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시(不可視)의 북한에서 2020-2023 일어나고 있던 일 ~김정은 정권의 정책 전환에 의한 재앙~ 제1회 외부에 목격자가 없어진 사각지대 이시마루 지로
◆ 굶주림으로 사람이 죽는 풍경
도시 주민의 생활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2023년 초봄부터 아사라는 말이 파트너의 보고에 자주 오르내리게 됐다. 예를 들면, 5월 중순 양강도에서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5월 들어 죽는 사람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는 4월에도 4명이 죽었고,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사람이 2명 있다. 결핵, 간염, 천식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이 많았는데, 모두 하루 한 끼를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세대다. 사람이 죽어도 당국은 절대로 아사했다고 판정하지 않는다. 모두 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못 먹어서 죽었는데 왜 병으로 죽었다고 감추는지 불만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파트너 6명에게, 4~7월 사이에 소속 인민반에서 사망한 인원수를 집계해달라고 의뢰했다. 한 인민반의 주민 수는 대체로 60~100명 정도이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모임도 잦아서, 거주자 소식 파악은 용이하다.
사망자 수 회답은 3~6명이었다. 물론 모두 아사라고 판단할 수 없다. 영양상태가 나빠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 감염증 등을 앓고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조사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이 기간, 길가에 쓰러져 있는 어린이의 시체가 발견됐다든지, 절망 끝에 어린아이와 독을 먹고 동반 자살한 사건이 근처에서 있었다든지, 먹을 것을 구해 오겠다고 집을 나간 부부가 돌아오지 않아서 남겨진 노인과 아이가 집에서 기어나와 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든지... 읽는 것조차 힘든 보고가 연일 도착했다.
◆ 궁지 대처법이란
어려울 때 취하는 방법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현금이 다 떨어지면, 이웃이나 지인, 친척으로부터 돈과 식량을 빌린다. 그것이 어려워지면 가재를 전당 잡히거나 팔려고 내놓는다. 빚쟁이가 몰려들어, 냄비와 솥까지 빼앗아가는 광경을 이웃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남은 수단은 도둑질을 하거나 여성이라면 매춘. 마지막으로 집을 팔거나 자살한다"
함경북도에 사는 파트너의 설명이다. 저축과 현금 수입이 소진된 사람 순으로 '몰락'한 셈이다. 다만, 우리가 조사 및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은 중국과 가까운 북부 삼도(三道)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위기가 전국에 확산됐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부언하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유엔식량농업기관(FAO)가 2023년 7월에 공동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22년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는 1,180만 명으로 총 인구의 45.5%를 차지한다고 추측했다. 이는 오랫동안 내전 상태인 소말리아에 가까운 수준이다.
◆ 재개된 공개처형
《국가의 통제권 밖에서 물자 거래를 하거나 외화를 유통시키거나 하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할 데 대하여》
2023년 8월 초순, 김정은 정권은 갑자기 외화사용 엄금 및 물자 유통을 국가 통제 관리 하에서만 할 것을 명령하는 포고를 내놓았다. 사회안전성(경찰) 명의였다.
당국은 각지에서 인민만회의에 나가 포고 내용을 설명하고 준수를 요구했다. 포고에는 '정상이 엄중한 위반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적혀 있었다. 우리와 같은 시기에 RFA도 이를 보도했다. (8월7일)
포고와의 관련은 불분명하지만, 8월 30일 오후 양강도 혜산시에서 9명의 공개총살형이 집행됐다. 혐의는 국가재산인 부림소를 몰래 도축해 고기를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우리 파트너 중 한 명이 동원돼 자초지종을 목격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전해왔다.
"이날 오전, 범죄자에 대한 공개비판모임을 하니 혜산비행장에 집합하라는 지시가 당국에서 내려왔다. 비가 내렸지만 어쩔 수 없이 가보니, 시내의 기관, 기업소, 인민반을 통해 많은 주민이 동원돼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는 재판이 됐고 총살형이 집행됐다. 9명 중 2명이 여자였다"
같은 장소에서 9월 25일에도 공개처형이 집행됐다. 처형된 사람은 남성 1명으로, 전시물자인 의약품을 약장수에게 빼돌린 죄였다고 한다. 이 두 건의 공개처형에 대해 우리들은 곧 기사화했는데(9월1일, 10월9일), RFA(8월31일, 9월29일)와 도쿄신문(10월11일)도 거의 같은 내용의 기사를 썼다. 혜산시는 압록강에 접한 북중 국경도시로, 두 언론사는 중국 휴대전화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12월 19일 혜산시에서 또 공개처형이 집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기사에 있다.
<북한내부 인터뷰> 12/19 혜산의 공개총살은 이렇게 집행됐다 불과 4개월 만에 세 차례 집행... "직장에서 대열을 이뤄 동원"
주민을 동원한 공개처형이 있었다는 정보는, 나는 지난 십수 년간 한 번도 확인한 적이 없다. 한정된 관계자만을 모은 '비공개처형'은 있었던 것 같지만, 목격자가 많으면 정보가 외부에 새어나가 버리므로 정권의 이미지 악화를 우려해 공개처형은 중단했었다고 생각된다.
8월과 9월, 12월에 연속해서, 게다가 중국에 인접한 지역에서, 여러 사람이 보는 장소를 굳이 준비해 집행한 것은, 외부에 알려지는 것보다도 주민에게 공포를 주는 것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개인 상행위를 단호히 통제해, '반시장' 정책을 관철한다는 강한 국가 의사를 엿볼 수 있다.
◆ '김주애'등장과 4대세습 준비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김정은 딸의 등장에 관해서다. 한국 당국이 이름을 '김주애'라고 추측하는, 아직 10살 정도의 소녀가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2년 11월 18일. 김정은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의 현지 시찰에 동행시켰다.
재등장은 2023년 2월 8일 성대히 치러진 열병식. 그 모습은 조선중앙TV에서 2시간에 걸쳐 녹화 방송됐는데, 카메라워크와 편집은 분명히 '주애'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려는 연출이었다.
이 열병식에서 또 하나 괄목할 것은, '백두혈통을 결사보위하자'라는 구호였다. '백두혈통'이란, 김일성이 북중 경계에 우뚝 솟은 백두산 기슭 일대에서 항일 게릴라 활동을 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정일-정은과 이어지는 김 씨 일족을 가리킨다. 대열을 이룬 병사들은 이 구호를 외치며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조선인민군의 임무는 조선 혁명과 조국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김 씨 일족을 목숨 걸고 지키는 것이라는 어필이었다.
딸의 등장은 그 후에도 계속된다. 8월 29일 해군사령부 방문에서는 고급 장교들이 줄지어 '주애'를 영접했다. 9월 9일 건국 75주년 기념식을 전하는 기사에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가 존경하는 자제분을 데리고...'라는 경어가 쓰였다.
현시점에서 '주애'가 후계자 후보라고 단정하는 재료는 없다. 하지만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 딸이 각광을 받게 하면서 '김 씨 왕조'를 이을 차세대 존재를 국내외에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아닐까. 혈통에 의한 통치의 영속화를 노리는 김정은이, 세습 후계를 가시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나는 보고 있다.
지난 3년 9개월을 돌아보면, 미사일 기술의 끊임없는 고도화, 중국 국경의 철저한 봉쇄, '반시장' 정책 등 통제 경제 복구 시도 등의 강경책은, 4대세습을 위한 준비였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강력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라를 다음 대에 물려주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민의 목숨은 깃털보다 가볍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인도적 위기는 다행히도 9월 후반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 감자와 옥수수가 수확돼, 질은 낮아도 가격이 싼 식품이 시장에 팔리게 되면서 한숨 돌린 주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주민의 안녕을 기원한다. (끝, 경칭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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