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내부> 한국은 적이다... 김정은의 '단한' 선언 후 국내 동향 (2) 무엇을 위한 적대 정책인가? 北 주민들에게 생각과 반응을 물었다
지난해 말 김정은은 '대한민국은 적이며 같은 민족도 통일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표명, '단한정책'을 공식화했다. 북한 정권의 간판이었던 민족끼리의 자주적, 평화적 통일노선의 포기였다. 이러한 노선의 대전환은 국내에서 어떻게 설명・선전되며,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국내에 사는 취재협력자들에게 현황을 물은 결과, 새해 초부터 대대적인 선전 교양 작업이 진행되는 한편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혹감이 퍼지는 모양새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주적한국' 선전
작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이하 '전원회의') 보고에서, 김정은은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양국 관계'로 언명했다.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도,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은 이제 삭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연설해 '두 개의 코리아' 노선을 명확히 내세웠다. 국내에서는 1월 첫 주부터 '전원회의'에 대한 설명과 선전 교양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에 사는 협력자의 보고를 종합하면, 모든 직장과 학교, 여성동맹과 청년동맹 등의 사회단체에서 ‘단한’ 정책 방침에 대한 학습이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생활총화'로 불리는 행동반성회의 자리와 금요일 오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중앙에서 내려온 '학습제강'이라는 지도문서를, 행정과 당 간부가 각 조직에 나가 해설하는 것 외에 주민들에게 문답식 발표 경쟁을 시키고 있다. 기업에서는 아침 시업 전 '독보' 시간에도 학습시키고 있다고 한다.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협력자는 소속된 여성동맹에서의 선전 교양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해 왔다.
"여성동맹에서는 조를 짜서 암기한 것을 통달(발표)하는 경쟁을 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본인의 사상과 정신을 반영시킨 결의문도 함께 쓰게 하는데, 여성동맹 위원장과 시당 조직에서 온 간부들이 그걸 보고 평가해 순위를 매깁니다. 그 주에 우승한 사람을 표창까지 하기 때문에 난리입니다. 못 외운 사람은 밤에 공부해야 합니다. 글자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하라고 요구합니다.
여성동맹의 학습회에서는, '어떠한 정세 속에서도 당과 조국이 요구하면 바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싸울 준비가 돼 있다. 대적관념을 올바르게 가져야 한다'라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 '한국은 적'에 놀라움과 혼란도
주민들에게 '단한정책' 공식화는 뜻밖이었던 것 같다. 그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1월 말 양강도의 다른 취재협력자에게 물었다.
―― 김정은이, 남측은 같은 민족이 아니라 적대국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갑자기 그렇게 말해서 혼란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기 와서 김정은과 백두산에도 갔을 때에는(2018년 9월 방북) 금방이라도 통일될 것 같은 분위기였고, 경제협력을 많이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적이다, 더 이상 같은 민족이 아니라 통일의 상대도 아니라고 말하니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옛날에는, 남조선에는 거지가 가득하고 억압받고 있다, 그런 남조선 인민을 해방시키자고 교육받았는데 현실은 우리들보다 훨씬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해방할 수 있어요? (남측에 대해) 이제 대안이 없는 것 같습니다.
―― 김정은이 대한민국이라고 불렀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지금까지 계속 남조선이라고 불렀는데, (정식 국명을)대한민국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습니다. 앞으로 남조선에게 도움받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 김정은은 통일을 포기하고, 동족인 것 자체를 부정하고 싸워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관련된 움직임이 있습니까?
지금으로선 전쟁 동원 준비와 훈련에 제대로 참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외에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 '우리들은 적대국에 너무 느슨해졌다' 선전
―― 당국은 어떻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최근(1월 말) 회의에서는, 정세 강연 및 전 세계 패권을 위한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에 관한 강연을 자주 합니다. 여러 번 강조한 것은 '적대국에 대해 우리가 너무 해이되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많이 강조해요. 1월 20일에 있었던 여성동맹 토요학습에 혜산시의 당 선전부장이 와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 선대 수령인 김일성, 김정일이 호소해 온 민족통일원칙까지 서둘러 파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조선 제재 때문에 우리들은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기도 힘든 상황이므로 북남협력도 어렵다. 그것은 미국은 상대로 이겨야만이 가능하다. 그때까지 한국은 견제해야 할 대상이다'라고 간부는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노력하고, 항상 아량을 베풀고 (한국을)리해하는 과정이었는데 적대국들은 그것을 기회로 삼아 외부에서는 위협을,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와해공작을 해왔다'라고 강연하며 교양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적에게 속았다. 다시 속으면 안 된다', 이런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퇴폐적인 한국 문화와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세상에 대해서도, 자주 강연합니다. 1월 20일 토요학습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은 자신과 가족을 해치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탈북한 뒤 다시 돌아온 사람들의 체험을 학습하고, 토론 및 개별적인(한 사람 한 사람의) 결의문을 낭독했습니다. (계속 2 >>)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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