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남매인가, 소녀와 어린 남자 아이가 시장 인근의 창고 앞에서 끌어안고 자고 있다. 신발도 없이 맨발이다. 2013년 8월 양강도 혜산시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내부조사> 지방에서 기근 양상 "5월 들어 굶주림과 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 (1) 국가 보유 식량 바닥났다

굶주림으로 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는 정보가 지방 도시에서 속속 들어오고 있다. 2021년 이후 노인 세대와 병약자 등 일부 취약층에 사망자가 나왔는데, 사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정보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연재의 세 번째로, 북부 양강도 혜산시의 상황을 보고한다. 현지에 사는 취재협력자 3명이 5월 중순 이후 전해 왔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양강도 혜산시에서 수집 조사

혜산시는 압록강 상류에 위치한 중국과의 국경도시이다. 양강도의 도청소재지이며 인구는 추정 20만 명 정도. 산간지이며 한랭 때문에 농업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중국 길림성 창바이현과의 무역이 활발하고 물류의 거점이라 북한에서는 생활 수준이 높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되자, 곧바로 국경이 봉쇄돼 무역은 완전히 멈췄다. 다른 지역과의 이동도 강하게 규제돼, 주민들의 삶은 큰 타격을 받았다.

협력자인 B, C, D 씨의 보고는, 같은 혜산시에 사는 탓에 비슷한 내용도 있지만 생략하지 않고 적는다. 이들과의 통신에는 반입한 중국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 5월 들어 인근에서 4명 아사했다

―― 혜산시의 생활은 지금 어떻습니까?
B 보릿고개(춘궁기)에 들어서고부터 곤궁하고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빈혈에 걸려,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5월 들어 우리 인민반에서는 4명 죽었습니다. 영양실조인데 병으로 죽은 것으로 됩니다. 굶어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데. 영양 상태가 나쁘니 결핵 환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꼬제비(부랑자)도 갑자기 늘었습니다. 매우 심각합니다.

 

―― 현재, 농촌 동원이 한창입니다. 영향은 있습니까?
B 인민반에서 농촌 동원을 매일 같이 조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생활이 힘들어 20% 정도가 동원에 나오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 치지만, 장사를 하려고 해도 돈이 없고, 일공(임노동)을 하려고 해도 힘이 없다. (그런 사람이) 죽고 있습니다.

※ 매년 4월 중순부터, 전국에서 도시 주민이 원농 작업에 동원된다.

※ 인민반 최말단 행정조직으로, 대체로 20~30세대 정도로 구성된다. 행정복지센터에 해당하는 동사무소의 지시를 전달하고, 주민의 동향을 세부까지 파악해 당국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는다.

※ 일공 건설 현장이나 땔감 모으기, 짐 운반 등으로 일당을 번다. 조직적으로 실시하면 단속 대상이 된다.

중국 측에서 촬영한 혜산시. 밀수와 탈북의 메카였지만, 코로나 이후는 거의 근절됐다. 2010년 7월 촬영 리진수(아시아프레스)

◆ 군용 식량을 방출해 배급으로 돌려도 부족

―― 굶주림의 확산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B '무직자(직장을 무단으로 이탈한 사람)'의 단속을 그토록 엄격하게 하는데도, 최근에는 생활이 힘드니 출근할 수 없는 사람이 많아서, 결근 단속은 그다지 하지 않게 됐습니다.

중국에서 식량 지원이 들어올 거라고 (당국은)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우리 있는 곳까지 오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먼저 군량미를 방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4월에 일부 기업은 군량미로 배급했습니다만, 고작 3~5kg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그걸로 어떻게 한 달 삽니까? 장사도 잘 안 됩니다. '굶어 죽지 말고 어떻게든 살아남자'라는 게 (주민들의) 구호입니다.

 

―― 시장은 어떻습니까?
B 농촌 동원 기간이라 시장은 밤 6시부터 8시 사이에만 열고 있습니다만, 장사가 잘 안되니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음식 장사도 위생 검열이 엄격해져 벌 수가 없게 됐습니다.

※ 집에서 만든 빵과 떡, 국수라고 불리는 옥수수면 등을 시장에서 판매한다.

시장관리소에 위생확인증을 제출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발행하는데, 인민반의 확인 도장까지 모두 찍혀야 비로소 음식을 팔 수 있어요. 코로나, 전염병이 아니라고 확인되지 않으면 팔 수 없습니다. 특히 간염, 결핵 등에 대해 엄합니다. 확인서는 뇌물을 주면 만들 수 있지만, 걸리면 승인해준 사람이 문제가 되니 조심스럽습니다.

◆ 시장에서의 식량 판매 금지 조치는 약간 완화

―― 올해 들어 시장에서 식량을 진열해 파는 게 금지됐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B 쌀, 옥수수의 판매가 완전 금지였던 것이, 최근에는 극히 소량이라면 눈을 감아주게 됐습니다. 문제는, 개인이 식량을 사들일 곳이 적고, 가격도 시장관리소에서 정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조건이라서 장사꾼은 시장이 아니라 집에서 거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 파는 것도 10kg 미만까지입니다. 시장의 규찰대, 담당 안전원(경찰관)이 수시로 체크하므로 시장에 대량으로 식량을 도매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합니다.

※ 규찰대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단속 전문팀. 풍기 문란과 질서 위반을 적발한다.

◆ 당국은 아사로 판정하지 않고 병사로 처리

―― 주변에서 굶어서 사망한 사람이 있습니까?
C 식량 사정은 정말 심각합니다. 죽은 사람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도 영양실조로 누워지내다 죽은 사람 있습니다. 그 집에는 소금 한 톨도 없었다고 합니다. 장례식 끝나고 관도 없어서 마대에 싸서 (집에서) 내가고 있었습니다.

구걸을 하는 사람도 늘었고, 곧 죽을 것 같은 사람도 많습니다. 굶어 죽었는데 그렇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망진단서에는 결핵, 천식, 간염 등이라고 쓰지, 아사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 아사자 발생은 공무원이나 간부의 책임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그것을 두려워해 '병사'라고 판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해 여름에 코로나가 확산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공무원과 의사는 코로나에 걸려 사망했다고 판정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 굶주리는 사람에 대해 정부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C 영양실조에 걸려 부종이 있는 사람 집에, (지구의) 담당의가 가서 링거를 놓아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먹지 못해서 그렇게 된 건데, 링거를 맞는 정도로 살아남겠습니까?

 

―― 굶주리는 사람이 늘어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C 우리 동네는 빈집이 늘었습니다.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장에서 시간을 얻어서 먹을 것을 구입하러 간다고 하고 나가지만, 어딘가에서 죽어도 모릅니다. 농촌에 얻어먹으러 가는 사람이 많은데, 농촌도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이겠지요.

◆ 드디어 소나무 껍질을 벗겨 식량으로

D 최근에는 소나무의 (안쪽) 껍질을 벗겨서 팔고 있습니다. 1차 가공만 한 것이 1kg에 700원(한화 약 104원)입니다. 사 가는 사람이 많아요. 산림단속원이 나무껍질을 벗기는 것은 단속하기 때문에 몰래 숨어서 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700원이 없어서, 소나무 껍질도 외상으로 사는 집이 있어요. 어느 정도인지 (심각한지) 알겠습니까?

주 소나무의 부드러운 내피를 물에 담그고 잿물을 넣고 끓인 뒤, 수분을 짜낸 것을 잘게 자르면 떡처럼 된다. 1990년대 후반 대기근 시기에는 각지에서 소나무 내피를 식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 심각하네요. 주민들은 어떻게 극복하려고 합니까?
D 짐 운반이나 땔감 모으기, 잡일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떻게든 한 끼라도 먹으려고 합니다. 지금은 모두 사정이 그러니까, 비사(비사회주의적 행위)나 무직자 단속도 그다지 하지 않게 됐습니다. 잡아도, 못 먹어서 힘든 사람들뿐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중국이 열려서 시장에 물건은 늘었는데, 돈이 돌지 않아서 사는 사람도 적습니다.

(노동자의) 형편이 힘들어서, 기업에서는 5월부터 식량 구입 (조달)을 위해 (결근을 인정하고) 시간을 주게 됐습니다. 모두 힘드니까.   (계속  4 >>)

※ 중국과의 무역이, 신의주, 남포 등을 통해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되어 시장에서 사라졌던 중국 제품이 늘었다고 한다. 시장과 국영인 '량곡판매소'의 상세한 동향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상세히 서술한다.

※ 4월까지는, 북한 당국은 직장 이탈과 결근을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엄격히 단속했다. 3월부터는 매일 아침 대열을 짜서 집단 출근하기까지 강제하고 있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