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전격적으로 기존 노임을 10배 이상 인상하는 조치를 취한 북한이 현금카드를 통한 노임 지급을 확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외에도 식량 전매점인 량곡판매소나 국영상점에서의 카드 사용도 장려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이전부터 은행이 발급하는 현금카드가 존재한다고 보도된 바 있는데, 최근 당국이 주민들의 카드 사용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의도는 무엇이며 주민들은 어떤 반응인지, 또 전력사정이 열악한 북한에서 실제 카드 사용은 원활한지에 대해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들에게 물었다.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협력자 세 명이 지난 6월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하여 현지 카드 사용의 실태를 2회로 나누어 보고한다. (전성준 / 강지원)
◆ 반신반의하면서도 가구마다 하나씩은 사용
“아직은 국가를 믿지 못하니까 (카드)사용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한두 개씩은 다 가지고 있다”
양강도 혜산시에 거주하는 협력자 A는 지난 6월 말, 자신의 주변에서 카드 사용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양강도의 또 다른 협력자 B도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
“시내에는 그런대로 쓰는 사람들이 많다. 조선돈이 워낙 빨리 낡으니 은행에 낡은 돈을 가지고 가서 카드에 넣어 쓰는 경우가 많다. 함흥이나 청진, 평양에서는 카드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함경북도의 협력자 C 또한 “이제 로임(월급)도 카드로 주니, 은행에서 통장 만들고 카드 만드는 풍(유행)이 생길 정도이고, 나름 편리한 것도 있어서 가구당 한 개씩은 다 있다”고 말했다.
◆ 카드 사용 적극 장려하는 당국
북한에 처음으로 카드가 등장한 것은 1990년대이다. 하지만 이는 외화 전용이었고, 또 사용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양과 지방의 몇 곳에 불과했다. 2010년 조선무역은행에서 보다 보편적으로 사용 가능한 ‘나래’ 카드를 출시한 이후 ‘고려(2011년, 고려은행)’, ‘전성(2015년, 조선중앙은행)’ 등 다양한 카드들이 발행되어, 2018년 시점에는 무려 20여 종이 넘는 카드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결제 인프라의 부족, 시스템의 전원 공급 및 안정성 문제 등의 한계 때문에 일반 주민 사이에서 카드 사용은 제한적이었다. 북한 당국은 2021년 10월 《전자결제법》을 제정한 이후, 때로는 강압으로, 때로는 회유하는 등 다양한 시책을 펼치며 주민의 카드 사용을 독려했다.
◆ 노임 지급과 식량 구입도 카드로
북한 당국의 카드 사용 유도 및 장려 정책이 사용자를 늘리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영상점이나 장마당(시장)에서도 카드를 많이 쓰고 있다. (시중에서는 사용이 불가한) 30% 이상 훼손된 낡은 돈도 은행에 가져가면 5% 떼고 받아주니까 사람들이 카드 쓰는 걸 좋아한다” (협력자 C)
협력자 B도 카드 사용처가 늘어나고 있다며, 카드 사용의 장점으로 송금이 편리한 점을 꼽았다.
“국영상점, 정보통신봉사소, 수매상점 등에서는 대부분 카드로 결제를 받고 있다. 전기 때문에 쓸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특히 송금이 편리하다. 수수료가 1.5%로, 200만원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그 이상 송금하려면 용도를 밝혀야 한다고 들었다”
협력자 A는 “이번에 혜산 강철공장 (6월)로임도 카드로 줘서 개인 카드를 다 등록해서 받았다. 그 카드를 가지고 량곡판매소에 가서 결제를 한다”고 전했다.
◆ 여전한 한계에도 전망은 밝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제 사용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협력자 C는 “결제할 때 정전이 되면 다시 방문해야 하니까 카드와 현금을 같이 챙겨가야 한다. 그래서 식량판매소에서도 정전이 안 되는 시간을 정해서 식량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협력자 A도 “처음에는 결제 오류로 계산할 수 없는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태”라며 개선 가능성을 낙관했다.
한편 가능한 카드 사용을 피하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다음 편에서는, 그 이유 및 현실에서 카드가 활용되는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분석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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