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발행된 초급 중학교 2학년 ‘사회주의 도덕’ 교과서. 표지에는 권력자에 대한 충성을 설파하는 삽화가 있다.

올해 3~5월, 북주지역에 거주하는 3명의 아시아프레스 주민들로부터 북한 주민의 일상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상황을 들었다. 북한의 기초 인프라 상황에서부터 교육, 의료, 문화에 이르는 전반적 사회상황을 소개하는 시리즈의 2편에서는 북한의 교육 현황에 대해 보고한다. (전성준 / 강지원)

<내부조사>북한 주민의 삶의 조건은 지금 (1) 열악한 인프라 수도, 전기, 난방 그리고 화장실 실태

◆ 무료교육은 옛말, 심화되는 교육 부담

북한에서는 무료교육이 원칙이지만, 1990년대 이후 생활난으로 교육 부분에 대한 국가의 지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교육 유지비의 상당부분이 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세외부담’을 통해 충당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교과서나 학용품도 대부분 학생이 자비로 마련해야 하는 현실이 90년대 이후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양강도의 도시 지역에서 학교에 다니는 자식을 키우는 취재 협조자 B 씨는 자녀를 교육시키는 문제가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는 현지의 사정을 전했다.

“지금 애를 키우려면 학교에 월사금 내는 것처럼 매달 돈이 나가요. 우리 애의 경우에 월에 기본 70~100 위안 정도를 고정적으로 지출해요. 요즘은 (학교 생활과 관련된)작업 동원에 빠지려고 해도 돈을 내야 하니까.”

※ 1위안은 북한 돈 약 1,850원(한화 189원)에 해당한다. 2024년 6월 현재 북한에서 쌀 1kg은 북한 돈 약 7,200원(한화 약 910원)에 거래된다.

그러면서 B 씨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예산이 부족하니 학부모들을 통해 충당한다고 지적했다.

“학교에 필요한 것들이 (국가에서) 제대로 공급이 안 돼서 대부분 학부모들을 통해 해결하려고 해요. 자녀 교육을 위한 학용품들도 모두 자체로 구매해서 써야 하는 상황이에요.”

◆ 수재교육 강조, 새로운 불평등의 양산

과거 북한에서 고급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대학교에 진학하려면 학교의 추천을 받은 학생만 대학입학 시험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제도 하에서 대학진학은 출신 성분 뿐 아니라 부모의 지위와 경제적 여건 등의 영향을 받았고, 추천권을 얻기 위해 뇌물행위가 성행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을 키웠다.

2022년, 김정은 정권은 대학 진학을 장려하고 제대로 된 인재를 키운다는 수재교육을 적극 강조했다. 이에 따라 모든 고급중학교 졸업 예정자에게 대학시험 자격을 주고 성적에 따라 누구든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협조자는 최근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재교육을 강조하면서 이제 출신에 관계없이 누구든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은 결국 (수재반에 보낼 수 있도록)자식들에게 과외나 참고서 제공 등 교육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권력층 사람들이에요.”

반면, 일부 가정들은 생활난으로 자녀들이 거리를 전전하며 구걸하는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등교조사를 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들을 처벌까지 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협조자는 전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등교하는지 조사해서 신고해서,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는 노동단련형을 보낸 사례도 있어요. 단속과 통제가 아무리 심해도 상황이 어려워지니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 노동단련형: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당국의 통제에 따르지 않았다고 간주된 자, 경미한 죄를 저지른 자를 사법절차 없이 수용해 1년 이하 강제노동에 처하는 '단기 강제노동형'을 말한다. 전국 시•군에 있는 ‘노동단련대’에서 행해지며 안전부(경찰)가 관리한다.

길거리에 김정은 정권의 12년제 의무 교육을 선전하는 문구가 있다. ‘교육사업을 더욱 발전시키자! ’는 구호도 있다. 2013년 8월 북한 북부도시(아시아프레스)

◆ 학교마다 3~5대, 컴퓨터와 인트라넷의 제한적 사용

B 씨는 학교들에서 컴퓨터와 인트라넷이 제한적이지만 일부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의 고급중학교 기준 작동 가능한 콤퓨터가 보통 3~5대는 기본적으로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 협조자는 전국 학교들에 (김정은의) 선물로 컴퓨터가 2대씩 공급된 적이 있는데, 작동이나 수리 여부는 잘 모른다며, 그 외에도 학교 교수행정에 인트라넷이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수안도 인트라넷으로 내려와서 선생들은 거기에 접속해서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애들은 컴퓨터 사용방법을 배우는 정도이고 (인트라넷에)접속은 안 되는 것 같아요. 열쇠(패스워드)를 잠궈서 학생들은 접근할 수 없다는 말을 아이에게 들었어요.”

농촌지역의 교육 인프라와 교사 수급 등에 관한 질문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농촌이라도)학교들에 선생들은 제대로 배치가 돼 있어요. 교육 문제는 당에서도 계속적으로 강조를 하고 있어서 영어, 과학, 콤퓨터 관련 선생들도 다 있어요. (농촌에)선생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교육은 모든 국가들이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투자하는 분야이다. 과거 북한도 교육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경제형편이 악화되면서 북한의 교육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교육 정상화는 공허한 구호나 방침이 아니라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부터 이뤄지는 것이다.

시리즈의 다음 회에서는 북한 의료 실태에 대해 살펴본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내부조사>북한 주민의 삶의 조건은 지금 (1) 열악한 인프라 수도, 전기, 난방 그리고 화장실 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