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레스는 최근 북한주민들의 실제생활상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삶의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시설에서부터 교육, 의료 등 사회생활의 전반적 실상을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집중 조사했다. 3회로 연재하는 시리즈의 첫번째는 수도, 전기, 난방 그리고 화장실 환경의 가장 최근 상황을 소개한다. (전성준 / 강지원)
이번 시리즈는 양강도와 함경북도에 사는 3명의 취재협조자들에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3~5월에 걸쳐 진행되었다. 협조자들이 거주하는 북부지역을 기반으로 하였기에 북한의 전반에 대해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기타 지역의 상황을 추측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첫 편에서는 양강도의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협조자 A 씨의 설명을 정리했다.
◆수도는 정해진 시간에만, 배관의 노후와 낮은 수압으로 불편
지난 3월, 수도와 식용수에 대한 질문에A 씨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간을 맞춰서 물이 공급된다며 현지 수도 형편을 상세히 설명했다.
“내가 사는 동은 하루 2번, 아침 7시, 저녁 5시에 (물이)공급되는데, 수압이 낮아서 3층 이상은 길어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A 씨는 그렇게 공급되는 물로는 부족해서 항상 물을 아껴 써야 한다며, 그 원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배관이 낡거나 물포(펌프)가 좋지 않아서 2019년에 비해 물공급이 확실히 적어져서 문제가 많아요.”
◆전기는 하루 1~2시간 공급, 난방비용도 덩달아 상승
“전기 사정은 더욱 심각해요. 지금(3월)은 물이 없어서 하루 1~2시간 정도로 제한적이고, 하루 종일 전기가 오지 않는 경우도 빈번해요.”
전력 공급의 6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지하고 있는 북한에서 갈수기에는 전력사정이 더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협조자가 소식을 전한 3월은 갈수기여서 전기 사정이 더 안 좋은 듯하다.
“공업선과 주민선을 확실히 구분해서 주민선 공급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공업선은 그런대로 공급이 어느정도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공업선은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을 위한 전기공급 전용선이고 주민선은 일반 가정용인데, 부족한 전기를 충당하기 위해 주민선 공급을 거의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 협조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협조자는 가정용 조명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산 태양광 전지패널을 사용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A 씨는 계속해서 전기 사정이 열악해지면서, 난방 비용도 더 올랐다고 평가했다.
“난방 비용은 더 올랐어요. 이전에는 그래도 전기도 좀 와서 히타(히터) 같은 것을 이용했는데 지금은 거의 그런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못해요.”
그러다 보니 화목이나 석탄에 대한 수요가 더 증가해 가격이 올랐다고 협조자는 설명했다.
“석탄이나 화목도 올랐는데 나무는 립방당(/㎥) 100위안에서 지금은 125위안이에요. 석탄도 톤당 110위안에서 지금은 150위안까지 올라간 상태예요.”
※ 중국돈 1원은 한화로 약 189원 정도이다.
◆여전히 ‘푸세식’ 화장실, 개선의 여지는 많지 않아
“화장실은 이전과 큰 변화가 없어요. 최근에 건설하는 아파트들은 야외 공동 변소를 현대화한다고 국산 타일도 깔고 하는데, 배수가 제대로 안 되니, (인분을)퇴비로 쓰려고 계속 채워 놨다가 실어가는 식으로 만들어서 냄새도 역하고 여전히 불편한 구조예요.”
새로 만드는 화장실도 여전히 채웠다가 퍼내는 과거의 ‘푸세식’ 구조로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통 북한의 아파트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지만, 최근 물이 넉넉치 않은 사정으로 사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간혹 개인의 경우에는 집 화장실에 변기를 놓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이제는 습관돼서 바뀌길 바라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평양의 아파트 경우에는 화장실을 현대화 하려면 물공급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수압을 높이는 펌프를 중국에서 수입해서 설치한다고 들었어요.”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은 인민들의 생활을 돌보지 못한 자책에 눈물을 흘리며 인민생활 개선을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협조자의 조사로 미루어 북한 주민들의 기초 생활 인프라 형편은 과거에 비해 유의미한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회에서는 교육과 의료 서비스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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