년 정해진다. 올해의 경우 원칙 남자는 8년, 여자는 지원제인 5년이다. (아시아프레스 조사)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 해당) 졸업 시 진학하지 않는 학생 대부분이 입대하는데, 올해는 입대를 기피하려는 자가 예년보다 많아서 당국은 처벌을 내비치며 압박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으로는 군입대의 장점이 희미해진 데다 '핵 강국'이라는 것을 국내에 지나치게 선전한 영향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궁핍한 부모는 아들·딸의 배웅도 못 한다
'초모' 행사는 매년 3월 말부터 4월 초순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새로운 군복을 입은 신병이 각지에서 모여 거리를 행진하며 배속처로 보내진다. 곱게 키운 아들·딸이 부모 곁에서 떠나는 순간이며, 부모들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배웅한다. 북한의 봄 연례행사다.
그런데, 올해는 주민의 빈곤과 사회 통제 강화를 반영해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김정은 정권은 진학을 장려했으며, 대학이나 전문학교에 들어가면 입대가 유예된다. 북한에서 고급중학 졸업 후 대학 진학률은 20~30% 정도. (제대 후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 여유 있는 집에서는 진학시켜 군대에 가지 않도록 한다. 반면 가난한 가정에서는 제대로 먹일 수 없기 때문에 아들을 군대에 보내면 어떻게든 식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게 부모 생각이다"
북부 양강도의 취재협력자 A 씨는 3월 말 이렇게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3년을 지난 지금, 경제악화로 주민들은 힘든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취약층 가운데에는 영양실조와 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운흥 쪽에서 혜산으로 '초모' 행사 때문에 온 아이들은 돈이 없어서 잘 곳이 없어서, 부모들이 함께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민가의) 방을 빌렸지만 그곳 인민반에서 불법이라고 신고해 안전원(경찰관)이 단속하러 나오자 부모들이 울면서 항의했다. 또한, 농촌의 부모 중에는 아이들의 '초모' 행사에 동행하지 못해 옥수수 10kg을 짊어지워 보낸 집도 있다. 함께 가고 싶어도 돈이 없는 것이다"
◆ 입대 기피 엄격히 단속
올해는 입대 기피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양강도 취재협력자 B 씨는 이렇게 말한다.
"가정의 궁핍이나 지병을 핑계로 군입대에서 도피하려는 자에 대해, 정부는 엄격히 통제할 방침이다. 제지공장 노동당위원회에서는 젊은 종업원이 '초모'를 기피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대책 회의를 했다. 기피한 경우는 농촌에 배치하거나 (건설전문조직인) 돌격대에 입대시키고, 부모에게 연대 책임을 물어 추방하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위연동에 사는 학생이 군대에 가고 싶지 않아서 병이라고 말하며 신체검사와 심사를 받지 않고 동원기일을 미루고 있었는데, 당조직이 입대 기피로 간주하고 부모를 당에서 제적 조치했다"
입대를 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를 군복무시킬 인센티브가 크게 감퇴했기 때문이다. 재작년 김정은 정권은 남자의 군 복무기간을 13년에서 8년으로 대폭 단축했지만 이와 동시에 제대한 뒤 노동당에 우선적으로 입당할 수 있는 우대 조치를 축소해 제대 후의 사회생활을 보고 입당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북한에서 노동당 입당은 사회에서의 발전과 출세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오히려 군대에서 제대한 뒤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농촌과 탄광에 무리하게 배치하거나 돌격대에 동원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꼭 아들·딸을 군대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늘어난 셈이다. 당국은 이런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는 사람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병약해서, 군대에 가면 몸을 망칠 거라 걱정한 부모가 군사동원부를 몇 번이나 찾아가 간청했지만 한 번 등록된 인원은 뺄 수 없다고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B 씨는 말한다.
※ 군사동원부란, 병역 사무를 취급하는 국방성대열보충국 산하의 관공서를 말한다.
◆ 입대 예정자에게 '불순행위' 자백하라
당국은 3월 말부터 '초모' 예정자를 대상으로 군사동원부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B 씨는 친척 아들이 입대 예정이라서 그 내용을 들었다.
"입대 전 군 복무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과거에 부대에서 탈주하거나 생활제대(영양실조 등으로 중도 제대)하거나 해서 군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례와 반대로 군 생활을 훌륭하게 해서 간부가 된 사례를 소개하고, '핵 강국의 군인답게 군 복무를 훌륭히 수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불건전한 생활을 하던 학생들은 자신의 실수를 자백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당국이 불순하다고 규정하는 영상을 접한 적 있는 젊은이들은 북한에 많이 있다. 이들이 입대해 외부 정보를 군대 내에 퍼트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미리 자수, 자백을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 핵 대국이라면 싸울 필요가 없지 않나?
한편, 정작 젊은이들의 군생활에 대한 생각은 지극히 무미건조한 듯하다.
"정부가 '우리에게는 핵이 있으니 누구도 절대로 공격할 수 없다'라고 여러 번 선전했기 때문에, 젊은 청년들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혹시 일어나도 자기들이 싸울 일은 없을 거라고 당당히 입 밖에 내게 됐다" (B 씨)
김정은 정권이 국민에 대해 '핵 대국'이라고 과도하게 홍보해 왔기 때문에, '초모'에 직면한 청년들 사이에서는 전쟁은 일어나지 않으니 군생활은 적당히 하면 된다는 느슨한 생각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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