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시아프레스가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면서 항상 관심을 가져왔던 건 북한 내 약자들의 삶이었다. 이번에 양강도에 거주하는 두 여성을 심층 인터뷰하며 살펴본, 현재 북한 노인들의 삶은 충격적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가가 방치하고 가족이 외면한 노인들의 비참한 삶을, 취재협력자 2명의 인터뷰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강지원 / 전성준)
◆ 이삭줍기와 꼬제비로 연명
지난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혜산 도심에 거주하는 A 씨와 B 씨로부터 북한 노인들이 지난 수년간 처한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답변 중에 중복되는 내용도 있었지만, 맥락의 연결을 위해 그대로 두었다. 인터뷰 내용은 협력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 한한 것이지만, 2023년과 2024년 평안북도와 함경북도에서 협력자들이 보내온 여러 보고와 상통하는 부분이 많으므로 비단 양강도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추측된다.
Q1.2024년 현재, 주변 노인들의 삶은 어떠한가?
A 씨 2022년 코로나 때 노인들이 많이 죽었다. 잘 먹지 못하니까 65살만 되면 다 시름시름 앓고 그런다. 나가서 이삭을 줍거나 매대, 경비초소 근무, 남의 아이 봐주기 같은 거로 조금이라도 돈을 버는 노인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냥 아프다고 말이 나면 영양부족 하고 하니까, 한 달 안에 다 죽는 거 같다.
B 씨 간부들이나 돈 좀 있는 집 빼고 먹고사는 게 어려운 집들에서는 늙은이들은 말썽으로 취급받는다. 그런 집들에서 노인들은 거의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자식 좀 잘 뒀으면 그래도 밥이라도 먹는데, 그렇지 못하면 자기가 밥벌이를 해야 하니까, 빌어먹으러 다니고, 애 봐준다 하고, 퇴비 주으러 다니거나 (밭에 나가)이삭줍기하고, 쥐굴 파러 다니는 늙은이들도 있다(옥수수 밭에 쥐굴을 파서 쥐가 저장해둔 옥수수를 얻는다).
그것도 할 수 없으면 결국 꼬제비(방랑자)가 된다. 지난 3월 10일 위연 장마당을 조사했더니 12명의 꼬제비가 있었고, 모두 아이와 노인으로 그중 노인은 4명이었다.
◆ "코로나로 매일같이 노인들이 죽었습니다"
Q2.코로나 국면을 지나면서 고령자들이 많이 사망했다고 언급했는데, 코로나 당시 노인들의 형편은 어떠했나?
A 씨 영양도 딸리는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냥 (코로나에)걸렸다 하면 사망했다. 2022년 4월쯤에는 아파트 앞에 늙은이들이 5~7명씩 나와서 마실도 하고 했는데, 7~9월 이후에는 한두 명만 나와 앉아있을 정도로 늙은이들이 많이 죽었다.
B 씨 매일같이 (시신이)나갔다. 2022년 4월부터는 아파트에 죽은 사람들 화장하러 가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많이 죽었다. 늙은이들 좋은 옷 입혀서 보내면, 그걸 화장터에서 빼돌리고 그래서 가족들이 지키는 일도 있었다.
◆ 공적 무상의료제는 붕괴상태
Q3.노인들의 건강을 위한 특별한 의료 혜택 같은 것은 없나?
A 씨 의료는 여느 사람들과 똑같다. (고령자에)특별히 무엇을 더 해주는 것은 없다. 그냥 아프면 약 사먹어야 되고, 병원 입원은 말도 안 되고 그냥 집에서 앓는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이 쓰는 약은 아편이다. 병에 걸린다 해도 치료를 다니는 사람들은 힘이 있거나 돈이 있는 사람들이지 일반 사람들은 거의 병원을 못 간다.
동네에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해서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아편으로 진통제를 대신하며 하루하루 사는 늙은이가 있는데, 오늘내일 죽을 것 같다.
B 씨 병원엔 거의 안 간다. 돈도 그렇고 약도 문제되니까, 그냥 병 걸리면 죽어야 한다. 영양이 부족하니까, 무슨 병에 걸렸다 하면 한 달 견디는 늙은이가 없다. 내 주변에도 늙은이라 하면 70 넘긴 사람이 드물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실상 북한은 무상치료제를 포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제 병원에서도 돈이 있어야 약을 구입할 수 있다. 개인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 다만, 긴급한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의 경우 병원의 약이 사용된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 통계청이 2023년 12월 발표한 북한 주민의 추정 기대수명은 남성 71.9세, 여성 78.3세이다. (계속 2 >>)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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