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발전 20×10 정책'. 김정은이 1월 15일 연설에서 강조한, 수도와 지방 및 도시와 농촌의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 공장을 건설하는 사업을 향후 10년간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 북부 함경북도에서는 2월 말 투입 인원 선정을 마치고 3월 초부터 현지에서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식량 공급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강지원 / 이시마루 지로)
◆ 작업복과 삽, 곡괭이는 동원자 개인 부담
아시아프레스는 2월 말 함경북도 무산군의 동원 진행 상황을 조사했다. 무산군에는 북한 최대의 철광산이 있다. 공장 건설지로 선정된 경성군과 어랑군에, 무산광산에서 동원될 300명 이상의 선발이 끝났다며, 무산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2월 26일 현지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전해 왔다.
"무산광산만으로 300명 이상이 선발됐다. '당원 돌격대'와 '광산 돌격대'에다가 자발적으로 (동원을)탄원한 사람을 합한 숫자다. 2월 말까지 각자 준비를 마치고 3월 초 단체 열차로 건설 현장에 가기로 됐다.
노동자가 준비해야 하는 건 모포, 작업복, 작업화, 삽, 곡괭이, 지레, 밧줄 등 공사 작업에 필요한 도구다. 개인 부담이라고 한다. 게다가 '식량정지' 서류도 발급됐다"
※ 돌격대 : 국가적인 건설 프로젝트에 동원되는 건설 토목 전문 조직. 주로 청년동맹에서 선발돼 복무기간이 3년 정도인 '상설 돌격대'와, 직장과 당원 등에서 프로젝트를 위해 선발되는 '임시 돌격대'가 있다.
◆ 동원자와 남은 가족의 식량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식량정지'란 무엇인가?
북한에서는 한 곳의 직장에서 식량배급을 받는 원칙이 있다. 동원 등으로 근무처에서 다른 지역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종전 직장의 배급이 정지됐다는 증명서를 이동처에 제출해야 배급이 재개된다는 규정이 있다.
이번 공장 건설에 동원되는 노동자들은 무산광산에서 일괄 발행한 '식량정지' 서류를 휴대하면 동원처에서 식사가 제공된다. 하지만, 그 식량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두고 벌써부터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무산광산에서 노동자에게 배급되는 식량은 본인분뿐이고, 기껏해야 한 달에 5일 치에서 많아도 7일 치다. 가족분은 없다. 공장 건설에 동원되면 현지에서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다. 여기에 충당할 식량은 무산광산이 15일분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나라가 부담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 동원 전부터 확산하는 동요
이를 안 노동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고 있다고 한다. 공장 건설에 동원되지 않고 광산에 남은 사람들의 배급이, 동원에 간 사람들에게 매일 주는 식사만큼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전혀 돈을 벌 수 없어서, 주민 대부분은 직장 배급과 량곡판매소에서 파는 식량에 의지해 살고 있다. 모두 직장에서 나오는 배급의 양에 매우 민감하다"
취재협력자는 이렇게 말했다.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김정은 정권은 개인 경제활동을 엄격히 제한했다. 시장에서는 쌀과 옥수수 판매를 금지하고, 일반 소비물자의 매매도 강하게 제한했다. 한편 적은 양이지만 기업에서의 식량 배급을 부활시켜, '량곡판매소'라 불리는 국영 전매점에서 식량을 비정기적으로 팔게 됐다.
현금 수입이 급감한 도시 주민은, 어쩔 수 없이 배급과 '량곡판매소'에 의존해 주식을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라는)제대로 배급도 주지 않는 주제에 공장 건설만 집중하려고 하니 비판이나 불만을 말하는 사람이 많다. 동원으로 가게 된 무산광산 노동자들도, 배급 받은 약간의 식량으로 아이와 가족에게 죽이라도 먹이고 있었는데 동원 간 뒤에 가족은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전술한 취재협력자)
동원된 노동자는 6개월마다 교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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