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경비대의 경비 초소 부근 설비에 설명을 붙였다. 바로 아래에 압록강이 흐르고 있다. 2023년 9월 하순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혹한기에 접어들어 북중 국경의 강인 압록강과 두만강은 얼어붙어 있다. 얼음 위를 걸어 중국으로 월경할 수 있는 계절이 온 것이다. 북한 서민의 삶은 극도로 힘들기에 '배출 요인'은 잠재돼 있는데, 1월 중순부터 김정은 정권이 국경 지대 주민의 동향 감시와 국경 경비 강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 여러 도시의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탈북은 징역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공언

1월 26일 아침, 양강도 혜산시에서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얼어붙은 압록강에 쌓인 눈에 중국 측으로 넘어간 사람 발자국이 남아 있던 것이다. 곧 국경경비대가 일대를 수색했고, 인근 지구에서 인원 확인 점호가 실시됐다고 한다.

이 정보를 전해온 혜산시 취재협력자는, 최근 탈북 방지책의 엄중함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9일에 있었던 여성동맹 학습회의에, 인민위원회(지방정부) 간부 2명이 와서 지도했습니다. '탈북하는 자는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반역자이며, 교화형(징역형) 또는 총살형에 처한다'라고 공언했어요"

인민반에서는 아파트 현관, 마을 출입구에 경비 초소를 설치하고, 주민은 물론 마을에 드나드는 사람을 매번 모두 확인해 매일 담당 안전원(경찰관)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안전국에서는 과거에 밀수나 중국 월경, 비행 행위를 한 자를 등록,감시하고 있다. 이들이 행방불명되거나 거주지를 이탈한 후 돌아오지 않았을 경우는, 비상 경계망으로 바로 안전국에 연락하도록 돼 있으며 인근 봉쇄를 명령할 권한도 부여돼 있다고 한다.

"이제 몇만 달러를 내도 중국에 월경하는 건 어렵습니다. 한계까지 꽉 조여져 있어서, 경비가 느슨해질 희망이 없습니다"

강변에 철조망이 겹겹이 쳐져 있다. 그 뒤의 밭은 아마 완충지대일 것이다. 2020년 이후, 농작업을 하는 주민들도 출입 시 허가를 받아야 하게 됐다. 뒤의 건물은 아파트로 보인다. 2023년 9월 하순 평안북도 삭주군을 중국 측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 '중국으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단 3일 행방불명에 공개수사

두만강 측에서도 소동이 발생해 국경 경비가 강화됐다. 함경북도 회령시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소란의 경과를 다음과 같이 전해왔다.

"1월 12일 유선 로동자구에서, 40살 정도의 여성이, 지뢰가 매설돼 있는데도 두만강으로 곧장 가 버린 사건이 있었어요. 국경경비대가 위협사격 후 붙잡아서 안전국에 인계했는데, 그 여성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어 바로 풀려났다고 합니다. 문제가 된 건, 그 여성이 국경을 넘으려는 걸 많은 사람이 봤는데 아무도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협력자에 의하면 다음 1월 13일 인민반회의에 안전원이 와서 강연했는데, 국경 지역에서 중국으로 불법 월경하거나 밀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치사업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반 주민 중에서는 나라 정세에 무관심하고 자신이 편하게 사는 것만 생각하는 자가 있다. 국경 지역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보고 못 본 체하거나 숨겨주는 것도 불법행위이며 비사회주의 행위다. 모든 주민은 국경을 지키는 눈과 귀가 되어 사소한 현상도 신고하라고 강연했다"

 

회령시에서는 1월 후반에도 탈북이 의심되는 소동이 있었다. 시내에 사는 남성 2명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은 것이다. 한 사람은 30대 중반 제대군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50대 초반 탄광노동자라고 한다. 두 사람 모두 하루 종일 출근하지 않았고 집에도 없어서 불과 3일 만에 안전국에서 수사에 들어가게 됐다.

"경비가 삼엄해서 이제 중국 월경이나 밀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설마 월경은 아니겠지만, (당국은) 중국으로 도망쳤을 가능성을 생각해 행방불명자 두 명의 이름과 신원을 가지고 수사를 포치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 지도 제작 아시아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