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내부> 세계 최장 군복무, 신병은 누구인가 (1) 올해 군 복무기간은 남 8년, 여 5년... 여 입대자 늘어
북한 각지에서 신병 모집 시기를 맞아 입대자들이 집합하는 도시 지역이 붐비고 있다고 한다. 떠나는 자식들과 그들을 배웅하는 부모들로 넘쳐나는 풍경 속에서 빈부의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북부지역의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가 전했다. (전성준 / 강지원)
◆ 북한군 신병 선발과정
북한에서는 신병의 모집 및 군입대 수속 과정을 통틀어 ‘초모’라고 한다. 초모 사업은 국방성 소속 조직동원보충국(구 대렬보충국)이 담당하고 있다. 남한의 병무청에 해당하는 이 조직은 조선인민군의 각 군종 및 병종에 필요한 신규병력 수를 산출하고 전국의 도, 시, 군에 설치된 군사동원부라는 산하 조직을 통해 입대 인원 모집을 진행한다.
각 도, 시, 군의 군사동원부에서는 지역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 해당)를 졸업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체검사와 면담을 실시해 최종 입대 대상자를 선발한다. 남자의 경우, 대학교나 전문학교에 입학 추천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학생이 입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입대가 결정된 17살의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하는 3월경에 모두 도소재지로 올라와 군사동원부에서 지정하는 부대에 배속되어 해당 부대의 주둔지 근처의 신병 훈련소로 향하게 된다. 대다수의 신입병사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부모와 장시간 분리되는 순간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군복무 기간 부모의 얼굴을 못 볼 가능성이 높다.
◆ 군대 가려면 청년동맹의 보증이 필요해
북부지역에 거주하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는 올해 입대하는 졸업생부터 군대에 가려면 청년동맹조직의 보증을 받는 제도가 새롭게 생겼다고 보고했다.
“사회에서 불량한 짓을 했거나 한국드라마나 퇴폐적인 선전물 시청으로 법제재를 받았거나 청년동맹 생활에 불성실한 학생들에 대해 청년동맹에서 보증을 해주지 않아 초모 신청이 1년 뒤로 미뤄졌다고 해요”
※ 청년동맹의 정식 명칭은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고급중학교의 학생과 34세까지의 근로 청년들을 망라하는 노동당 산하의 대중조직.
“(거주 지역의)학교마다 3명에서 많게는 8명까지 걸려서 초모에서 제외됐다고 하는데, 부모들이 어떻게든 무마시키려고 학교청년동맹지도원 찾아다니면서 뇌물 바치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해요”
◆ 자식을 편한 곳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뇌물 행위 성행
한편 협력자는 입대 시즌을 맞아 각 지역에서 올라온 입대생들과 부모들로 시내가 북적거린다며, 뇌물을 써서라도 자식이 좋은 부대에서 편하게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부모들 때문에 군사동원부 관계자들이 뇌물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경무부(헌병), 안전국(경찰), 보위부(비밀경찰) 같이 좋은 부대에 가려면 1,000~3,000위안까지 뇌물이 든다고 들었어요”
※ 1,000 위안은 한화로 약 19만 원이다.
그러면서 협력자는 평양에 배치받거나 미사일 부대처럼 공급이 좋은 곳으로 가려고 해도 뇌물이 필요하다며, 이런 곳에 가면 김정은을 직접 만나 출세할 가능성도 있어 부모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 군대가는 아들 여비 마련하려 자전거를 팔기도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취재협력자는 초모철을 맞아 돈 있는 집 자식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 격차를 실감한다고 전했다.
“좀 여유가 있는 애들은 그런대로 돈도 쓰고 하는데, 그렇지 못한 애들은 돈이 없어서 부모도 (집합장소로)따라오지 못하고 혼자서 남의 집에서 숙박비로 8,000원씩 내고 잠만 자는 애들도 있어요”
※ 북한 돈 1,000원은 한화로 약 158원이다.
시골지역 출신 신병들은 군입대를 위해 신병 집결처인 주변의 큰 도시로 올라와야 하는데, 보통은 부모들이 함께 와서 부대에 배치되기 전까지 함께 지낸다. 하지만 그동안의 숙식비용을 해결하기가 어려워 부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협력자는 초모생들의 숙식을 제공하고 돈벌이 하는 지인에게서 들었다며 “농촌에서 혼자 와서 숙식만 하는 애가 있는데 불쌍해서 못 봐주겠다고, 돈 받는 게 미안할 정도라고 했어요. 여기까지 오는 여비 마련하느라고 아버지 자전거를 팔았다고 하더라고요.”
입대 전부터 이렇듯 극명하게 드러나는 차이는 입대 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군은 북한의 제도를 유지하고 수호하는 중추적인 집단이다. 또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한의 위협의 직접적 집행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군의 작은 변화 하나도 전체 북한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아시아프레스는 북한군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취재를 진행할 것이다. (계속 3 >>)
※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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