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지난해 초봄부터 9월에 걸쳐 지방의 도시 주민을 중심으로 굶주림과 질병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나오는 심각한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당국에 의한 취약층 구제첵 등이 효과를 거두며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마루 지로 / 강지원)
◆기아를 발생시켰다며 함북도당 최고간부를 비판
2023년 봄 이후, 북부 지역인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에 사는 취재협력자로부터 굶주림이 확산하고 있다는 정보가 잇따라 전해졌다. 김정은 정권이 장사 등 개인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로 도시 주민이 현금 수입을 크게 잃어 생활이 악화했다. 노인 세대, 병약자가 있는 세대, 모자 가정 등 취약층 중에 목숨을 잃는 사람이 다수 나온 것이다.
일부 지방 도시에서는 기근의 양상을 보일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지난해 6월 후반 김정은 정권은, 심각한 위기를 발생시켰다며 함경북도 노동당 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원인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는, 이 사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원 대상 회의에 나갔더니, 함경북도 당 최고 간부들이 자기비판서 제출 명령을 받았다고 하더라. 이때 회의에서도 '도당, 시당 간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지키는 데 급급해 인민생활의 혼란을 제대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대책도 내지 않고 그저 앉아만 있었기 때문에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했다'라는 내용으로 엄격히 비판받았다"
북부 지역은 감자가 풍작이어서, 수확이 시작된 9월부터 각지의 위기는 일단 완화됐다.
2023년의 인도적 위기에 대해 아시아프레스에서는, 평양이나 곡창지대인 황해도의 상황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얻지 못하고 있다.
◆당국이 굶주린 가정을 조사하고 옥수수를 지급
"작년 굶주림의 공포가 머리에 있기 때문에, 올해는 3월경부터 가을까지 어떻게 먹고살지 걱정하는 주민이 많았다. 혜산 시내 동사무소에는 먹을 것을 요구하는 노인들이 매일 같이 모이게 되자 3월 말에는 경찰을 투입해 해산시키는 소동이 있었다. 그 후 당의 지시로 인민위원회(지방정부)가 '절량세대'를 철저히 조사했다"
양강도의 취재협력자는 초봄의 상황을 이렇게 되돌아본다.
※ '절량세대'란 음식도 돈도 다 떨어진 가정을 말한다.
아시아프레스가 조사한 양강도와 함경북도는, 당국이 인민반을 통해 전 세대의 생활 상황을 조사했다. 직장에서는 영양실조로 출근하지 못하는 집을 개별 방문했다. '절량세대'에는, 몇 kg씩이지만 옥수수가 무상으로 지급됐다.
"모든 집이 힘드니까, '절량세대'만 골라서 옥수수를 나눠주는 건 불공평하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아사하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라고 양강도의 협력자는 말한다.
※ 인민반 : 최말단 행정조직. 지구마다 20~30세대 정도로 구성된다.
◆ 보리 재배 호조로 농민도 한숨 돌려 "올해는 아사자 안 나와"
전해 가을 수확의 분배를 다 먹고 9월에 옥수수가 나오기까지의 단경기를 '보릿고개'라고 한다. 식량 생산지인 농촌에서도, 매년 '보릿고개' 시기에 영양실조로 협동농장에 출근하지 못하는 농민이 나온다.
농촌에 대해서도, 농번기에 들어가기 전 국가는 대책을 취했다. 다른 취재협력자가 4월에 함경북도 A 농장을 찾아 조사를 했다. 반년 뒤 가을 수확 후에 30%의 이자를 붙여 갚는 조건으로 '절량세대'에 중국산 백미를 빌려줬다.
또한 같은 A 농장을 7월 상순에 조사한 바, "이모작인 보리의 수확이 좋아 '절량세대'에 무상으로 지급했다. 올해는 A 농장에서는 아사하는 사람이 없다"라고 한다.
많은 주민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상황은 여전하지만, 7월 중순 시점에서 적어도 북부 지역에서는 굶주림과 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작년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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