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사진)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는 혜산시장의 과거 모습. 여성 상인이 중국제 화장품을 팔고 있다. 현재는 중국상품 수입이 강하게 제한돼 이러한 광경은 볼 수 없게 됐다. 2013년 8월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내부>확대되는 카드결제, 그 정체와 신뢰도는? (1) 노임도 카드로 지급, 국영상점, 시장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최근 북한 당국은 주민의 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과 함께 노동자의 노임 지급을 위해 은행 계좌 및 카드 발급을 강요하는 등 강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전자결제 시스템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당국의 이 같은 집착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회에 이어서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들이 지난 6월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북한 카드 사용 실태를 알아본다. (전성준 / 강지원)

◆ 선불? 체크? 종류는 불명

결제카드에 관한 구체적인 보고를 보내온 취재협력자 A와 B는 양강도에, 협력자C는 함경북도에 거주한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카드의 정체는 무엇일까? 협력자 C는 카드의 발급 절차와 과정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개인이 카드를 만들자면 본인 공민증(주민등록증)과 함께 주소와 직장 등이 기입되고, 거주지 인민반장의 도장이 찍힌 신청서가 필요하다. 처음 만들 때에는 3만 원부터 (충전이)가능하고 수수료는 월 750원인데 그걸 못 내면 사용이 중지된다”

협력자 B에 따르면, 카드 발급 시 수수료를 일시불로 지불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 만들 때 5,000원을 받고 만들어 주기도 한다. (수수료가) 매달 나가는 방식은 잘 안 쓰고 만들 때 가입비를 내는 경우가 많다”

※ 북한 돈 1000원은 한화로 약 105원.

협력자들의 보고를 종합하면 카드에 현금을 충전해 잔액 한도 내에서 사용이 가능한 선불카드 방식으로 보이지만, 협력자 A의 설명에 의하면 단순한 선불카드를 넘어 계좌와 연동된 체크카드 방식일 가능성도 있다.

“통장이 있어야 만들 수 있고, 오직 은행에서만 발급한다. 외화 카드처럼 특정한 것들은 관광객, 외국인 상대로만 나오고 일반주민한테는 발급이 안 된다”

현재 사용되는 카드의 정확한 종류와 결제 방식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 2010년 외화 전용 카드로 출시된 ‘나래카드’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 내국인도 사용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도 그것이 유지되는지는 알 수 없다.

조선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성카드'. 북한의 관영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에 2016년에 게재된 사진을 인용.

◆ 시장도 결제 가능, 농촌은 아직

협력자 C는 장마당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매우 불편한 결제 방식으로 인해 제한이 있다고 전했다.

“장마당에서도 품목별로 카드결제기를 둬서 결제 5일 후 (판매자)본인계좌로 입금되는 형태로 판매를 한다”

협력자 A의 설명 역시 장마당에서 실질적인 카드결제는 쉽지 않으리라 짐작게 한다.

“신발 매대, 당과류 매대 이런 식으로 나눠서 3~5자리씩 묶어 결제기가 하나씩 있다. 실제로는 전기 설치가 안 돼서 시장관리소에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농촌 지역에서도 카드 사용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농촌에는 거의 카드 쓰는 사람이 없다. 동네에 한 두 명 있어서 시내 상점에서 물건 사갈 때 돈 모아서 쓰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가지고 있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협력자 B)

◆ ‘어디서 난 돈이냐?’ 출처 단속에 위기감

정권 입장에서 카드 결제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자금 흐름을 통제하는 동시에 개인의 현금 입출 기록을 통해 주민감시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그걸 알고 있기에 카드를 사용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다.

“나는 카드에 10만 원 정도만 넣고 필요할 때마다 입금해서 쓰고 있다. 걱정되는 건 입금할 때마다 이름과 직장, 로임 액수까지 써야 해서 이제는 돈이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면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주변에 좀 여유 있는 사람들도 한 달에 50만 정도만 넣고 사용한다” (협력자 A)

협력자 C와 B도 비슷한 걱정이다.

“(카드에)많이 넣었다가 분실하거나 돈이 없어질까 봐 한 달 쓸 만큼만 넣어서 쓰고 있다. 송금이 필요할 때는 카드에 돈을 넣어서 보낸다. 보통 15만 원만 넣어서 쓴다” 

“검찰소나 안전부(경찰)에 단속이 되었을 때 카드에 넣은 돈이 어디서 났냐고 조사하는 경우도 있어서 초기에 마구 카드 만들어서 송금하던 사람들도 이제 조심스러워졌다. 아직 국가를 믿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안 쓰려는 움직임들도 있다” (협력자 B)

그러면서 C는 지난 6월 초, 중국에서 불법으로 받은 돈을 카드를 통해 황해도 쪽에 송금한 사람이 단속돼 송금 기록을 추적해 청진과 길주의 브로커들까지 줄줄이 잡혀간 사건이 있었다고 말하면서, 이 사건으로 주민들 사이에 카드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 카드사용 확대될까? 향후 국가 통제의 영향은?

현재 진행 중인 전자결제 체계 구축 및 카드 사용 정책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김정은 정권이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국가 중심의 통제경제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협력자 A는 “앞으로는 카드밖에 쓸 수 없다고 해서 사람들이 적응하려고 하고 있고, 나라에서 돈을 찍어내지 못해 낡은 돈이 교환이 안되고 있으니 자연히 카드를 더 많이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북한내부>확대되는 카드결제, 그 정체와 신뢰도는? (1) 노임도 카드로 지급, 국영상점, 시장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