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터뷰>2024년 봄, 북한 내부는 어떤 상황인가 (1) 누가, 왜 굶주리는가?
올해 초 김정은 정권은 남한을 동족이 아니라 적이라고 규정하고, 한국 및 통일과 관련된 모든 흔적을 없애는 작업에 착수했다. 일반 주민도 이 같은 정책 변화를 체감하는지, 그리고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4월 말, 양강도 현지의 여성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전성준/ 강지원)
◆갑작스러운 변화에 혼란스러운 주민, 군대가 통일 구호를 지우고 있다
―― 올해 초에 김정은이 한국은 같은 민족도 아니고 통일 상대도 아니라고 선언했는데, 주민들의 반응은 어때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여기는 난리도 아닙니다. 한국이라는 말도 못 꺼내게 하고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거는 적대분자들이 보는 것으로 평가됐어요. 군부대들에 통일 구호를 다 없애라고 지시가 내려서 뺑끼(페인트) 구하러 (시내로)오는 군인들이 많습니다.
그쪽(남한)에서 쌀도 받고, 판문점에서 회담도 하고(2018년4월의 남북 정상회담), 한동안 서로 막 잘 살겠다고 기대했는데, 이러니까 사람들도 전쟁하려고 이러는 건지, 아니면 한국이 잘 사니까 우리를 흡수할까 봐 그런지 몰라 혼란스러워합니다. 한국하고 분계선이 열리면 다 내려갈 판이 될까 무서워서 그러겠지요.”
―― 뺑끼 구하러 온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통일과 관련된 구호들 위에 덧칠해서 지우는 용도로 쓰려고 구하러 다니는 겁니다.”
◆그래도 통일과 경제교류를 원합니다
―― 주변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은 같은 민족이고, 또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이지 않습니까. 사람도 많고. 한국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한라산 줄기’라고 하는데 ‘백두산 줄기’보다 더 잘 삽니다. 통일이 되면 좋고, 안 돼도 경제적 교류라는 게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교류라도 정상화됐으면 좋겠습니다.”
※ ‘백두산 줄기’는 과거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이던 시기, 김일성과 함께 항일 투쟁을 하던 사람들의 직계가족으로 북한 정권의 특혜 대상이었다. 최근에는 남한으로 탈북한 사람의 가족들이 ‘한라산 줄기’로 불리며 부러움을 받는데, 탈북자들이 보내는 송금으로 그 가족의 생활 수준이 ‘백두산 줄기’ 이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 국가에서 그렇게 말해도 통일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됐으면 좋겠습니다. 밖의 소리를 하나도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고, 정말 진짜 무서운 세상이 됐습니다. 먹는 거밖에 모르고 그런 것에만 신경 쓰면서 사는 게…. 좀 나가서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보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긴급체포에 사형까지, 공포감에 오금 저려
―― 전보다 주민 통제가 심해졌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요?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 모든 사람들이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주변 사람이랑 친척까지도 멀리해야 하는 세상이 됐어요.
웬만한 일도 시범격으로 교화 2년씩 막 보내고, 찍 하면 총살하고, 최근엔 긴급체포라는 것도 생겨가지고 사건에 관련된 사람을 보면 장소에 상관없이 막 잡아갑니다. 오금이 저려서 다니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작년부터 세 번 총살했는데, 지금도 (사형 집행)대상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 작년 8월부터 12월 사이 혜산시에서만 3차례의 공개처형을 통해 12명이 사형되었다.
<북한내부 인터뷰> 12/19 혜산의 공개총살은 이렇게 집행됐다 불과 4개월 만에 세 차례 집행... "직장에서 대열을 이뤄 동원"
―― 주변에서 많이들 무서워하나요?
“네, 위에서 딱 하라는 것만 하고, 보라는 것만 보고. 특히 탈북자 가족들은 이제 걸핏하면 감방가게 생겨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말을 잘 못하면 감시에 걸리고,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법을 안 지킬 거면 죽으라고, 죄도 짓기 전에 자수하라, 신고하라 그러고. 그런 체계를 딱 만들어 놨단 말입니다. 그냥 걸리면 죽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끝)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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