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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경제의 발흥
1990년대 후반 북한식 사회주의 통제경제체제는 거의 와해해, 식량을 비롯한 모든 소비 물자의 유통은 자연 발생한 시장이 주도권을 쥐게 됐다. 정권에 의한 몇 차례의 탄압을 거치면서도 시장경제는 점점 확대・확산해 갔다.
비합법이지만 주택과 노동력, 의료서비스 시장까지 출현해 사회에 완전히 정착했다. 사적 고용까지 퍼져 소규모인 것은 묵인됐다. 일반 주민 대부분은 식량 배급도 없고 급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장사나 비합법 임노동으로 얻은 현금으로 식량이나 필요한 물자를 시장에서 구입해 살아갈 수 있게 됐다.
2012년에 발족한 김정은 정권은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무역회사와 기업의 재량을 늘려 개인의 경제활동을 어느정도 용인했다. 2014~17년은 서민의 수입도 늘었다.
◆ 코로나와 함께 대통제 시작
팬데믹이 시작되자, 김정은 정권은 즉시 방역을 국가 최우선 사항으로 정하고 국경을 봉쇄해 사람과 물건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중국 제품 수입이 중단되면서 시장은 파리 날리게 됐다.
게다가 김정은 정권은 국내에서도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강하게 제한했다. 군과 시를 넘나드는 이동은 어려워졌다. 동시에 코로나 전부터 시작됐던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적 현상과의 투쟁'을 강화해 개인 경제 활동을 강력히 단속했다.
집에서 개인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금지. 빵과 떡 등의 식품, 의류품 봉제, 리어카를 이용한 운반 등 소규모 상업에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성인 남자는 배치된 직장으로 출근할 것을 강요받아 상행위나 삯일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직장을 떠나 다른 벌이에 힘쓰는 자는 '직장이탈자', '무직자'로서 처벌 대상이 됐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경제가 마비됐다. 2020년 가을에는 도시 주민이 수확이 끝난 농촌에 이삭을 주으러 가는 행렬을 볼 수 있게 됐다. 농가에 가서 음식을 구걸하는 사람이 각지에 나타났다.
이듬해 2021년 여름부터, 취재협력자 주변에서도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모자가정, 노인가구, 병약자, 장애인가구 등의 취약층부터 쓰러지기 시작했다. 도시 주민은 현금 수입을 얻을 기회를 빼앗겨, 순식간에 곤궁해져 버린 것이다.
◆ 식량 전매제로의 전환
김정은 정권은 팬데믹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의 식량 판매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가격의 상한을 설정해 상인에게 엄수할 것을 강요하고, 매석과 매점을 감시했다. 다음으로 시장에서의 식량 판매량을 제한하고 농촌에서 시장으로의 곡물 유출 단속에 나섰다.
2019년부터 복구를 꾀하던 국영 '량곡판매소'에 식량을 집중시키는 조치였다. 이것은 주식인 백미와 옥수수의 전매점으로, 코로나라는 비상사태에서의 일시적 식량관리책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 차차 드러났다.
<동영상> 김정은 정권이 계획하는 식량 국가 전매제 '량곡판매소'란 무엇인가?
◆ 칼로리 통치
취재 파트너들의 보고를 종합하면, 2021년부터 '량곡판매소'에서는 '재고가 있을 때 파는' 방식에서 월 2회, 1인당 5kg 정도를 세대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22년 12월 시점의 시장 가격은 대체로 백미 6,000원, 옥수수 3,000원이었는데, '량곡판매소'에서는 백미 4,400원, 옥수수 2,400원으로 판매했다. (모두 1kg 가격. 북한 돈1000원이 한화 약155원. )
서민은 저가 판매를 환영했지만, 문제는 필요량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출근하는 노동자에게는 한 달에 몇 kg 정도이지만 식량배급이 실시됐다. 결근이 계속되는 사람은 제외됐다.
2023년 1월, 마침내 시장에서의 백미와 옥수수 판매가 금지됐다. 김정은 정권이 노리고 있던 것은 식량 유통의 주도권을 시장으로부터 탈환해 '국가전매제'로 이행하는 것이었다고 나는 보고 있다.
목적은 '칼로리 통치'의 부활일 것이다. '먹여줄 테니 말을 들어라'라는 듯이, 식량을 통제의 도구로써 활용한다. 앞으로 정권과 시장의 싸움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 계속 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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