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조사>왜 북한의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게 됐는가? (1) 출산율 감소 이미 심각... 아이 업은 모습 보기 어려워
북한 당국도 출산율 하락에 대응하느라 애쓰는 모습이다. 어머니 대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와 강연 등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선전하지만 정작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연재의 3회에서는 김정은 정권의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한다. 올해 2, 3월에 북부 지역에 사는 여성 3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성준 / 강지원)
◆ 자본주의에 물들었다며 ‘노처녀’ 비판, 선전 내용에 강사도 난감해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12월 평양에서 열린 어머니 대회를 계기로 출산 장려 정책을 적극 선전하며 다양한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여성 사이에서 나타나는 결혼 기피 현상을 막고 혁명적인 가정을 꾸리는 데 동참할 것을 적극 호소하고 있다고 협력자들은 전했다.
“(출산 세대에 대해)국가에서 식량도 지원하고, 여맹이나 각급 단체에서 세외 부담 제외, 임산부 지원사업 같은 것도 별도로 한다고 포치했어요.” (협력자 A)
이와 함께 여성에 대한 선전 선동도 강화하고 있다.
“계속 강연을 하는데,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아이도 없이)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은 자본주의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해요. 한 명만 낳는 가족들에 대해서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얘기해요.” (협력자 A)
하지만 여성들에게 이러한 프로파간다는 잘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협력자 C는 “은근히 노처녀들을 비난하면서 자기밖에 모르고, 자본주의 사상에 물젖어서(물들어서) 돈벌이밖에 모른다는 식으로 몰아가서 혼자 사는 여자들 사이에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연하는 강사도 좀 대충 넘어가는 형태로 강연했어요. 실제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니까”라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 우리가 바보냐, 애 낳아서 꼬제비 만들 일 없다
실효성도, 진정성도 없는 당국의 정책과 선전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은 냉담하다고 양강도의 다른 협력자가 전했다.
“어머니 대회라는 것도 다 형식적이지, 실제 그걸 보고 애를 낳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신문, 방송에 나오는 거는 다 선전이지, 애 낳는 여자 입장에선 그게 의미가 없잖아요.” (협력자 B)
양강도의 협력자 C도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
“여맹에 소속된 새색시가 임신했다고 닭곰 만들어서 지원해준다고 돈도 모으고, (당국은)자발적으로 지원사업 하라고 요청하는데, 그거만 먹고 애가 다 크는 거 아니잖아요.”
어머니 대회 이후 집중적으로 선전하는 다자녀 우대 정책에 대한 여성들의 생각에 대해서도 더욱 신랄하게 평했다.
“강연도 하고, 국가적으로 지원한다는 말이 돌면서 요즘 (주변에서)임신했다는 소리도 듣지만 그건 좀 모자란 사람들이고, 똑똑한 사람들은 임신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를 낳아도 똘똘한 한 명만 낳아서 잘 키우겠다는 거예요. 두 명 낳으면 다 머저리 취급해요. 못사는 사람이 애를 한 명만 낳아도 꼬제비 시키려고 그러냐며 대놓고 말하는 정도니까요.” (협력자 A)
◆ 비사회주의 칼날 빼든 당국, 동거와 낙태가 주목표
여성들의 이 같은 인식으로 인해 정책이 먹히지 않자, 당국은 출산율 대책을 위해 「비사회주의」 칼날을 빼 들었다고 협력자는 전했다.
“동거, 낙태 현상과 투쟁할 데 대한 회의가 있었는데, 동거를 결혼을 기피하고 미풍양속을 문란시키는 행위로 처벌하고, 결혼 등록을 하지 않는 현상은 불편함 없이 자기만 잘 살려고 하는 비사회주의 행위라며 적극 신고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했어요.” (협력자 B)
※ 북한에서 결혼 등록을 하지 않은 남녀가 함께 동거하면, 대표적인 비사회주의 행위로서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 낙태는 강하게 처벌
그러면서 협력자는 그중에서도 특히 낙태에 대해 더욱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심하게 투쟁하는 건 소파랑 중기 중절인데, 애들을 없애는 행위에 대해서는 해준 사람이고, 한 사람이고 모두 문제시하고 있어요. 특히 개인이 돈 받고 해주는 여자들의 경우 교화(징역) 보낸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요.”
실제로 지난해 12월, 자신의 집에서 소파수술을 해준 혜산시 병원 산부인과 조산원이 노동단련대에 보내졌고, 수술을 받은 여성은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조직에 불러내 모욕을 줬다고 한다.
◆ 국가가 낳으라고 낳으면 바보, 반기 드는 여성
당국의 이 같은 공포 분위기 조성도 여성들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협력자는 전했다.
“(국가에서)낳으라면 낳겠어요? 또 설사 임신했다고 해도 애를 왜 낳아요. (애가)생겼다고 낳는 게 말이 돼요?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웬만하면 소파 하지, 바보가 아니면.” (협력자 B)
또 다른 협력자는 당국의 정책에 대한 현지 여성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여맹회의 후에)내가 굶고 있는데 애를 어떻게 낳냐고, 그리고 본인이 낳기 싫다는데 그걸 왜 국가가 뭐라고 하냐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었어요.”
그러면서 협력자는, 당국의 처벌을 피해 몰래 낙태 수술을 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태아를 없애는 여성들의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단속이 하도 심해지니 자기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병 치료 간다 하고 거기서 수술하고 며칠 묵고 오는 경우도 있어요. 서로 피해 볼까 봐 입막음하고 있어서 누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드물어요.” (협력자 A)
“요즘에는 침으로 애 죽여서 낳는 방법까지 생겼어요. 국가에서 너무 단속하고 잡아가고 하니까, 침 대충 놓을 줄 아는 사람에게 애 찔러달라고 찾아다니는 여자도 봤어요.” (협력자 B)
※ 편집자 주: 침으로 태아를 찔러 죽여서 강제 낙태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극단적 방법으로, 북한 여성이 출산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음지에서 낙태 수술을 받는 여성들의 건강이 우려되는데, 앞으로 이에 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인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몰래 낙태 수술을 해주는 사람들만 신났다고 협력자는 전했다.
“아무리 비법 의술 단속 한다고 해도, 산부인과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집에서 (불법으로)소파 수술해주고 돈 많이 벌어요. 생겨도 낳을 수 없으니까, 아무리 통제해도 애들 없애고…” (협력자 A)
속사정을 알고 보면 북한의 낮은 출산율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지금의 출산율 하락은 시대착오적인 당국과 가부장적인 남성에게 반기를 든 여성들의 은밀하면서도 강력한, 그리고 오랜 공세라고 봐야 할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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