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4월 이후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가운데, 힘든 생활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온 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사건도 빈발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아사나 자살에 관한 정보가 확산하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우고, 유포시키는 행위의 단속에 나서며 처벌까지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 지역의 여러 취재협력자가 전해 왔다. (강지원)
◆ 각지에서 끊임없는 자살 사건
"자살, 동반 자살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 취재협력자들은 6월 들어선 이후의 주변 상황에 대해, 이렇게 입을 모은다.
"우리 인민반에도 굶어 죽은 사람이 있고, 아편 먹고 자살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빈 집이 3채 생겼는데, 당국은 그 집을 집이 없는 사람에게 준다고 한다" (6월 후반, 양강도 취재협력자 A 씨)
"7월 초에 같은 인민반에 혼자 사는 남자가 아편을 먹고 자살했다. 눈을 뜨지 못한 채 영양실조로 죽었다고 한다. 이 사람은 화장할 돈도 없고 연고도 없고 해서 장례도 없이 묻었다" (7월 초, 함경북도 회령시 취재협력자 B 씨)
※ 인민반이란 최말단 행정조직으로, 지구마다 20~30세대로 구성된다. 인민반장은 행정복지센터에 해당하는 동사무소의 지시를 전달하고, 주민의 동향을 세부까지 파악하는 역할을 맡는다.
◆ 자살은 아편 복용이 많아
북한에서 자살 및 동반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은, 어떤 방법을 선택할까?
"자살은 약물을 먹고 죽는 게 대부분이다. 아편을 쓰는 경우가 많다. 고통 없이 자면서 죽을 수 있으니까"라고 양강도 협력자 A 씨는 말한다.
B 씨도 역시, "자살은 어딘가에서 물에 뛰어들거나, 목을 매거나 하는 건 드물고 대부분 아편을 먹고 그대로 자거나 쥐약을 쓴다. 다른 지역에서도 자살은 많다고 하던데, 이동이 쉽지 않으니까 정확한 것은 모른다"라고.
양귀비에서 유래된 마약인 아편은, 북한에서 일상 약품으로 쓰이고 있어서 구하기 쉽다.
◆ 아사 및 자살 정보를 철저히 통제
한편, 김정은 정권은 아사와 자살 사건의 정보가 퍼지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우며 철저한 함구령을 내리고 있다. A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사와 자살 등 좋지 않은 이야기는,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관계없이 '유언비어'다, 헛소문을 퍼트렸다고 간주해 처벌한다. 다 입에 담는 게 조심스러워서 아는 사람끼리는 얘기해도 시장 등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말하지 않으려 한다. 실수로 말한 사람에게 벌금형이나 '노동단련형'까지 부과되고 있다"
※ 노동단련형
'노동단련대'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당국의 통제에 따르지 않았다고 간주된 자, 경미한 죄를 저지른 자를 사법절차 없이 수용해 1년 이하 강제노동에 처하는 '단기 강제노동 캠프'를 말한다. 전국 시•군에 있고 보안서(경찰)가 관리한다.
◆ 유서에 적힌 간부 비판
A 씨는 최근 구체적인 사례를 꼽았다. 6월 중순 양강도 보천군에서 발각된 동반 자살 사건에 대해서다. 유서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고 한다.
"6월 14일경, 보천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던 아버지와 아들이 집을 팔아 토끼곰을 끓여 먹고 쥐약을 먹고 목숨을 끊었다. 인민반장이 발견하고 안전국(경찰)에 통보해, 동사무소에서 처리했지만 유서가 남아 있었다"라고 한다.
유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아무리 당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일해도 아들 밥한끼 먹이기 힘들고 맥이 없어 쓰러져가는 아들을 보고 혼자 죽기도 힘들어서 같이 죽는다'
또한, 유서에는 당 간부를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간부들은 자기들 배가 부르니까, 아랫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시신을 발견한 인민반장이, 집 안 모습이나 유서 내용을 동네 사람에게 말해서 정보가 퍼졌다. A 씨에 따르면, 양강도의 중심 도시인 혜산에서도 곧바로 유서 내용이 확산했기 때문에 당국이 문제 삼게 됐다.
"어디의 누가 굶어 죽었다는 내용은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인민반회의에서 경고받았다. 안전원이 와서 (시신을) 확인하고, 병원으로부터 병사했다는 진단서를 받았는데도 굶어 죽었다든가 유서의 이야기를 퍼트리는 것은 적들을 돕는 유언비어이며, 집에서도 그런 말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발견자인 인민반장은 노동단련대로 보내졌다고 한다.
A 씨는 아사나 자살의 은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자살하는 사람은 불만이 많어서 간부에게 욕을 하고 죽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는 (사망자가 나와도) 인민반장이 다른 사람이 집에 못 가도록 하고 담당 안전원을 불러 입회시키고 의사에게 확인하게 한다. 동사무소에서 장례 처리를 할 때까지 감독하게 됐다. 아편을 먹고 자살한 건 아편 중독자로 취급한다. 실제로는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는데라고, 사람들이 듣고도 어처구니 없어한다"
북한에서 자살은, 정권과 사회에 대한 반대 행동으로 간주한다.
※ 아시아프레스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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