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A 협동농장의 식량배급 과정에서 약속된 양을 어긴 경영진에게 농민들이 무책임하다며 반발하는 소요가 일어나 지역 안전부(경찰) 기동대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가 보고했다. (전성준 / 강지원)
◆ 농민의 불만 폭발, 항의 행동
함경북도에 거주하는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도내 A 협동농장에서 이뤄진 식량 공급을 둘러싸고 농장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불만이 관리위원회 간부에 대한 항의로 이어져 소란이 벌어진 사건이 있었다. A 농장은 약 500명 규모의 농장원이 소속되어 있는, 함경북도에서는 중간 규모의 농장이다.
문제의 발단은 농장의 실정을 무시하고, 시행하기로 했던 농장 배급제도가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이에 분노한 농민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 농장 배급제도의 배경
노동자가 배급을 받는 것과 다르게 농민은 한 해 농사가 끝나는 가을에 앞으로 1년 동안 살림을 유지할 수 있는 식량을 한꺼번에 받는다. 이를 분배제도라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에 배급제도가 거의 붕괴한 것처럼, 분배제도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농업 생산량이 낮은 데다 군량미를 비롯한 각종 국가계획에 수확물을 우선적으로 공출해 가는 농촌의 현실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농장원들은 분배를 제대로 받기 어려워졌고, 받는다고 해도 그것으로 다음 해까지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해마다 농촌에서는 굶주려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 농사철에 인력이 부족해 농업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2019년경에 도입된 것이 농장 배급제도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서, 한 해의 분배분에서 다음 해 농사철(4~6월)을 위한 3개월분의 식량을 농장이 보관했다가 봄철에 배급 형식으로 각 세대에 공급하는 제도이다. (지역 간 도입 시기와 형태의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 번에 분배를 하면 봄이 오기도 전에 식량이 바닥나 버리니 최소한 농사철에 먹지 못해 결근하는 것을 막고자 고안해 낸 방법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전국적인 것인지, 아니면 북부 지역의 일부 농장들에 국한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잇다.
◆ 3개월 식량에서 1개월분이 사라져 농민들 분노
하지만 배급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협력자는 전했다. 지난 4월 초에 배급이 시행되었는데, 3개월분이라고 생각했던 식량이 2개월분만 공급이 된 것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농장에 맡겨 놓은 식량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2개월분만 지급되면서 농장원들이 항의하고 복잡해졌어요”
게다가 식량 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배급받은 옥수수에 곰팡이까지 끼어 있는 것을 본 농민들이 분노해서 폭발한 것”이라고 협력자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력자는 “하루에 두 끼만 먹어가면서 배급을 기다렸는데, 정작 받은 게 그 꼴이니까 농민들이 화가 난 것”이라며 ”몇 사람이 농장 관리위원회를 찾아가 내 쌀을 내놓으라고 소리 지르고 난리를 쳐서 안전부(경찰) 기동대까지 출동했다”고 전했다.
◆ 농장 경영진은 사건 수습에 급급
농장 경영진의 무책임한 처사도 사실 알고 보면 온전히 그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협력자는 “위에서 주는 각종 숙제(상급기관이나 간부들이 요구하는 과제들, 뇌물 등)도 해야 하고, 농장 경영을 위한 영농자재도 구매해야 하는데 돈 나올 곳이 없으니 배급에 손을 댄 것”이라며 아무리 그렇더라도 농장원 입장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영진은 주민들의 눈치를 살피며 사건을 수습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소란을 피운 사람들에 대해서도 문제 삼거나 잡아가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협력자는 전했다.
“리당위원회에서도 문제가 커질까 봐 추가 식량 공급을 책임지고 하겠다고 농장원들에게 통보한 상황이예요”
이번 사건은 김정은 정권의 농촌 정책에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가 농민을 수탈하고, 도시가 농촌을 착취하는 현 구조에서 그 어떤 새로운 조치나 정책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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