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내부조사> 충격 실태... 죽음의 경계에 선 노인들 (1) 구걸, 부랑생활하는 가난한 고령자들 '병에 걸리면 죽음뿐입니다'
국가가 외면한 노인들의 열악한 상황에 자식이나 가족도 속수무책이다. 상황이 개선될 희망이나 여지가 보이지도 않아 더욱 암울하다. 1회에 이어 기댈 곳 없는 북한 노인들의 현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본다. (강지원 / 전성준)
◆ 기능을 상실한 국가의 양로제도
Q4.노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은 있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연금제도 같은 것이 있는가?
A 씨 우리는 연금이라고 하지 않고 보조금이라고 한다. 90년대는 월 35~70원 기준으로 주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5,000원으로 올랐다. 공로자나 훈장 받은 노인들은 많게는 2만 원도 받는 사람이 있는데 보통은 5000~7000원 받는다. 그나마 자꾸 밀려서 월말이 되면 늙은이들이 동사무소에 찾아가서 보조금 왜 안 주느냐고 자꾸 따지니까 간부들이 힘들어한다.
B 씨 출근한 직장이나 근무연한에 따라서 다르지만, 월에 5,000원 정도 받는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아무것도 못한다. 형식적인 것이다.
*2024년 3월 중순 기준, 백미 1kg은 북한 돈으로 6000원 정도다. 북한 돈 1000원은 한화 약 146원이다.
◆ 생활고에 부모를 버리는 자식들
Q5.국가의 제도가 작동하지 않으면 자식들 부담이 클 텐데, 부모를 모시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떠한가?
A 씨 가족들이 누구 하나 제대로 모시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 형제들이 사는 게 어려우니까 서로 회피하는데,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도 거주퇴거 문제도 있고 해서 어려우니까 그냥 있던데 눌러앉아 살게 되는 경향이 있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거처를 옮기려면 길고도 복잡한 수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B 씨 자식 중 농촌에 자녀가 있으면 대부분 농촌으로 간다. 요즘은 단속 때문에 메뚜기장사(골목장사)도 못하니 시내에서는 노인들이 할 게 없다. 땔감 주으러 다니고, 불 땐다고 변소 칸 휴지까지 주으러 다니는 거밖에 뭘 할 게 없다.
◆ 노인 학대가 사회문제화
Q6.‘노인을 공경하고, 부모님을 잘 모시자’라는 강연이나 사회적 운동은 없나?
A 씨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이나 인민반에서 노인들을 때리거나 버리고 먹을 거 주지 않고 하는 행위들이 비사회주의고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이런 행위를 신고하고 처벌한다고 자주 통보한다.
〇〇동에서 1월에 늙은이가 동복(패딩)도 제대로 못 입고 빌어먹으러 다니다가 미끄러져서 뇌진탕으로 사망했는데, 제지공장에 다니는 아들을 비판무대 올려 세웠다고 한다. 늙으면 죽어야지, 이게 늙은이들이 보통 하는 말이다. 사회적 운동 이런 거는 없고 노인들만 따로 낮에 모여서 하는 활동을 동사무소에 조직하고 하는데, 나오는 사람도 없고 그거 제대로 하는 거 본 적이 없다.
B 씨 가정에서 늙은이를 학대하는 거에 대해서 비판을 많이 한다. 또 늙은이들이 편들어 줄 데가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문제 있으면 동사무소나 인민반장, 안전국에 찾아가는 이들도 있다. 밥 안 준다고 찾아가고, 우리 자식이 나쁜 말 했다고 신고하고, 그것 때문에 불려 다니는 자식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이상이 협력자들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세계가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에 관심을 쏟는 동안, 그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노인을 비롯한 약자들은 매일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들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끝)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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