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방정부의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국가 탁아소와 유치원 운영이 위기에 빠졌다. 자체 배급할 급식이나 간식이 없는 탓에 도리어 부모에게 쌀과 돈을 요구하자, 부모들은 아이를 탁아소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동네 주민에게 돈을 주고 맡기고 있다. 이러한 ‘제도 이탈 행위’에 당황한 당국이 통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7월 하순, 북부 양강도에 사는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 (강지원 / 한하유)
◆ 탁아소,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면 부모 등골이 휜다?
양강도의 탁아소에서는 급식 및 간식의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재정난 때문이다. 당국은 원래 무상이었던 탁아소 비용을 부모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취재협력자는 "(탁아소는) 부모에게 과일, 간식을 따로 가져오게 하고 6월에는 가구당 쌀을 3kg씩 내라고 요구했다"고 세외부담 현황을 설명했다. 이처럼 규정에 없는 부담 강요를 북한에서는 세외부담이라고 부른다.
탁아소 및 유치원에서 요구하는 세외부담이 과중해지면서 부모들은 동네 주민에게 돈을 주고 자녀 보육을 부탁하게 됐다.
◆ 사실상 유명무실한 북한의 보육지원 제도
북한의 탁아소는 근로하는 여성들이 유치원에 가기 전인 4세까지의 자녀를 맡기는 보육시설이다. 유치원은 소학교 입학 전인 5~6세의 아동을 위한 의무교육시설이다. 두 시설 모두 겉으로는 ‘무상’을 표방한다. 역대 북한 정권은 이 제도를 사회주의 우월성 선전 수단으로 활용해 왔지만, 실제로는 세외부담이 일상화돼 무상보육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취재협력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 동네 탁아소는 원래 19명 정도의 아이가 다녔는데 최근에는 4명만 나온대요. 그래서 탁아소 책임자가 혜산시 당 조직에 찾아가서 식량과 간식 해결을 요청했습니다. 당에서는 인민위원회(지방정부)에서 식량공급을 제대로 해, 부모들이 자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어요.”
직장에 출근하거나 장사에 나가 집을 비우는 엄마들 상당수가, 어린아이를 맡긴다면 국가 탁아소가 아닌 동네 사람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네 주민에게 보육을 부탁할 경우 어느 정도의 지출이 있을까? 협력자는 이어 말했다.
“보통 2~5살짜리 아이를 한 명을 돌볼 경우,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해서 4~7위안 정도(*1위안은 약 180원) 해요. 조금 여유 있는 사람들은 보육을 전문으로 하는 동네 주민한테 맡기고, 형편이 어려운 집들은 가족이나 아는 사람한테 맡겨요. 탁아소에는 되도록 안 보낸다고 해요.”
먹고살기 위해서 일해야 하는 부모들은 사비를 내면서까지 아이 맡길 곳을 찾고 있는 셈이다. 북한 정권이 자랑해 온 보육시설의 출석률이 떨어지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 황급히 단속에 나선 당국
당국은 이런 일탈 행위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단속에 나섰다.
“어제(7월23일) 인민반회의가 있었어요. 아이들을 탁아소,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인민반별로 조사해서 (인민위원회에) 보고하라고 해요, 동네 주민들이 아이 돌보는 일을 못하게 하라고 했어요. 다만 그렇게 전달했을 뿐 특별히 강하게 단속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인민반이란 최말단의 행정조직을 말한다. 지구별로 20~30가구 정도로 구성된다.
탁아소, 유치원은 북한식 통치의 특징인 집단주의, 조직생활의 출발선이다. 이 중요한 제도로부터 이탈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당국을 당황케 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국가 보육시설의 운영이 정상적으로 재개되어 세외부담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당국이 아무리 강한 지시를 내려도 주민들이 국가 탁아소와 유치원을 기피하는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