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무역 중개업자가 상세히 증언
중국은 대북 경제 제재를 엄격히 이행하고 있었다. 길림성과 북한 양강도를 연결하는 통상구의 실정을 들여다보니, 조금 '의외'의 사실이 드러났다. 매트리스 수출 하나에도 스프링 등 철제품의 통관을 허가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 무역업자에 있어서는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그 결과 북한 정부는 밀수로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었다. 7월 초 북중 무역 사정에 밝은 길림성 거주 무역 중개업자 A 씨를 취재했다. (홍마리 / 강지원)
◆ '이렇게까지 깐깐하게 할 필요 있는가' 한탄하는 중국 업자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5, 6월에도 A 씨의 취재를 통해 밀수가 재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바 있다. 지금까지의 취재에 의하면, 밀수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은 압록강 상류에 위치한 양강도 혜산시와 그 맞은 편인 길림성 백산시 장백현 부근이다. 북한 당국은 개인에 의한 밀수를 일절 인정하지 않고, 완전히 국가가 통제 관리하는 '국가밀수'를 하고 있다.
※ 국가밀수 : 국가의 승인을 받은 북한 무역회사가 중국 밀수업자와 하고 있다. 북한 측에서는 봉쇄된 현장에서 세관원, 보위원(비밀경찰), 안전원(경찰) 등의 입회 아래 '공식' 수속을 하고 품목과 수량을 엄격히 관리해 진행된다.
이하, A 씨와의 대화를 정리했다.
―― 북중 공식 무역은 어떤 상황입니까?
중국 당국이 수출의 제재 기준을 엄격히 지키고 있어서 무역업자는 애를 먹고 있다. 예를 들어 제재 품목 중 철제품이 있는데, 매트리스를 수출하려면 지퍼와 스프링을 제거해야 한다. 코로나 전부터 무역을 해온 업자들이, 이렇게까지 깐깐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할 정도다.
―― 북한 측 태도는 어떻습니까?
이전에는 (북한의 생활이 어려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 업자가 북한에 지원도 많이 했는데 일체 그런거 받지 말라는 방침이 있어서 도와주려고 해도 받지 않는다. (식량 등을)원조하려고 해도 받지 않는 것이다. 받으면 조사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보낼거면 차라리 그걸 중국에서 팔아서 돈을 벌라고 북한 당국이 말하고 있다고 한다.
―― 북한에 무엇을 수출하고 있습니까?
대부분 원료다. 가공이 끝난 모제품의 원재료를 수출하고, 북한 국내에서 속눈썹과 가발로 가공된 것을 다시 중국이 수출하고 있다. 그리고 배터리.
자동차와 자전거 부품은 (제재 대상이라서)밀수하고 있다. (북한이 개인 장사를 통제하기 때문에) 장마당에서 그대로 팔릴만한 (의류)기제품이나 영어 문자가 적힌 듯한 상품은 수출할 수 없다고 한다.
◆ 밀수를 국가 관리하는 북한... 중국업자 강변에 세워놓고 신원조회
―― 밀수는 지금도 성행하고 있습니까?
중국 당국의 세관 검사가 엄격하기 때문에, 업자는 밀수로 빠지고 있다. 화장품 원료를 팔아서 대가로 동정광(동제련에 사용되는 원료)을 받은 사람도 있다. (북한에게서) 차로 동정광 30t을 받기 위해 3만 위안을 (중국 측 국경경비대에) 뇌물로 줬다고 한다.
※ 중국 1위안은 한화 약 189원.
―― 밀수에서는 무엇을 주고받습니까?
북한 측이 요구하는 것은, 천, 식량, 자동차부품, 타이어, 생고무, 차량 등이 많다. 그들은 현금이 없기 때문에, 물건으로 지불하고 싶다고 협상해 온다.
―― 북한이 '국가밀수'로 통제를 강화한 영향은 없습니까?
감시와 통제가 심해져서 중국 업자는 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 세 개 부서에서 사람이 나와 중국 업자를 강변에 세워놓고 신분과 회사 조회를 한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 물건을 보내는지 업자를 한 명 한 명 불러 확인하는데, 조금이라도 (수량 등에)착오가 있으면 거래를 중단시킬 정도라고 한다.
◆ 중국 당국 '밀수로 문제가 발생해도 도와줄 수 없다'
―― 북한은 어떻게 무역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까?
대금의 30%는 중국에서 지불하고, 나머지는 북한 국내에서의 이익으로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쪽에는 중국 위안이 없기 때문에 농산품과 특산품, 광석 등으로 정산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에게서 대가로 물건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중국으로 노동자를 파견해 노동자가 번 돈으로 무역 대금을 지불하겠다는 요구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1대 금액이 2만 위안이라면, 북한은 노동자 10명을 중국 기업에 파견해 일한 만큼 차대를 내는 방식이다.
―― 중국 당국은 밀수에 대해 어떤 대응을 취하고 있습니까?
6월 말, '북한과 밀수를 하지 말라, 만일 문제가 발생해도 도울 수 없다'라는 통달이 당국에서 내려왔다. 중국 업자에게도 밀수는 리스크가 커서, 가급적 관련되지 않도록 하는 곳도 있다.
일련의 취재를 통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대북 경제 제재를 지금도 엄격히 유지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북중 관계가 꼭 양호하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른다.
북중무역은, 신의주-단동 간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또한 서해안인 남포에서의 취급량이 코로나 이후 급증하고 있다. 이런 통상구에서도 중국 당국이 경제 제재를 엄격히 이행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