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은 지난달 말 평양에서 성대한 열병식을 거행했지만, 북부지역에 주둔한 군부대에서는 식량 공급량이 부족해 일반 병사들 사이에 영양실조가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프레스의 여러 취재협력자가 병사와 만나 사정을 들었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된장 외에 반찬이 없습니다'
취재협력자들은 함경북도와 양강도에서 7월 후반부터 8월 초순에 걸쳐, 직접 병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 부대의 20대 후반 병사는, "옥수숫가루에 '안남미(장립미)'를 섞은 게 나오는데, 양이 식기(그릇) 절반도 안 될 정도다. 된장 외 부식물은 아무것도 없다. 부대 절반 이상이 허약에 걸린 상태다"라고, 취재협력자에게 말했다.
또한, 농촌에 원농 작업과 경비를 위해 주둔하는 부대 병사는, "밀과 보리가 나오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원대(原隊)보다는 훨씬 낫다"라고 다른 협력자에게 말했다. 배가 고픈 병사들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산나물을 캐서 버티고, 농민들이 반찬을 나눠주고 있다고 한다.
◆ 병사들에 의한 금품 갈취, 도둑질 증가
군부대의 식량 공급이 나빠진 것은 4월경부터다. 일반 주민 사이에서 취약층에 아사자가 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북한에서는 7월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방역 조치가 완화됐다. 그때까지 군 장병이 일반 주민과 접촉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됐지만, 완화됐다. 그러자 처우가 나빠진 병사에 의한 범죄도 늘었다.
도시부에서는 병사가 주민에게 시비를 걸어 돈을 요구하거나 물품을 뺏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군민관계의 악화를 우려한 당국은, 병사의 야간 외출을 통제하거나 불량행위를 저지른 병사가 소속된 부대원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등 규율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협력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7월 양강도의 한 부대 병사가 닭을 훔쳐 먹은 사건이 일어나서 중대장이 일주일 근신 처분을 받았다. '들키지 말고 훔쳐라'가 부대 안에서 구호가 됐다고, 병사가 말했다"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가 이야기를 들은 병사는 소수이며, 주둔하는 지역과 부대에 따라 대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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