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양강도의 어느 소도시 병원 병실. 구석에 환자가 돌아 누워있다. 2015년 4월 아시아프레스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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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치료는 의무교육과 더불어 북한 정권이 사회주의 대표적 시책으로 선전하는 단골 소재다. 하지만 현재 북한에서 의료는 사회주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주제이기 보다는 실패한 제도의 극명한 사례라고 봐야 할 것이다. 금년 3~5월 아시아프레스 내부취재협력자들을 통해 진행한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 관한 조사 시리즈의 3편에서는 북한의 의료 현실을 다룬다. (전성준 / 강지원)

의료와 관련해서 양강도에 거주하는 협조자 A와 함경북도에 거주하는 협조자 C로부터 들었다.

◆ 의료 서비스의 붕괴, 처방전 구하려고 뇌물

C 는 병원 치료에서 과거에는 무상치료가 원칙이었으나, 최근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돈을 주고 유상으로 의약품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약처방을 해주고 주사를 놔주고 약값으로 인해 뇌물도 필요했지만, 지금은 병원에서 처방만 받을 뿐 약은 스스로 구매해야 해요. 병원에서 제공하는 건 일반 식염수나 처치 정도니까 큰 의미가 없어요.”

C 는 오히려 최근에 의사들이 인기 있는 건 치료보다는 진단서 때문이라며 무너진 의료 서비스의 풍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진단서 때문에 담당 의사들이 인기가 많아요. 기업소에 출근 안 하면 무직자, 무단 결근자로 처벌되니 병원이나 진료소를 통해서 진단서를 받기 위해 뇌물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아시아프레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업소들에서 한달에 일주일 분의 식량을 공급하는 등 제한적으로 배급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노동력만 바쳐야 하는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직장 밖에서의 경제활동을 선호한다.

하지만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것은 불법으로 단속의 대상이기에 이를 피할 수단이 될 수 있는 진단서를 구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 개인의 의약품 유통에 강력한 제재

A 씨는 현재 북한에서 의약품의 유통과 공급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면 현지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의약품은 병원 밖의 제약공장 판매점에서만 구매가 가능해요. 응급 사고나 의식불명 같이 위험한 상황에서는 병원에서 구급약이 제공돼요.”

과거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처방과 함께 병원 내 약국을 통해 거의 무상으로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병원에서는 처방전만 받고 의약품은 외부의 판매점에서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A 씨는 개인의 의약품 판매와 유통은 처벌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개인이 국가의약품을 가지고 돈벌이 하는 행위는 원인제공(판매자 및 구매자), 출처, 빼돌린 자까지 모두 엄중처벌 대상이고, 의약품 불법 판매 신고에는 5만원의 포상금까지 있어서 이제 개인 판매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순천 제약공장에서 만든 국산 페니실린. 가짜가 많고 약효가 떨어져 평판이 좋지 않다고 한다. 2015년 북한 내부에서 촬영(아시아프레스)

◆ 의약품 부족에 남용되는 마약

하지만 의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에서 합법적으로 의약품을 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예전과 달리 개인의 의약품 유통은 철저히 단속하다 보니 주민들은 의약품의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목적으로 아편 같은 마약이 남용되는 현상도 다시 생겨나고 있다고 C 는 전했다. 의약품이 부족한 북한에서 아편은 사람들 사이에서 각종 질병들에 대한 효능이 인정이 되어서 의료 목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의료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일부에서는 ‘빙두’ (필로폰)라고 불리는 각성제 사용도 늘고 있다.

“빙두는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서 수입이 안돼)원료부족으로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1그람에 400~500 위안에 거래되고 있다고 들었어요. 주로 간부들이나 돈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해요.”

※ 1위안은 한화로 약 189원이다.

C 는 최근 마약에 대한 국가적 통제가 강화되었다며 “사용한 사람보다는 유통하는 사람에 대해 기본 2년의 교화형을 언도할 정도로 강하게 통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 는 다만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이 많지 않아 과거처럼 각성제 사용이 성행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협조자들의 조사로 미루어 이제 북한에서 무상치료는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린 듯하다. 하지만 그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허울 뿐이었던 ‘무상치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유상일지라도 주민들의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의료제도가 확립된다면 그것은 결국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끝)

2020년 3월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가한 김정은. 착공으로부터 4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완공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조선중앙통신에서 인용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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