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생활이 어려워 깊은 산속에 은둔해 밭을 일구어 농사짓는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개시했다고 4월 초, 북부 지역의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 단속 인원을 동원해 산속에 지어 놓은 ‘움막’(임시거처)을 파괴하는 등 매우 강압적인 수단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당국이 왜 최하층인 ‘화전민’ 단속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그 배경을 살펴봤다. (전성준 / 강지원)
◆ 코로나 이후 증가하는 도시 ‘화전민’
‘화전민’이란 산에 불을 질러서 밭을 일구고 경작하는 농사꾼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북한의 ‘화전민’에는 ‘도망자’라는 의미도 있다. 불법적으로 거주지를 이탈해 산으로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북한에 ‘화전민’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당시 온 나라를 강타한 사회 혼란과 기아 사태가 원인이었다. 이들은 문명을 등지고 국가 권력이 미치지 않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움막’을 짓고 농사를 시작했다.
다소 낭만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움막’은 최소한의 바람과 비 정도만 막을 수 있는 매우 원시적인 거주 형식이다. 제대로 된 집도, 전기도, 수도도, 이웃도 없는 산속에서 겨우 연명하는 삶은 현대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엄혹한 것이다.
사실상 ‘화전민’은 일종의 국내 피난민인 셈이다. 처음에는 주로 산세를 잘 알고 농사일에 익숙한 시골 지역에 많았지만, 최근에는 도시 출신 ‘화전민’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 한 인민반에 많게는 10명까지 산으로...
지난 4월 초 북부 도시에 거주하는 협력자가 보내온 보고에 따르면, 2020년 1월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국내 주민 통제를 강화하면서 도시 지역에서도 산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동네에서도 작년에 많이 산에 들어갔는데, 보통 한 인민반에서 5명에서 많게는 10명 정도가 산에 있다고 들었어요”
※ 인민반은 말단 행정조직으로 보통 20~30세대, 약 60~8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 인민반 통해 감시 강화, ‘움막’까지 허물며 하산 강요
당국은 ‘화전민’이 생긴 초기부터 단속을 해왔지만, 올해 들어 이들에 대한 단속 강도가 전에 없이 강화됐다고 한다.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단속기관뿐만 아니라 인민반을 통한 동향 감시까지 하고 있다.
“언제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까, 인민반을 통해서 산불이나 산림 훼손을 막는다는 핑계로 산에 들어가지 말라고 통제하고 있어요”
협력자는 계속해서 “산림경영소나 산림감독대에서 산불을 피우지 말라며, 화전을 찾아다니면서 막까지 다 허물어버리고 쫓아낸다”며 산으로 올라갔던 사람이 움막이 파괴돼서 다시 내려왔다고 전했다.
※ 산림경영소 : 산림을 효과적으로 조성하고 이용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관장하는 기관.
※ 산림감독대 : 무단으로 산림을 벌채하고 훼손하는 행위를 감독, 통제하는 기관
◆ 진짜 목적은 주민 통제
“겨울에는 추워서 산에서 살기 힘드니까, 내려왔다가 봄에 다시 올라가는데 노인들은 눈감아주면서, 젊은 사람들만 통제하고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조직생활을 안 하는 것, 행방불명, 탈북 등 사건 사고를 막는 게 목적이에요”
이처럼 ‘화전민’의 생계까지 위협하며 주민을 통제하는 당국의 조치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산에 들어가서라도)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사람들이 뭘 잘못했다고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불평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김정은 정권의 ‘화전민’ 탄압 정책은 큰 맥락에서 코로나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회 전반에 대한 국가 통제 강화와 궤를 같이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그동안 국가의 관리 밖에 있던 토지(화전)와 인력(화전민)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속과 통제가 심해지면서 봄철 파종을 눈앞에 둔 화전민들의 안타까움만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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