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북부 지역에서 밀·보리 수확이 7월 중순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단, 협동농장은 수확물에 관여하지 못하고 정부 지시로 바로 군대에 보내져 농장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7월 중순, 함경북도 A시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B협동농장으로 가서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B농장은 농장원 수 약 500명. 주로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함경북도에서는 평균보다 약간 작은 규모의 농장이다.
2022년 밀·보리 재배를 시작하라는 김정은의 직접 지시가 있었고, B농장에서도 지난해 시범적으로 밀·보리 농사를 시작했다. 수확량은 많지 않았지만 옥수수보다 비료가 적게 든 점과 옥수수보다 먼저 수확할 수 있어 농장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협력자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도 밀·보리 경작 면적은 많지 않고, 수량은 1정보(약 10,000m²) 당 800~1000kg 정도였다고 한다. B농장 전체 밀·보리의 경작 면적과 비율은 확인할 수 없었다.
◆ 수확한 밀·보리 군대에 반출 지시
수확한 밀·보리에 농장이 관여하는 것이 허가되지 않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협력자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수확한 보리는 모두 A시 농촌경영위원회(행정기관)를 통해 반출해 군용으로 돌리게 되었다. 지금은 '보릿고개' 시기라 모든 농장에서 식량이 부족하고 '절량세대'가 많다. 기대했는데 농장에 전혀 남겨지지 않아 농장원들의 불만이 크다.”
“일부 분조장이 탈곡 과정에서 무단으로 밀·보리를 반출해 어려운 세대에 배포했다가 발각되어 불려갔다고 한다. 농장 스스로 수확물을 처리하는 행위를 일절 뿌리 뽑으라는 지시가 재차 내려왔다."
※ '보릿고개'란 춘궁기를 뜻하는 말로, 8~9월 옥수수 수확까지의 단경기를 말한다. 이 시기에는 농촌에서 식량 부족이 발생한다.
※ '절량세대'란 식량과 현금이 바닥난 가정을 말한다.
※ '분조'란 협동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최소단위를 말한다. 10명 정도로 구성된다.
B농장에는 농사 지원과 경비를 위해 봄부터 군대 2개 소대가 상주하고 있는데, 그 병사들은 수확한 밀·보리를 먹고 있었다고 한다.
◆ 시장에도 밀·보리가 나돈다
이처럼 수확물 관리가 철저한데도 밀·보리는 시장에 유출되고 있다.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7월 21일 시장에서 조사한 결과, 국내산 통밀이 1kg당 3700원(한화 약 5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러시아산도 같은 가격이었다고 한다. 수확한 밀·보리 관리는 지역이나 농장마다 다를 가능성이 있다.
※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