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새 학기를 맞아 학생들의 교복 착용 상태에 대한 당국의 검열이 실시됐다. 국가가 공급한 교복의 질이 너무 나쁜 탓에 개인이 사재로 교복과 비슷하게 제작해 입었는데, 이를 단속한다는 것이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똑같이 질 낮은 제복을 전원에게 입히려 하는 전체주의적 움직임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강지원 / 전성준)
◆ 국가가 공급하는 학생 교복은 빛 좋은 개살구
‘전국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복 공급하라’ 2023년 12월 말 개최된 노동당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이렇게 언급했다. 그 후 국영미디어는,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국가 책임으로 필수품을 생산・공급하라는 구령(口令)을 자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교복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무교육은 무상치료와 함께 북한이 사회주의 우월성으로 선전하는 대표적인 시책이다. 그 일환으로 학생들에게는 원칙적으로 학기마다 학용품과 교복이 무료로 공급된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 사정으로 인해 전반적인 교육제도가 흔들리면서, 교복 공급은 몇 년에 한 번꼴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양강도 혜산시에 거주하는 아시아프레스 내부협력자가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2023년 봄 북한에서는 학생들에게 교복을 공급했는데, 그 모양이 어설프고 재질이 변변치 않아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다.
"올봄에 공급한 옷들이 혼방직인데, 주름이 많이 가고 질이 낮아서 바로 해지고... 교복의 질이 너무 한심해서 애들이 입으면 거지꼴이 난다고 부모들이 돈 들여서 새로 사입히는 거예요"
◆ 개학을 맞아 일제히 교복 검열
협력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2023년 9월 1일 개학일을 맞아 학교에서 교복 검열을 진행했다. 검열에서는 부모들이 새로 사 입힌 질 좋은 교복에 대한 단속이 이뤄졌다고 한다. 검열 결과, 학교에서 공급한 교복을 입지 않은 학생들의 비율은 1/3 정도였다고 한다. 단체복이기 때문에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단속의 이유로 제시되었다.
"돈 들여서 비슷한 옷을 만들어 입혀 보냈는데, 이번 단속으로 질 낮은 천으로 다시 만들어야 된다고 학부형들이 걱정하고 있어요"
질 좋은 교복을 입는 현상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강화되면서,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오히려 교복이 공급되지 않던 시기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좋지도 않은 교복을 공급하고는 생색만 낸다며 차라리 교복 공급을 반기지 않는 의견마저 나오는 모양새다.
◆ 어부지리에 웃는 교복가공 업자들
어부지리로 교복을 제작하는 가공업자만 웃는 상황이다. 월초부터 가공업체에 국가에서 공급한 것과 똑같은 품질의 천으로 옷을 제작해달라는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가공업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부러 질 낮은 교복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덧붙여, 최근 북한에서 남자 교복 한 벌을 만드는 비용은 25,000~30,000원, 여자 교복은 23,000~28,000원 정도라고 협력자는 전해왔다.
※ 북한 돈 1,000원은 한화 약 160원.
집단주의, 평등주의로 회귀하고자 하는 북한 당국의 이러한 단속 정책은 오히려 학교 내에서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로 하여금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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