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료품점 앞 아사자의 존재
기근 연구로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도 경제학자 아마르티야 센(Amartya Sen)은 조국에서 1940년대에 발생한 벵골 대기근 때 식량이 대량으로 보관된 식료품점 앞에서 굶어 죽는 사람의 존재를 지적하며, 식량 공급량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의 발생은 직접 관계가 없고, 기아라는 것은 충분한 식량을 손에 넣을 능력과 자격이 훼손된 '박탈상태'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을 뒤덮은 대기근의 취재를 계속했던 나는, 센의 저서 《빈곤과 기근》을 읽고 눈이 트였다. 북한 국내에서 몰래 촬영된 영상에는, 암시장의 쌀 매대와 노천 식당 앞에서 깡마른 아이들이 주워 먹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나 자신도, 1998년 3~4월에 함경북도를 3주 정도 방문했을 당시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장마당에 자주 갈 기회가 있었는데, 수백 명의 여성들이 곡물과 떡, 빵, 소바를 파는 주변에 구걸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눈앞에는 먹을 것이 있다. 하지만 꼬제비 아이들은 그것에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북한에서 다시 아사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누가, 왜 굶주리고 있는 것일까?
■ 코로나로 확산한 북한의 사각지대
2020년 1월, 중국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자 김정은 정권은 전격적으로 국경을 봉쇄해 사람과 물건의 출입을 차단했다. 국제우편도 바이러스 부착을 우려해 중단해 버려, 이 칼럼을 쓰는 시점에도 엽서 한 장 보낼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으로 출국하는 사람, 탈북자는 거의 전무하다. 조선총련 기관지・조선신보의 기자조차 2020년 철수한 뒤 교대 인원이 지금도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북한의 사각지대는 점점 넓어지고 말았다.
나는 20년 전부터 북한 주민과 함께 국내 정세를 취재하고 있다. 통신에는 반입한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현재 연락을 주고받는 협력자는 6명이다. 이하의 내용은, 그・그녀로부터의 보고를 자세히 조사한 것이다.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가을에는 수확이 끝난 농촌에서 이삭을 줍거나, 농가에 가서 구걸하는 도시 주민의 모습을 각지에서 볼 수 있었다. 이듬해 2021년 여름 무렵부터, 취재협력자 주변에서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찾아가 보니 친척이 집안에서 죽은 사람이라는 협력자도 있었다. 가장 먼저 궁지에 빠진 것은 노인 가구와 모자 가정 등 취약층이었다. 센이 말하는 '박탈 상태'란, 북한에서 어떻게 발생했을까?
■ 벌 기회와 권리를 정부가 박탈
김정은 정권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내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했다. 동시에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없앤다'며 개인의 경제활동을 강력히 단속했다. 개인 식당조차 운영이 금지됐다. 빵과 떡 등 식품, 의류품 봉제, 리어카를 이용한 운반 등의 작은 상행위에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성인 남자는 배치된 직장으로 출근을 강요받아 상행위나 삯일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도시 주민의 현금 수입은 급감했다. 1990년대 식량배급제도가 거의 파탄 난 뒤, 국민 대부분은 자력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현금을 얻어서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해 살아왔다. 그 기회를 정부에 의해 빼앗긴 것이다.
"돈이 바닥나면, 친척과 지인에게서 돈과 쌀을 빌린다. 다음은 가재도구를 팔려고 내놓는다. 빚쟁이들이 몰려와 냄비와 솥까지 가져가는 소동이 주변에서도 있었다. 백계가 다하고 나면 구걸하든가 범죄를 저지르든가, 여성이라면 매춘. 마지막에는 집을 파는 것이다"
함경북도에 사는 협력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상황이 더욱 악화한 것은 올해 봄부터다. 협력자 6명 전원이, "4~5월 사이 거주하는 지구에서 아사자가 나왔다. 노인과 유아가 시장이나 거리에서 구걸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미디어는 북한의 내정을 취재해야
7월 14일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의 다섯 기구는, 20~22년의 북한의 영양 부족 인구는 1180만 명으로 인구 대비 44.5%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에 인도적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런 이웃의 곤궁이 더욱 보도돼야 하는데, 많은 미디어는 북한의 사각지대에 취재의 빛을 비추지 못하고 있다.
센은 저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혹독한 굶주림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은, 민주적 정치가 제도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결여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3년 8월 23일 자 도쿄신문 칼럼을 가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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