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지방 도시에서, 국영 식량전매점에서의 판매와 국영기업의 식량 배급이 정체돼 영양실조 환자가 속출하고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공급해야 할 식량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도시 취약층의 현금 수입이 끊겨 먹을 것을 사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부 지역 2개 도시에 사는 취재협력자 4명이 실정을 전해왔다. 상황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연재로 보고한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굶어 죽어도 병사로 돼 버려
"5월 들어 죽은 사람이 많이 나왔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4월에도 네 명이 죽었고, 곧 죽을 것 같은 사람이 두 명 있습니다. 결핵, 간염, 천식 등 지병이 있는 사람들인데, 모두 하루 한 끼 먹을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정도의 집입니다. 아무것도 자체로 식량을 조달할 수 없고, 국가가 주는 것을 기다리고만 있는 사람들입니다"
―― 굶어 죽었다는 말인가요?
"죽은 사람들을 굶어 죽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모두 병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아사했는데 왜 병으로 죽었다고 숨길 필요가 있는지 불만을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5월 중순 함경북도 무산군 취재협력자 A 씨가 전해 온 보고의 일부다. 다른 지역에서도 5월 들어 비슷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적기 전에, 왜 지금인지,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지난 3년여 간의 김정은 정권의 식량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 김정은 정권의 식량전매정책은 파탄
김정은 정권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한 후, 주식인 쌀과 옥수수의 유통 체계를 크게 바꾸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아시아프레스는 이 정책 변경에 주목해 국내 취재협력자 6명과 조사를 계속해 왔다. 개요는 다음과 같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대사회 패닉이 일어나 식량 배급제가 거의 붕괴하고 막대한 아사자가 발생했다. 그 후, 공무원, 경찰 등의 치안기관원, 군 장교, 평양시민과 군수공장 등 일부 국영기업에서는 식량 배급이 유지됐지만 대부분의 도시 주민은 자립해 경제활동을 통해 현금을 얻고,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해 살아왔다.
시장에는 농촌 생산물과 중국 등에서 수입된 것, 국영기업이 현금을 만들기 위해 방출한 식량이 유입돼 전국 어느 시장에서나 풍부하게 팔리고 있었다. 20년 이상에 걸쳐 식량 유통의 중심은 시장이 맡았다.
김정은 정권은 2020년 1월 팬데믹 시작을 전후로, 기능을 거의 상실해 있던 국영 '량곡판매소'의 부활을 꾀했다. 시장보다 20~30% 정도 싼 가격을 설정하고, 동시에 시장에서의 판매량과 가격에 강하게 개입해 억제를 시도했다. 2023년 1월부터는 결국 시장에서의 식량 진열 판매를 금지했다(지난 4월부터 시장에서의 극소량 판매는 묵인되고 있다).
국가에 의한 '식량전매제'를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었다. 단, '량곡판매소'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월 1회, 1인당 5~7kg 정도로, 필요한 양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김정은 정권은 국영기업의 식량 배급 부활에 나섰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통제로 가동이 저하돼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출근하는 노동자 본인에 한해 역시 한 달에 5~7kg 정도를 지급했다. 가족분은 없었다.
동시에 직장 이탈자와 결근자, 다른 지역으로의 무단 이동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특히 남성에게는 어떠한 직장에 등록, 출근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인센티브로서 식량 배급을 실시했다. 많은 국영기업에서는 필요한 종업원 수를 넘는 노동자를 안게 됐다.
한편, 당국은 개인 경제활동의 대부분을 '비사회주의적 행위'라며 금지했다. 따라서 도시 주민들은 현금 수입이 줄었고, 식량과 생활필수품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졌다. 자연스럽게 '량곡판매소'와 직장 배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됐다.
◆ 국가 보유 식량이 지방에서 바닥났다
이처럼 김정은 정권은 무리하게 시장을 억누르고 '식량전매제'로의 전환을 도모했는데, 이는 국가가 책임지고 확보해야 할 식량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5월 들어 각지에서 기근의 확산이 전해지고 있는 것은, 국가 보유 식량이 바닥난 지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량곡판매소'와 국영기업에서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단, 아시아프레스가 직접 조사할 수 있었던 곳은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에 한정돼 있으며 다른 도시의 상황은 현시점에서 파악되지 않았다. 중국 세관 당국이 발표한 3월 무역통계에 의하면, 구입한 것인지 지원받았는지는 불명이지만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쌀과 밀가루를 약 10만 t 이상 수입했다.
수도 평양은 정권에 있어 중요한 우선 배급 대상이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식량이 우선적으로 공급돼 아사자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응이 뒤로 미뤄진 지방 도시에서 기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덧붙여, 북한 제2의 도시인 함흥의 인명 피해가 가장 크다는 미확인 정보가 북한 국내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상의 전제를 근거로, 각지로부터 도착한 심각한 현재 상황 보고를 읽어주길 바란다. (계속 2 >>)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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