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내부조사>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따른 '말사냥' 시작 (1) “한국어, 사투리, 외래 낱말 박멸하라” 최고형은 사형으로 명기
◆최고형은 사형
김정은 정권은 올해 1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했다. 4월 들어 기업소과 사회단체에서 본격적인 단속 캠페인이 시작됐다. 한국식 말투나, 외래어, 일본 유래 단어, 사투리을 철저히 배척해야 하며, 사용한 사람이 경찰에 신고 당해 조사를 받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최고형은 사형이다. 시작된 '말사냥'의 실태를 북부 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에게 물었다. (이시마루 지로 / 강지원)
◆ 괴뢰 = 한국식인 '오빠', '님'은 사용하면 안된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조문은 놀랍다. 한국을 괴뢰로 부르는 조문은 적의로 가득하다. 법의 조문은 한국의 북한 전문 미디어 '데일리 NK'가 3월 입수해 공개했다. 조문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전문 번역은 연재 제3회째에 게재한다.
제18조 (괴뢰말찌꺼기박멸의기본요구)
괴뢰말찌꺼기를 박멸하는것은 우리의 사회주의제도와 우리인민의 정신문화생활을 고수하고 혁명진지,계급진지를 더욱 굳건히 다지기위한 중요요구이다. 기관,기업소,단체와 공민은 투철한 대적관념을 지니고 우리의 언어생활령역에 침습한 괴뢰말찌꺼기를 전사회적인 투쟁으로 무자비하게 쓸어버려야 한다.
제19조(괴뢰식부름말을본따는행위금지)
공민은 혈육관계가 아닌 청춘남녀들사이에 《오빠》라고 부르거나 직무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것과 같이 괴뢰식 부름말을 본따는 행위를 하지말아야한다. 소년단시절까지는 《오빠》라는 부름말을 쓸수있으나 청년동맹원이 된 다음부터는 《동지》,《동무》라는 부름말만을 써야한다.
'소년단'에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초급중학 3학년까지의 모든 어린이가 가맹한다. 고급중학 1학년부터는 '청년동맹'으로 조직된다. 어린 시절은 괜찮지만 청년이 되면 '오빠'가 아니라 '동지', '동무'라고 부르라는 것이다 (북한의 의무교육은 유치원 1년, 초등학교 5년, 초급중학 3년, 고급중학 3년의 12년이다).
◆ 아이에게 한국풍 이름을 짓는 것은 금지
게다가, 조문에서는 한국풍 말투를 세세하게 기록해 금지하고 있다.
제20조 (괴뢰식어휘표현을 본따는 행위 금지)
공민은 언어생활에서 괴뢰식어휘표현을 본따는 행위를 하지말아야 한다.
제21조 (괴뢰서체,괴뢰철자법을 사용하는 행위 금지)
공민은 괴뢰서체와 괴뢰철자법으로 글을 쓰거나 문서를 만드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제22조 (괴뢰식억양을 본따는 행위 금지)
공민은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는 괴뢰식억양을 본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제23조 (괴뢰식이름짓기의 금지)
공민은 자녀들의이름을 괴뢰식으로 너절하게 짓거나 손전화기,콤퓨터망에서 괴뢰말투를 본딴 가명을 만들어 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 손전화는 휴대전화를 이르는 말. 컴퓨터망은 인트라넷.
◆한국식 말투로 사정없이 조사
아시아프레스에서는 4월 상순부터 함경북도와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에게, '말사냥'의 실태에 대해 물었다. 이번 회에는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 여성의 보고를 적는다. 그녀는 가정주부로서 폭넓게 상행위를 하고 있다.
―― 단속은 조직적입니까?
여맹, 기업소, 단체들에서 한국 말투나 외래어나 일본어에 대한 단속을 하라는 겁니다. 단속은 (남에 의하한) 신고 형태로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사투리나 외래어, 한국 말투를 모두 고치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특히 한국 말투 같은 건 신고되면 가차없이 조사하고, 어디서 배웠는지,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까지 출처를 따지기까지 해요.
―― 단속의 구체적 예를 알려주세요.
'동지', '동무'를 꼭 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요. 님자 붙이는 거는 문제 삼는다고 엄포놓고 있어서, 다들 입조심하고 있어요. 간부들부터가 연설할 때 준비를 잘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해요.
단속이 얼마나 심하면, 애들이 자기 오빠를 큰소리로 부르는 게 눈치보일 정도이고, 서로 누가 불렀는지 보는 정도예요.한국 말투 해서 안전부에 신고로 끌려간 사람들이 많아요.
◆ 일본 유래 단어, 외래어도 금지
특히 기업소들에서는, 현장에 남아있는 공구 이름들도 모두 고치라는거예요. '벤치'도 '집개'로 부르라고 하고, '도라이바'도 '나사풀개'로 부르라고. 그루마(손수레), 데사크(배낭)도 말다듬기 해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서로 바로 잡아주고 고쳐주라는 요구입니다. 직장에서 쓰이는 말들을 모두 모아서 독보시간이나 교육시간에 외우라고 하고 현장에서 다시는 쓰지 않도록 하라는 겁니다.
한 작업반장은, 작업반 과제를 줄때 외래어를 써서 사상투쟁회의 대상이 되었어요. 청년동맹에서는 표준어 외운다고 일 끝나고도 집에 보내지 않고 있어요.
당위원회의에서는, 노동당의 방침관철이라고 해서 (단속을)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고, 사회에 남아 있는 한국식 말투나 외래어 잔재를 뿌리 뽑을 때까지 계속 투쟁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말이던 저말이던 다 같지 않냐는 의견들이 있어요. 그리고 젊은 애들은 새로운 말에 민감하니까 그걸 통제하면 되는데, 왜 나이든 사람들 말투나 이미 굳어진 것까지 고치냐는 불만을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러한 '말사냥'은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라, 김정은의 직접 지시로 2020년 1월부터 단속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에게 한국풍 이름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망탕 지은 이름'이라고 규정해 개명할 것을 강요했지만 '자기 아이 이름도 맘대로 짓지 못하는가'라며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 <북한내부조사> 각지에서 '방랑자' = '꼬제비' 증가 곤궁해 버려진 노인과 아이가 거리로... 사망자도 당국은 철저한 대책 지시
- <북한내부> '농작업에 국가총동원하라' 이례적인 조기 시작, 농촌동원의 실태를 내부인에게 물어봤다
- <북한내부> 사실혼과 동거 처벌 강화, 공개재판에 회부해 강제노동형까지 '비사회주의적 행위다'라고 규탄
- <북한내부 인터뷰> "목숨 걸고 곡물 증산하라고 지시받고 있다"... 농업총동원 본격화 춘궁으로 굶주리는 농민도
- <북한내부조사> 군입대 예정 젊은이들의 의식 크게 변화 "핵 대국인데 왜 병사로?" 입대 기피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