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부터 대대적 단속 캠페인 시작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지난 1월 제정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조문과 운용 실태가 명확해지고 있다. 한국을 '괴뢰'라고 표기하고 한국식 말투를 철저히 배격하는 것을 조직이나 주민에게 요구하고, 사용하거나 유포시킨 경우 최고형은 사형이라고 명기했다. 4월 들어서는 각지에서 한국어 외에도 외래어, 일본 유래어 사용을 단속하는 캠페인이 시작되고 있다. 실태를 3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이시마루 지로/강지원)
◆한국어 사용 · 유포 엄벌, 최고형은 사형으로 명기
지나친 법률이다.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가 올해 1월 18일에 채택했는데, 구체적인 조문은 비공개로 불분명한 채였다. 한국의 북한전문매체 데일리 NK가 전문을 입수하여 공개하였다.
제1조에서 이 법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괴뢰말투를 쓰는 현상을 근원적으로 없애고 비규범적인 언어요소를 배격하며 온사회에사회주의적 언어생활 기풍을 확립하여 평양문화어를 보호하고 적극 살려나가는데 이바지한다.”
그리고 한국식 표현을 쓰거나 유포할 경우 벌금, 교화, 사형에 처할 것을 명기했다.
제58 조 (괴뢰말투 사용죄)
괴뢰말투로 말하거나 글을쓰거나 괴뢰말투로된 통보문,전자우편을 주고받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서체로 표기된 인쇄물,록화물,편집물,그림,사진,족자같은것을 만든자는 6년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
제59 조 (괴뢰말투류포죄)
괴뢰말투를 다른사람에게 배워주었거나 괴뢰말 또는 괴뢰서체로 표기된 인쇄물,록화물,편집물,그림,사진,족자같은것을 다른사람에 게류포한자는 10년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
※ 평양문화어보호법 전문은 연재 3회 차에 소개한다.
◆ 주민에게 단속 실태 묻다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 이후 이 법의 계몽과 운용 실태에 대해 북한 관영매체가 언급하고 있는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4월 들어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취재 협력자들로부터 한국어 표현 외 외래어, 일본 유래 단어 사용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사회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속속 보고가 들어왔다.
아시아프레스에서는 함경북도와 양강도에서 '말사냥'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함경북도 A시 국영기업에 근무하는 노동당원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A시에서도 평양 문화어를 사용하라는 회의나 강연을 많이 했어요. 당의 회의라는 것은 대체로 형식적이지만 이번 '평양문화어보호법'은 특별히 엄중하고 모든 기관, 기업소, 조직이 끝까지 추진해 나가야 할 중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앞장서서 주변에서 쓰이는 외래어나 사투리, 한국식 말투를 적발해서 투쟁하고 모범을 보이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통보문(메일, 문자메신저) 등으로 한국식 말투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보문에 나타나는 한국식 말투, 짧은 줄임말, OK 등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청년동맹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왜 평양문화어가 중요한지 매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 청년동맹이란 노동당 산하의 청년조직으로 정식 명칭은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학생과 대략 30세까지의 노동자로 조직된다.)
“매주 토요일 청년동맹 생활총화에서는 평양문화어를 사용하지 않거나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위반하거나 한 실례를 자신의 주위에서 찾아내 바로 잡으라는 과제를 분공으로 할당했습니다. 또한 주위에서 사용되는 비정상적인 발음을 모두 수집하여 제출할 것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 한국어를 뿌리째 뽑을 때까지 한다
“어르신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얘기하는데, 그것을 들은 청년들은 반드시 '그런 말은 쓰지 말라'고 지적하고 문제제기를 해야만 하는 거죠. 이번 법을 내세워 지적하니 누구도 반발할 수 없는 거죠. 사람 눈치가 보여서 말도 못하게 됐다는 투정이 나올 정도로 단속이 심합니다.
한국식 말투에 대해서는 뿌리를 뽑을 때까지 한다고 합니다. 한국식 표현을 했다는 신고를 받고 끌려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같은 말인데 어투를 높게 했다거나 낮게 했다가 괴뢰의 말로 말한 것으로 간주되어 호출을 받을 정도입니다. 심각해요.”
“(말사냥을) 이렇게 엄하게 한 적이 없어서 이렇게까지 하는가 하고 놀라고 있어요. 엄하게 하는 이유는 통보문부터 말투, 말씨까지 (북한 말이) 상당히 한국투로 돼버렸기 때문일 겁니다. 통보문에서도 암호 같은 짧은 말을 많이 써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제 한국어를 흉내내지 못하는 것은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니까요. 그것을 어떻게든 바로잡겠다는 게 목적이겠죠.” (다음에 계속)
※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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