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돼 북한에서도 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민이 바다에서 바이러스를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며 3년 가까이 출어가 강하게 억제됐던 북한의 수산업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아시아프레스는 11월 말부터 12월 초순에 걸쳐 어업 현황에 대해 북한 국내에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코로나와 더불어 김정은 정권의 다양한 통제, 연료비 상승, 수산 자원의 격감 등에 의해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알 수 있었다.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조사 개요
이번 조사는, 함경북도와 양강도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1)동해 측 어항(漁港) 상황, (2)수산물의 수송과 유통, (3)각종 해산물 판매 가격의 세 가지에 관해 실시했다. 국내 이동 통제가 엄격해서 취재협력자들은 직접 어항이 있는 현지에 가지 못하고, 어업과 수산물 유통에 종사하는 업자에게 국내 전화로 이야기를 듣는 동시에 협력자 거주지의 수산물 상인과 만났다. 정보를 얻은 곳은 함경북도 청진과 김책, 명천군, 함경남도 함흥. 아쉽게도 서해에 대해서는 충분한 조사를 하지 못했다.
◆ 북한의 어업 형태
최근 북한의 어업 형태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1어업협동조합, 2국영 수산기업, 3군대 및 무역회사 등 기관 산하 수산사업소, 4'개인'이다.
1은 연안의 어민을 집단화한 것이 시작으로, 주로 소형 어선에서 조업하고 있다.
2는 어업 전문 국영 기업으로, 중대형 어선으로 먼바다에 출어한다. 종업원은 배급과 급여를 받는 노동자다.
3은 인민군이나 무역회사 등이 외화벌이 목적 및 부식용 어개류를 얻기 위해 산하에 설립한 기업이다. 코로나 전까지는 어획물을 주로 중국에 수출해 이익을 얻었다. 또한, 정부로부터 고아원과 양로원에 부식물을 공급하라는 명령을 받아 운영되던 곳도 있다. 군산하인 '1월 18일수산사업소'가 그 예로, 국영 미디어에서 활발히 성과를 선전하고 있다.
4, 북한에는 순수한 개인 경영이라는 형태는 없지만, 돈주(신흥부유층)가 출자 혹은 융자한 개인이 소형 목조선을 건조하고 돈을 지불해 군과 기관 등으로부터 '조직산하' 간판을 빌려 등록해 운영하는 업자다. 2000년대부터 다수 출현했다. 일본의 EEZ(배타적 경제수역) 근처까지 와서 오징어잡이를 하던 소형 목조어선이 그 전형적인 예다. 어구와 엔진, 연료를 자체 조달하고, 어로에 종사하는 선원도 독자 계약・모집해 바다에 나온 것이다. 등록 간판을 빌려준 기관에는 어획 수입의 30~40%를 지불하는 것이 시세라고 한다.
◆ 심각했던 어획 부진
2020년 1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약 3년간, 북한의 어업이 극히 부진했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이러스 침습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출어 자체를 엄격히 제한한 데 있다.
코로나 전후 어업의 성쇠를 잘 나타내는 지표가 있다. 오징어 황금어장인 대화퇴(일본명 야마토타이) 주변 일본 EEZ 수역까지 출어해 온 외국선에, 일본 수산청 단속선이 내린 퇴거 경고 수가 그것이다.
수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북한 어선에 대한 퇴거 경고 수는 4007척,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1115척이었다. 이것이,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은 총 4393척의 경고 중 북한 어선에 대해서는 불과 1척이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 어선에 대해서였다.
북한 어선에 대한 경고는 2021년에는 0척, 2022년에는 19척, 2023년에는 10월 31일 시점에서 24척에 그치고 있다(단, 21~23년은 중국 어선에 대한 경고도 격감했다). 북한 정부가 코로나로 인해 출어 자체를 강하게 제한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한 대화퇴 부근의 오징어 자원 격감도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은 팬데믹 발생과 동시에 국경을 닫아 무역을 거의 중단했기 때문에 중국으로의 반출(실태는 밀수)도 불가능해졌다. 또한 두만강 하류인 라선 등에서 중국인 관광객 상대로 번창하던 어개류 식당도 사람의 왕래가 차단돼 완전히 폐점해 버렸다.
'잡아도 팔 수가 없다'라는 수요의 격감도, 어업 부진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 코로나 완화 후에도 어업은 고전
"최근 출어하고 있는 곳은 거의 수산회사와 기관 산하 수산사업소의 중대형선이다. 어업협동조합이나 '개인'의 소형선은 제약이 많아 좀처럼 출어하지 못한다"
취재협력자에게 이야기 해준 동해안의 수산업자는 그렇게 입을 모았다. 특히 '개인'의 소형선은, 애초에 출항하기 위한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엄격해졌다고 한다. 선주와 선원들은 거주지의 인민반, 안전국(경찰), 보위국(비밀경찰)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배가 계류돼 있는 항만으로의 출입은 군 경비대의 검문소가 있어, 승인 서류를 보여주지 않으면 배를 만질 수도 없다.
근해 어업자원 격감의 영향도 크다.
"중국이 트롤선(저인망 어선)으로 작은 고기까지 전부 잡아가기 때문에, 근해에서는 고기가 부쩍 없어졌다. 먼바다에 나가야 하는데 목조 소형선은 과거에 해난사고가 잦아서 출어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협력자는, 어업인들의 이런 이야기를 전해 왔다. 북한 정부는 외화벌이를 위해 자국 EEZ 어업권을 중국 어선에 판매해 왔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경제제재 위반이다. 눈앞의 이익을 좇는 바람에 근해 수산 자원이 격감해 버린 셈이다.
해난 사고라고 하면 2016~2018년 잇따랐던 북한 어선의 일본 연안 표착이 떠오른다. 배에서는 끔찍한 시신이 많이 발견돼 세계에 보도됐다. 체면을 구긴 김정은은, 2018년 말 소형선의 원해 출어를 규제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덧붙이자면, 소형어선의 출항 제한에는 해로를 통한 탈북을 막는 목적도 있다고 보인다.
'개인' 운영 어업인들 중에는 경영이 파탄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때 벌이 좋았던 '선주' 중에는, 빚에 시달려 '꼬제비(부랑자)' 직전에 몰락된 사람이 많다. 출어를 못 하는 어민들은 낚시나 잠수로 어패를 잡아 버텨보려고 하지만 성과는 좋지 않다고 한다"라고 협력자는 전한다.
◆ 어구, 배의 장비 부족에다 연료비 급등까지 타격
국제적인 연유 가격 급등으로, 기관 산하 수산사업소도 고전하는 모양새다.
"상부 기관이 연료를 준비해주는 게 아니라서 잡은 수산물을 팔아서 연료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원해에 나가면 수지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북한 중대형어선의 대부분은, 중국 등 외국의 중고 어선을 구입한 것이라 노후화가 심하다. 장비나 부품을 교체할 여유가 없거나 고장 나도 수리를 하지 못해 출어할 수 있는 배가 적다고 한다.
또한 기관 산하 수산사업소에서는, 인민군이나 육아원, 중등학원 등 고아원용 부식물 어획이 과제(노르마)라서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한다. ( 계속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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